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윤의 먹거리 이야기] ⑪지구를 생각하는 입맛, 기후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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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일에도 탄소 발자국이 찍힌다. 기후미식은 맛과 즐거움을 지키면서도 이 탄소를 줄이려는 식탁의 태도를 말한다.
미국의 샐러드 체인 저스트샐러드가 2020년 음식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배출량을 적어 미국 외식업체 가운데 처음 도입했고 매사추세츠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 구내식당도 메뉴에 탄소 등급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탄소를 앞세운 미식이 죄책감을 부추기거나 금욕을 강요하는 쪽으로 흐르면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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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일에도 탄소 발자국이 찍힌다. 우리가 하루 세 끼로 내뿜는 온실가스를 다 더하면 적지 않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3분의 1이 먹거리를 기르고 나르고 버리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곧 기후 문제가 되는 시대다. 기후미식은 맛과 즐거움을 지키면서도 이 탄소를 줄이려는 식탁의 태도를 말한다.
무엇부터 줄여야 할까? 영국 옥스퍼드대의 푸어와 네멕이 2018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가 한 가지 답을 준다. 119개국 3만 8000여 농장을 분석한 이 연구에서 같은 단백질 1킬로그램을 얻는 데 드는 온실가스는 식품마다 크게 달랐다. 소고기는 약 60킬로그램인데 두부는 3.5킬로그램, 콩류는 1킬로그램에 못 미쳤다. 소고기가 콩의 스무 배가 넘고 닭고기나 돼지고기보다도 몇 배 많다. 그래서 접시에서 붉은 고기의 비중을 조금 줄이고 식물성 단백질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탄소를 꽤 덜 수 있다.
흔한 오해 하나는 바로잡아야 한다. '푸드 마일리지', 곧 먹거리가 산지에서 식탁까지 이동한 거리를 줄이는 것이 기후 대응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가까운 것을 먹는 일은 분명 미덕이지만 운송이 먹거리 전체 배출에서 차지하는 몫은 생각보다 작다. 모든 국제 운송을 멈춰도 먹거리 배출은 10분의 1가량 줄어들 뿐이라는 추정이 있다. 배출의 대부분은 기르는 단계, 특히 가축 사육에서 나온다. 멀리서 온 제철 채소가 가까운 온실에서 난방으로 키운 채소보다 오히려 탄소가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얼마나 멀리서 왔는가'보다 '무엇을 먹는가'가 먼저다.
그렇다고 로컬푸드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제철에 노지에서 자란 지역 농산물은 난방과 저장에 드는 에너지가 적고 신선하며 지역 경제를 돌린다. 기후미식의 실천이 거창한 결단일 필요도 없다. 제철 재료를 중심에 놓고 사 먹기보다 직접 조리하며 먹을 만큼만 사서 버리지 않는 것. 이 오래된 살림의 지혜가 그대로 저탄소 식사가 된다.
이 변화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외식의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메뉴판에 음식의 탄소 배출량을 숫자로 표시하는 '탄소 라벨'이 그 예다. 미국의 샐러드 체인 저스트샐러드가 2020년 음식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배출량을 적어 미국 외식업체 가운데 처음 도입했고 매사추세츠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 구내식당도 메뉴에 탄소 등급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메뉴에 탄소 정보를 보여 주자 손님들이 배출이 큰 음식을 덜 고르더라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영양 성분표가 그러했듯 탄소도 눈에 보이면 선택이 달라진다. 세계의 여러 요리사들이 채소를 주연으로 올리고 고기를 조연으로 돌리는 '채소 중심' 차림을 새로운 미식의 언어로 제안하는 흐름도 같은 자리에 있다.
한식은 이 흐름에서 유리한 자리에 서 있다. 나물과 쌈, 장과 김치, 두부와 콩으로 짠 우리 밥상은 본래 식물성 비중이 높고 발효로 저장성을 높인 저탄소 식문화다. 제철 재료를 존중하고 자투리까지 쓰는 조리법도 낭비가 적다. 기후미식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무엇을 배우라는 요구가 아니라 이미 가진 밥상의 지혜를 다시 보라는 권유에 가깝다.
경계할 점도 있다. 탄소를 앞세운 미식이 죄책감을 부추기거나 금욕을 강요하는 쪽으로 흐르면 오래가지 못한다. 탄소 라벨을 보고 한 끼를 절제한 사람이 '그만큼 아꼈으니 괜찮다'며 다른 데서 더 소비하는 반동도 보고된다. 무엇보다 식탁의 선택만으로 기후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생산과 유통, 정책이 함께 바뀌어야 하며 개인의 입맛에 책임을 모두 지우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그럼에도 기후미식이 반가운 까닭은 그것이 희생이 아니라 또 하나의 맛의 발견이기 때문이다. 제철의 채소를 제대로 다루면 고기 못지않게 풍부하고 콩과 발효가 빚는 감칠맛은 그 자체로 깊다. 지구를 덜 해치는 식탁이 더 맛없는 식탁일 이유는 없다. 잘 고른 한 끼가 내 몸에도 지역에도 지구에도 이로울 수 있다는 것. 미래의 밥상이 향하는 자리가 바로 거기다.
[문상윤 식품학 박사(filmm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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