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장그래는 버텼는데 ‘로또 1등’ 공은태는 할 말 다 한다···12년 새 달라진 직장 드라마

윤승민 기자 2026. 10. 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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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미생’ 2025년 ‘송곳’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
2020년대엔 ‘개인의 성취’ 강조
갑질·계약직 차별 등 소재는 여전
2014년 방송된 tvN 드라마 <미생>.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4년 tvN에서는 드라마 <미생>이 방영됐다. 12년 뒤 같은 채널에서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로또 1등’)가 나오고 있다. 각각 동명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두 드라마는 직장 생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10여년 넘는 시차를 거치며 직장 드라마가 주목하는 모습도 달라졌다. <미생>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집중했다면, 최근 직장 드라마는 ‘개인의 성취’를 강조하며 달라진 시대상을 드러내고 있다.

2010년대…사회 구조에 주목하다

<미생>은 제목으로 쓴 바둑 용어(未生)의 뜻에서 보듯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은 상태’의 직장인 이야기를 그린다. 학창 시절부터 바둑만 배우다 프로 기사가 되지 못한 주인공 ‘장그래’(임시완)가 인턴에서 계약직으로,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어가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3% 시청률’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드라마는 큰 반향을 얻으며 마지막회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생’이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미생>이 방영되던 2010년대 중반은 대기업 원청과 협력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간의 차별이 사회 문제로 본격적으로 대두되던 시기다. ‘갑질’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다.

2013년 KBS 드라마 <직장의 신>은 ‘슈퍼 비정규직’인 ‘미스 김’(김혜수)의 활약상을 그린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갑을 관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이 비슷한 시기 생겨났다. 2013년 KBS <직장의 신>은 김혜수가 다재다능한 만능 ‘슈퍼 계약직’인 ‘미스 김’을 연기했다. 업무능력이 출중한 미스 김은 거쳐 간 회사마다 눈독을 들이지만, 그는 3개월 계약만 맺고는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난다. 2015년 JTBC <송곳>은 외국계 대형마트 까르푸에서의 노동 쟁의를 중심 소재로 다룬다. 대형마트에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중간 간부 ‘이수인’(지현우)과 그를 돕는 노동운동가 ‘구고신’(안내상)이 극의 중심이 된다.

직장 생활의 모습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도 이 드라마들의 특징이다. 당시만 해도 국내 드라마에는 장르·소재를 불문하고 주인공 간의 ‘러브라인’(애정 전선)이 포함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플랫폼 다변화로 드라마 장르도 다양해진 지금과는 달랐다.

2020년대…개인의 성취를 다루다

2020년대 중반, 현재의 직장 드라마는 개인의 성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또 1등>은 복권에 당첨돼 13억원을 손에 쥐게 됐는데도 퇴사하지 않는 팀장 ‘공은태’(이준혁)의 얘기다. 월급 때문에 눈치 보며 직장 생활하던 공은태는 습관처럼 산 복권에 1등 당첨된 후에도 회사를 다니면서 거액의 당첨금이 ‘뒷배’가 돼 회사에서 할 말 다 하는 인물로 거듭난다.

지난해 방송된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김 부장 이야기’)는 대기업에 다니며 여러 성취를 이룬 주인공 ‘김낙수’(류승룡)가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얘기다. 자신 소유의 집과 가족, 회사에서의 직위까지 갖췄는데도 임원 승진, 가족의 인정을 갈구하며 갈등하는 인물의 모습을 살핀다.

지난해 방영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김낙수로 열연한 배우 류승룡. JTBC 제공

직장 갑질, 비정규직 문제 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들이 다뤄진다. <로또 1등>에서도 정규직들 사이에 놓인 계약직 직원들의 차별이 소재로 다뤄지며, <김 부장 이야기>에서는 김낙수가 생산직 직원들을 해고하라는 상부 지시를 받아들이지 못해 스스로 사표를 낸다. 다만 <미생>이 인기를 얻던 2010년대 중반에는 부조리한 사회구조에 초점이 갔던 것과 달리 최근 직장 드라마는 주인공의 성취 같은 개인적 서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직장도 회식 문화가 사라지는 등 개인주의화되고 있고, 드라마에도 그런 변화들이 반영되고 있다”며 “<직장의 신>처럼 코미디 요소가 강했던 부분도 조금씩 옅어지는데, 드라마 속 회사 인물에 자신을 대입하며 ‘이런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시청자들의 바람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티빙·tvN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주인공 ‘공은태’(이준혁)는 로또 1등 당첨금 13억원을 얻고도 회사 생활을 계속 한다. 티빙 제공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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