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은 환자 다시 보게 하는 '빛 스위치'에 노벨생리의학상

변태섭 2026. 10. 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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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빛으로 뇌 속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광유전학'을 개척한 미국과 독일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10여 년 전 다이서로스 교수의 연구실에 방문해 광유전학 기술을 배웠다는 김대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뇌는 반도체 회로처럼 여러 신경세포가 작용하는데, 광유전학은 특정 신경세포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뇌 기능을 상세히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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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다이서로스, 獨 헤게만·나겔 공동 수상
‘光유전학’ 개척하고 뇌 연구 새 시대 열어
시각·청각장애, 신경질환 치료에 응용 기대
김대수 KAIST 교수 "10년 전 연구로 인연"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칼 다이서로스(왼쪽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 노벨위원회 제공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빛으로 뇌 속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광유전학’을 개척한 미국과 독일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기억과 감정, 행동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밝혀 뇌 연구의 새 시대를 열었고, 이들이 발견한 단백질은 시력을 잃은 환자에게 시력을 되찾아주는 임상시험에 쓰이고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페터 헤게만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 게오르크 나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를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위원회는 “빛에 의해 열리는 이온통로와 광유전학에 관한 발견을 이룬 공로”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뇌가 감정과 행동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였다. 돌파구는 단세포 녹조류 '클라미도모나스'에서 나왔다. 헤게만 교수와 나겔 교수는 이 녹조류가 빛을 감지하고 그쪽으로 이동하는 원리에 주목해 세포 표면에서 ‘채널로돕신’이란 단백질을 발견했다. 청색광을 비추면 단백질이 통로처럼 열리고 전하를 띤 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전기신호를 만들었다.

다이서로스 교수는 이 발견을 뇌 연구에 접목했다. 쥐의 신경세포에서 유전자를 조작해 채널로돕신이 생성되게 한 다음 빛을 비추면 활성화하도록 만든 것이다. 빛으로 신경 신호를 조절하는 이 기술은 광유전학으로 불리며 세계로 확산했다. 특정 신경세포를 활성화했을 때 나타나는 행동 변화를 관찰하면, 그 세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현재 광유전학은 파킨슨병과 간질, 수면장애 같은 신경계 질환을 연구하고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 쓰인다.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손상돼 시력을 잃는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에게 광유전학과 채널로돕신을 적용해 시력을 되찾아주기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남아 있는 망막 신경세포가 빛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일부 시각 기능이 회복된 사례도 보고됐다. 광유전학 기술로 인공와우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나온다.

10여 년 전 다이서로스 교수의 연구실에 방문해 광유전학 기술을 배웠다는 김대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뇌는 반도체 회로처럼 여러 신경세포가 작용하는데, 광유전학은 특정 신경세포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뇌 기능을 상세히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르 스벤닝손 노벨생리의학상 위원장은 “광유전학 덕분에 뇌의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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