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면제만 바라보는 국가대표는 필요 없다'... 임계점 도달한 병역 특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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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체육계가 국제대회를 군 면제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병역특례를 받은 체육·예술인들은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과 함께 544시간의 봉사활동(대체 복무)을 이행해야 하는데, 2016 인천 대회 우승 멤버였던 축구선수 장현수(35·알 가라파)는 봉사 시간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가 2018년 드러났다.
병무청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시작 전 이미 예술·체육 요원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며 "누적 점수제 도입 방안뿐 아니라 예술·체육 요원이 과거처럼 국위선양에 부합하는지 근본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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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면제 인터뷰·전역모 세리머니로 도화선
전원 프로 선수 출전한 야구도 '자격 논란'
국위선양 대신 '군 면제 도구 전락' 비판도
반복된 논란에 정부도 개선책 마련 착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 제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매 대회 되풀이됐던 논쟁이지만, 이번엔 제도 폐지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만큼 비판 여론이 거세다. 특히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군 면제 인터뷰'와 '전역모 세리머니'가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서 해당 제도를 전면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접적인 빌미를 제공한 건 축구 대표팀이지만, 이번 병역특혜 논란의 시발점은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이었다. 류지현호는 엔트리 24명을 전원 프로선수로 꾸리고도 사회인 야구(실업팀)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0-5 패를 당했다. 이어진 결승전에서도 진땀승(3-1)을 거두자 병역 혜택의 '자격 논란'이 일었다. 애초 출전국이 8개밖에 안 되는 종목에서, 그마저도 아마추어팀에 고전한 선수들이 제도 도입 취지인 국위선양에 부합하느냐는 비판이었다.

'군 면제' 도구 전락한 국제대회
병역 혜택이 '아마추어 정신(이익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스포츠 자체에 전념하는 태도)'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체육계가 국제대회를 군 면제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 한국은 축구, 야구뿐 아니라 골프 종목에서도 병역 특례가 절실한 김주형(24)과 김성현(28)을 대표팀으로 선발했다. 순수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한 여자 대표팀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대회 남자 골프 종목 마지막 날인 3일 단체전 은메달에 그친 김성현이 고개를 푹 숙인 채 18번 홀을 바라보다 쓸쓸히 클럽하우스로 퇴장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해외 언론도 한국의 '국제대회 도구화'를 인지하고 있다. 영국 BBC는 "김성현은 군 복무 면제(병역 혜택)를 받지 못했는데, 한국이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위선양보단 개인 성공에 방점
국위선양이라는 개념 자체가 개발도상국 시절 만들어진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재 스포츠 선수들은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영달을 위해 운동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김주형이 수확한 개인전 금메달의 경제적 가치는 최소 1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막연한 추정치만도 아니다. 3년 전 항저우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김시우(31)와 임성재(28)의 2024·25시즌 합산 상금은 각각 871만 달러, 1,137만 달러에 달했다. 환율을 달러당 1,400원으로만 계산해도 김시우는 약 112억 원, 임성재는 160억 원을 더 벌어들인 셈이다. 커리어를 순조롭게 이어가면서 챙기게 된 스폰서 수입을 더하면 실질적 혜택 규모는 훨씬 커진다. 골프채널 역시 "김주형은 병역 혜택을 받게 되면서 전성기에 해당하는 18∼21개월의 선수 생활 손실과 그에 따른 수백만 달러 수입 손실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예술체육 특례요원들이 혜택만 받고 의무는 등한시한 사례도 여러 차례 적발됐다. 병역특례를 받은 체육·예술인들은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과 함께 544시간의 봉사활동(대체 복무)을 이행해야 하는데, 2016 인천 대회 우승 멤버였던 축구선수 장현수(35·알 가라파)는 봉사 시간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가 2018년 드러났다. 이 일을 계기로 병무청이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펼쳤고, 그 결과 당해 예술·체육 요원 중 31명이 허위 자료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대면 조사를 마친 60명 중 절반을 넘는 수치였다. 심지어 그중 6명은 실제 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을 기재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무허가 겸직 등으로 병역법을 위반한 사례도 나왔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체육요원의 복무규정 위반 건수는 42건에 달했다. 이 중 22건이 광고 및 홍보 활동으로 수입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무허가 겸직으로 드러났다.
반복되는 논란에 정부도 개선책 마련 착수
병역 특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마추어 정신의 실종과 체육·예술 요원들의 불성실한 대체복무 태도 탓에 이미 몇 차례 관련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출전한 야구 대표팀이 입대를 앞둔 선수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혜택 폐지를 포함한 제도 전면 재검토가 진지하게 논의됐다.
당시 거론된 개선책이 마일리지 적립제다. 프로 선수들이 출전해 손쉽게 금메달을 따는 아시안게임보다, 국제 위상이 더 높은 세계선수대회에 가중치를 두고 각 대회별로 점수를 차등해 누적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각 종목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리면서 논의가 공회전했고, 정부는 결국 이듬해인 2019년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전 국가차원의 비판이 들끓자 체육계 일각에서도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타협안이 고개를 들었다. 한 스포츠계 관계자는 "국제대회 참가국 수, 해당 종목의 프로리그 존재 여부, 경쟁국 프로선수 출전 여부 등을 기반으로 종목별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시작 전 이미 예술·체육 요원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며 "누적 점수제 도입 방안뿐 아니라 예술·체육 요원이 과거처럼 국위선양에 부합하는지 근본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나고야 =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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