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가는 그날 위해…‘돈 쓰는 법’ 배워요

서대웅 기자 2026. 10. 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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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학교’ 금융교육 현장 가보니
만성질환 장기치료 아동 대상으로
금감원·토스뱅크 협업 시범운영
“닌텐도 사고파” 꿈 키우는 아이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병원학교에서 김서준군(가명)이 금융교육을 받고 있다. 토스뱅크 제공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소아병동 8층에 마련된 ‘병원학교’. 돈을 만져본 적도, 직접 소비를 해본 적도 없는 김서준군(9·가명)은 ‘저축 보드게임’을 했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만큼 말을 움직이고, 해당 칸에 적힌 물품을 살지 말지 정하는 게임이었다. ‘아이스크림’ ‘캐릭터 공책’ 등이 나왔지만 서준이는 사지 않았다. 선생님이 이유를 물었다.

“아이스크림 안 사요. 닌텐도 드래곤퀘스트 살 거예요.”

저축해서 닌텐도 게임기를 사고 싶다는 서준이는 ‘조혈모세포 이식편대숙주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2022년 10월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음식을 먹지 못해 혈관으로 고농도 영양 수액을 공급받고 있다. 최근에야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병원과 병원학교는 아픈 아이들이 세상을 만나는 창이다. 병원학교는 암 등 중증·만성질환으로 3개월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한 건강장애학생을 위해 병원 내 마련된 특수 형태 학교다. 아이들은 원격수업과 병원학교 수업으로 의무교육 시수를 채운다. 보통 국어·영어·수학·음악 등 과목으로 수업을 하는데 ‘금융교육’ 과목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분 병원에 있는 아이들이 ‘소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병원 내 빵집, 카페, 편의점 정도이다 보니 금융교육은 각별했다. 특히 음식을 먹지 못하는 서준이에게 경제금융 활동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은 병원 내 편의점이 유일하다.

서준이 엄마는 “서준이 또래 정도면 편의점에서 물건 세 개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그 이유를 알 텐데, 서준이는 소비 경험이 없다 보니 소비의 ‘간절함’보다 ‘갈망’만 있다”며 “금융교육으로 이 간절함을 알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병원학교에서의 금융교육은 금융감독원과 토스뱅크, 사회적기업 ‘피치마켓’의 합작으로 마련됐다. 현재 금융권과 금감원이 진행하는 ‘1사1교’는 보통의 초중고교를 찾아가서 이뤄진다. 토스뱅크는 이를 병원학교로 확대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특수교육 전문 강사진을 보유한 피치마켓이 합류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병원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 단계다.

삼성서울병원 병원학교 양선미 교무부장은 “저희 학교가 개교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백혈병을 앓아 학교에 온 뒤 건강을 되찾아 졸업한 학생이 성인이 돼 음악을 가르치러 오는 등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그간 금융교육은 없었다”고 했다.

병원학교에서의 금융교육은 토스뱅크 한 곳만으론 역부족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전국 병원학교 수는 35곳으로, 아동은 1900여명이다. 지금은 초등학생 대상 금융교육 교재가 통일돼 있는데, 저학년과 고학년 등으로 대상을 세분화할 필요도 있어 보였다. 서준이는 이날 수업이 금융교육 마지막 회차라고 하자 아쉬워했다. 이날 서준이는 닌텐도 드래곤퀘스트를 사기 위한 간절함을 느낀 듯했다.

서대웅 기자 sdw61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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