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은 국경인가[오늘을 생각한다]

2026. 10.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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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8일 오후 경기 연천군 육군 25사단 비룡전망대에서 군 관계자가 지뢰 탐지 시연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군사분계선은 국경인가? 아니다. 1953년 휴전과 동시에 군대를 물릴 기준으로 그어놓은 선이다. 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각 2㎞는 비무장지대(DMZ)로 설정했다.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다. 그러나 남북은 점차 DMZ 안에 GP를 만들고 병력과 화기를 배치하며 잘 무장된 비무장지대를 만들었다.

정전협정 문언상 ‘정전’ 상태는 ‘한국 문제의 최종적·평화적 해결’을 위한 과도기로 규정된다. 상황이 어떻든 정전을 상징하는 공간인 군사분계선과 DMZ가 유지된다는 것은 남북이 종전과 평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합의 체계 안에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이 오랜 암묵적 합의가 깨지고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 지뢰와 철책, 대전차 장벽을 쌓는다. 도로와 철도도 끊었다. 북한의 개정 헌법은 대한민국과 접한 지역을 남쪽 ‘국경’으로 명문화했다. 북한군이 DMZ에서 수시로 월선하며 벌이고 있는 요새화 공사는 그들에겐 ‘국경 공사’다. 정전협정 체제를 일방적으로 무력화시키며 군사분계선과 DMZ를 부인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군사분계선이 국경화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완충지대가 사라진 채 두 국가가 근거리에서 서로를 적대하면 당연히 충돌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상부터 육로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국경’을 두고 상당한 분쟁도 벌어지게 될 것이다.

DMZ 지뢰 폭발 문제는 단순한 군사 도발이 아니다. 북한이 우리 DMZ에 지뢰를 묻은 것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군사분계선에서의 충돌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생길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정전협정을 무시한 채 국경 공사를 진행하고, 우리는 정전협정 위반을 규탄한다.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군사분계선이 국경화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완충지대가 사라진 채 두 국가가 근거리에서 서로를 적대하면 당연히 충돌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상부터 육로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국경’을 두고 상당한 분쟁도 벌어지게 될 것이다.

자위권 행사를 명목 삼아 유엔사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정전협정을 무력화하려는 북한에 명분을 줘선 안 된다. 북한은 더 많은 화기와 병력, 시설을 설치할 명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김여정 담화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주장대로 확성기를 틀면 적대행위에 대응한답시고 국경선 고착화에 필요한 추가 조치를 더 많이, 빠르게 취할 것이다. 아마 우리의 그러한 대응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군사적 긴장과 대화 국면을 오가던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당장 다른 수단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대북 방송 재개부터 서두르는 것이 북한의 사죄를 받아내고 재발을 방지할 유효한 압박수단이 될 수 있을지 숙고해봐야 한다.

상대가 압박을 느끼지 않는 응징은 응징이 아니며, 다음 스텝이 불분명한 응징은 불확실한 미래로 가는 길이다. DMZ에서 반복되는 북한의 적대행위와 정전협정 무력화 기도를 차단하기 위해 정전협정 당사자들을 움직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의 DMZ 국경화 시도에 국제적 관심을 모을 방안이 필요하다.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는 것과 군사분계선이 사실상의 국경이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VALID 공동대표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VALID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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