웅산, 30년을 노래하고 다시 ‘Here’s To Life’…뉴욕 찍고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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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노래했다.
그런데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이 데뷔 30주년에 고른 말은 회고보다 건배에 가깝다.
나머지 수록곡에서는 웅산이 오랫동안 다뤄온 재즈의 여러 표정을 만날 수 있다.
웅산의 뿌리는 재즈와 블루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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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산, 30년 노래해도 아직 ‘Here’s To Life’…뉴욕 찍고 세종문화회관으로 10월 6일 데뷔 30주년 앨범 발표…뉴욕 공연 전석 매진·일본 거쳐 11월 25일 서울 공연

이쯤이면 지나온 시간을 차분히 정리해볼 법하다. 그런데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이 데뷔 30주년에 고른 말은 회고보다 건배에 가깝다.
‘Here’s To Life’.
삶을 향해 잔을 든다.
웅산이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Here’s To Life’를 10월 6일 선보였다. 1996년 프로 음악가로 활동을 시작한 뒤 30년 동안 쌓아온 음악과 앞으로 들려줄 노래를 10개 트랙에 담았다.
앨범 제목과 같은 타이틀곡 ‘Here’s To Life’는 기쁨과 상처, 사랑과 이별을 받아들이며 삶 자체를 바라보는 재즈 스탠더드다. 웅산은 자신의 30년을 대표할 곡으로 이 노래를 골랐다.
웅산은 지나온 시간을 자랑하거나 훈장처럼 내걸지 않는다. 앨범 속 음악은 여러 계절을 지나온 가수가 다시 삶을 바라보는 쪽에 좀 더 가깝다. 그래서 30주년이라는 숫자는 마침표가 아닌, 굵은 쉼표로 찍혔다.
9월에 먼저 공개한 자작곡 ‘The Blues of Reading Gaol’은 조금 다른 곳을 바라본다.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레딩 감옥에서 보낸 시간과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블루스다. 사회적 편견과 억압 속에서 살았던 예술가의 고통을 소재로 삼았다. 동시에 AI가 창작의 영역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예술가의 자유와 창작의 출발점이 어디에 있는지도 묻는다.
‘Here’s To Life’가 삶에 관한 노래라면 ‘The Blues of Reading Gaol’은 예술가에 관한 노래다.
두 곡 사이에 이번 앨범의 성격이 보인다.
나머지 수록곡에서는 웅산이 오랫동안 다뤄온 재즈의 여러 표정을 만날 수 있다. ‘Come on and kiss me’를 비롯해 ‘Estate’, ‘Bei mir bist du schön’, ‘Don’t explain’, ‘The shadow of your smile’, ‘Let’s fall in love’ 등이 담겼다.
‘Tomorrow’는 2026년 리마스터 버전으로 다시 실었다. 마지막 트랙은 ‘Diaspora’다.
웅산에게 30년은 공연 횟수나 경력 몇 줄로 정리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2003년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뉴욕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베니 그린과 작업했고 음반은 일본에서 먼저 발매됐다. 국내에는 수입 음반으로 소개됐다.
지금까지 정규 앨범 11장을 발표했다.
한국의 명곡을 재즈로 다시 부른 ‘사랑, 그 그리움’ 시리즈도 4장을 냈다. 여기에 스페셜 앨범 4장을 더했다. 이번 신작 전에 발표한 앨범만 모두 19장이다.
숫자도 숫자지만 음악의 폭이 넓다.
웅산의 뿌리는 재즈와 블루스다. 하지만 그 안에만 머물지는 않았다. 라틴을 부르고 펑크를 끌어왔으며 한국적 정서와 전통음악도 자신의 음악 안에 들였다.
중요한 것은 장르의 이름보다 웅산의 목소리였다.
낮고 짙은 음색, 힘을 과하게 싣지 않아도 깊게 남는 표현력, 무대에서 연주자들과 즉흥적으로 음악을 주고받는 능력은 오랜 시간 웅산을 설명해온 특징이다. 익숙한 재즈 스탠더드도 그의 목소리를 거치면 전혀 다른 맛을 냈다.
30주년 무대 역시 한 나라에 머물지 않는다.
웅산은 9월 25일과 26일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 라마마에서 ‘HERE’S TO LIFE’를 공연했다. 이틀 공연은 모두 매진됐다.
뉴욕 무대에서는 재즈와 한국 전통음악, 영상 작업을 한꺼번에 올렸다.
눈에 띄는 시도는 아쟁 산조와 재즈 피아노의 만남이다. 얼핏 멀어 보이는 두 음악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즉흥이다.
아쟁의 낮고 거친 소리에 재즈 피아노의 화성이 얹혔다. 산조 특유의 즉흥성과 재즈의 즉흥 연주가 맞붙고 섞였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면서도 대화가 되는 순간이었다.
연주진은 한국과 뉴욕에서 모였다.
이상민이 드럼을 맡고 Jordan Peters가 기타, Brad Miller가 베이스를 연주했다. BIGYUKI가 피아노와 키보드, 강재훈이 피아노, 신현식이 아쟁으로 참여했다.
영상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고(故)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향한 오마주를 담았다. 뉴욕시립대학교 브루클린칼리지 미디어 교수이자 영상감독인 Young Cheong이 영상 연출을 맡았고 뉴욕의 미디어팀 NAMOO NYC가 협업했다. 공연 영상 촬영 역시 NAMOO NYC가 담당했다. 오디오는 LIVE PARK NY의 사운드 디렉터 박태종 감독이 맡았다.
음악만 들려주는 콘서트라기보다 웅산이 지난 30년 동안 관심을 가져온 여러 예술 언어를 한곳에 모은 무대에 가까웠다.
뉴욕 공연을 마친 웅산은 이제 일본으로 간다.
10월 13일 오사카, 15일 도쿄에서 콘서트를 연다. 일본은 웅산에게 친숙한 무대다. 첫 정규 앨범이 일본에서 먼저 발매됐고 오랫동안 그의 음악을 들어온 관객도 많다.
이번에는 그들과 30주년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11월 25일. 서울이다.
국내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Here’s To Life’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새 앨범 수록곡을 비롯해 웅산이 오래 불러온 재즈 스탠더드와 자작곡을 들려준다. 재즈와 블루스, 라틴, 한국 전통음악까지 30년 동안 손에 쥐었던 음악을 한자리에서 펼쳐놓는다.
특히 ‘Here’s To Life’와 ‘The Blues of Reading Gaol’이 이번 공연의 두 기둥이 된다.
하나는 삶이다. 하나는 예술이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가수가 결국 다시 바라보는 것도 그 둘이다.
웅산은 무대 밖에서도 재즈와 함께 살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재즈협회 회장을 맡아 후학 양성과 한국 재즈 저변 확대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번 앨범과 콘서트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를 찾아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이면 한 음악가의 역사를 정리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하지만 웅산이 고른 제목은 ‘회고록’이 아니다.
‘Here’s To Life’.
잔은 아직 테이블 위에 내려놓지 않았다. 부를 노래도 남았다. 아마 꽤 많이.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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