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엔에스 말고 동지가 필요하다 [성한용 칼럼]

성한용 기자 2026. 10. 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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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통령은 외롭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 중에도 에스엔에스 정치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통령에게서 에스엔에스를 빼앗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지금 정치적 동지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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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한 후 자리에 앉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성한용

우리나라 대통령은 외롭다. 인간이 본래 외로운 존재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은 특히 외롭다. 권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권력이 크면 책임이 크고 부담도 크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대통령직의 무게에 짓눌렸다.

“국민들의 환호와 영광 뒤에는 숨은 고통과 고독이 따랐다. 그러나 누구한테도 호소할 수 없는 자리가 바로 대통령이란 자리였다.”(김영삼)

“권력의 이면에는 국민 누구에겐가 억울하고 불행한 일이 생기면 모두가 대통령 잘못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부담감이 놓여 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노무현)

“외롭고 힘든 때가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대통령이기에 좌절할 수 없었다. 귀 기울이고 의논해야 하지만 결코 힘든 내색을 해서는 안 됐다. 불평하고 하소연할 틈도 없었다.”(이명박)

이재명 대통령이 요즘 무척 힘든 것 같다. 9월30일 엑스에 이런 내용의 긴 글을 올렸다.

“에스엔에스는 저와 국민과의 직접 소통 통로입니다. 모든 언론 기득권자들이 나서 저를 고립시키고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로 음해하며 공격할 때 저와 국민들을 연결시켜 진실을 알리고 저를 살려준 것도, 저를 지금의 이 자리까지 이끌어준 것도 에스엔에스입니다. 어려울수록, 왜곡된 공격이 심할수록 더욱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국민들께 기대야 합니다. 앞으로 기자회견이든 토론회든 현장 방문이든 루스벨트식 노변정담이든 유튜브 생방송이든 더욱더 국민들께 가까이 다가가 공감하고 소통하겠습니다.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실제로 수많은 글을 페이스북과 엑스에 올리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과의 직접 소통 수단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이를테면 자신을 비판하는 글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반박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옹호하거나 정청래 전 대표와 만찬을 한 이유를 설명하는 글들이 그런 것이다. ‘좌아하게’라는 편향적 표현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에스엔에스에 올리는 글을 돕는 참모들도 없는 것 같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시간과 에너지를 에스엔에스에 쏟아붓는 게 정상일까? 비정상이다. 대통령의 시간과 에너지는 공공재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대체 왜 이럴까? 피해의식이나 자기 연민의 발로인 것 같다. 아니면 뭔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어쨌든 비정상이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 중에도 에스엔에스 정치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재명 대통령 생각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집도 무척 세다. 참모들이 직을 걸고 뜯어말려야 한다. 대통령에게서 에스엔에스를 빼앗아야 한다. 대통령의 에스엔에스는 시스템으로 통제하고 관리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런 참모들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다. 이재명 대통령 곁에는 성남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실무자들이 있다. 그러나 정치적 동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불행한 사람이다. 어쩌면 불쌍한 사람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정치적 동지들이 있었다. 동지들과 함께 정권을 잡았고 동지들과 함께 정권을 끌고 갔다. 기쁨과 슬픔, 행복과 고통을 동지들과 함께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상도동계 참모들이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동교동계 참모들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 민정수석과 운동권 출신 젊은 참모들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실세 참모들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재명 대통령은 외톨이인 것 같다. 큰일이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안타깝지만 결국 이재명 대통령에게 달렸다. 마음속의 분노를 내려놓아야 한다. ‘자기 정치’나 ‘자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너무 의식할 필요 없다. 그냥 두면 그들은 소멸한다.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지금 정치적 동지들이 필요하다. 정권에 대해 무한 공동책임을 질 수 있는 동지들을 불러들여야 한다. 그들과 권력을 나눠야 한다. 실세 비서실장, 실세 수석비서관, 실세 국무총리, 실세 장관들이 있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할 수 있을까? 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엑스 계정 갈무리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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