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트럼프 몰표 준 ‘100년 콘크리트’ 흔들…“이보다 나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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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의 뒤를 봐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했던 것과 거의 반대로 했어요. 우리를 도와줄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 등을 돌린 거죠."
미국 캔자스주 로런스 인근에서 약 5천에이커(약 20㎢) 규모로 옥수수와 대두 농사를 짓는 제임스(가명·45)는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공화당 지지자다.
1860년부터 대를 이어 캔자스 중북부에서 농사를 지어온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무역전쟁, 국제개발처(USAID) 사업 축소, 쇠고기 수입 확대, 이란 전쟁 뒤 디젤·비료 가격 상승을 차례로 거론하며 "중국과의 무역갈등은 대두 판로를 흔들었고, 해외원조 축소는 캔자스 수수 수요를 줄였으며, 쇠고기 수입 확대는 축산농가의 불만을 키웠다. 거의 모든 것이 이번 행정부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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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등 돌리는 농업지대
‘이상기류’ 캔자스 민주-공화 접전
이란·관세 전쟁 후폭풍…농가 타격

“농민들의 뒤를 봐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했던 것과 거의 반대로 했어요. 우리를 도와줄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 등을 돌린 거죠.”
미국 캔자스주 로런스 인근에서 약 5천에이커(약 20㎢) 규모로 옥수수와 대두 농사를 짓는 제임스(가명·45)는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공화당 지지자다. 그러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그는 3일(현지시각) 한겨레와 만나 “선택지를 놓고 확실히 고민하고 있다”며 “해밀턴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월 상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애덤 해밀턴과 공화당 현역 로저 마셜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를 흔드는 건 농장의 장부다. 봄에는 비료값이 부담이더니 수확철에 접어들자 디젤값이 치솟았다. 그는 “지금 도로용 디젤이 갤런당 6.5달러”라며 “올해 수확량이 괜찮아 조금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연초에 계산하지 않았던 비용이 또 생겼다”고 말했다. 미-이란 전쟁 전인 지난 1월 미국의 디젤 가격은 갤런당 3.5달러 안팎이었다.
봄엔 비료, 가을엔 디젤…농가 덮친 이란 전쟁
닉 레벤도프스키 캔자스농민연합 전무이사는 농민들의 불만이 트럼프 재집권 이후 누적돼왔다고 지적했다. 1860년부터 대를 이어 캔자스 중북부에서 농사를 지어온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무역전쟁, 국제개발처(USAID) 사업 축소, 쇠고기 수입 확대, 이란 전쟁 뒤 디젤·비료 가격 상승을 차례로 거론하며 “중국과의 무역갈등은 대두 판로를 흔들었고, 해외원조 축소는 캔자스 수수 수요를 줄였으며, 쇠고기 수입 확대는 축산농가의 불만을 키웠다. 거의 모든 것이 이번 행정부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은 옥수수와 대두, 수수 등을 수확하고 곧바로 겨울밀을 심어야 하는 시기다. 레벤도프스키 전무는 “농장에서는 트랙터도, 콤바인도, 곡물을 나르는 대형 트럭도 거의 다 디젤로 움직인다”며 “시기가 이보다 나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찍었던 교인도 “이번엔 민주당”
오랜 공화당원으로 최근 공화당 경선에도 참여한 은퇴 간호사 캐시 보우트(68)도 이번 본선에서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그는 “전쟁이 세계 경제를 바꿔놓았고 관세 때문에 여러 물건의 가격이 오르거나 구하기 어려워졌다”며 “이민 정책은 내 영혼을 아프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셜 의원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지나치게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급해진 공화당…격전지 돈 빼서 캔자스로

물론 이런 심상찮은 분위기가 ‘100년 만의 이변’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테스키 회장은 “농민들은 여전히 공화당 성향이 강하고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며 “캔자스에서 민주당 상원의원이 당선되는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령 공화당이 끝내 캔자스를 지키더라도, 안전지대로 여겼던 이곳에 980만달러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전국 선거판에는 부담이다. 캔자스를 방어하는 데 쓰는 돈과 인력만큼 노스캐롤라이나 등 다른 격전지에 투입할 자원이 줄기 때문이다.
레벤도프스키 전무는 “많은 농민들에게서 ‘행복하지 않다, 행정부가 가는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며 “그 불만이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으로 나타날지, 아니면 아예 투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농부 셀먼은 이런 변화를 ‘봉기’보다는 “다시 생각해보는 것”(reconsideration)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을 “상당히 보수적이고 매우 온건한 민주당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공화당 후보에게도 투표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며 “캔자스 사람들은 어느 당이든 워싱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데 지쳐 있다”고 했다.
로런스·캔자스시티·리우드(캔자스주)/글·사진 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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