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HIV 감염인 1만 7557명, 50세 이상 43.5%…"예방·지원법 개정 필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 장기간 생존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현행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은 여전히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예방과 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서미화 의원은 현행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을 가칭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예방 및 감염인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미화 의원은 "HIV 감염인이 늘고 고령화되고 있음에도 법과 정책은 여전히 감염인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과거 관점에 머물러 있다"며 "감염 예방은 물론, 치료와 일상, 돌봄과 자립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법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 장기간 생존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현행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은 여전히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예방과 통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에 생존해 있는 내국인 HIV 감염인은 총 1만 755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연도 신규 감염자가 아니라, 신고된 감염인 중 2025년 말 기준 생존 환자의 규모다.
국내 생존 감염인 수는 2012년 7678명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신규 감염의 급증'으로 단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치료제의 발전으로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장기 생존이 가능해진 현실이 반영된 수치이기 때문이다. 실제 내·외국인을 합산한 연간 신규 신고 인원은 2019년 1223명에서 2025년 927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HIV 정책의 패러다임도 단순 진단 및 질병 관리를 넘어, 감염인이 생애 전반에 걸쳐 치료를 지속하며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염인의 고령화 현상도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2025년 기준 50세 이상 감염인은 7632명으로 전체의 43.5%를 차지했으며, 60세 이상도 3831명(21.8%)에 달했다. 특히 70세 이상 감염인은 2019년 595명에서 2025년 1228명으로 6년 새 106.4%나 급증했다. HIV 정책이 단순 예방과 치료비 지원을 넘어 장기 복약, 만성질환 관리, 정신건강, 사회적 고립 예방, 간병·요양, 주거와 자립 등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의료 현장에서 치료 중인 감염인은 2020년 1만 3767명에서 2024년 1만 6502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이는 건강보험 청구 자료(HIV 주상병 및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처방 기준)를 기반으로 한 집계로, 신고 자료 기준의 생존 감염인 수와는 일부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HIV와 AIDS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HIV 감염인은 바이러스를 보유한 사람을 뜻하며, AIDS는 감염 후 면역기능이 떨어져 기회감염 등의 증상이 나타난 상태를 의미한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해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면 체내 바이러스를 억제하여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가 미검출 수준으로 유지되면 성접촉을 통해서도 전파되지 않는다는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 미검출=전파불가)' 원칙이 의학적으로 확립되어 있다.
그러나 현행법의 명칭은 여전히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머물러 있다고 서 의원은 지적했다.
일부 보호·지원 조항이 있긴 하지만, 법의 기본 체계와 시각이 AIDS 예방과 감염인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어 감염인의 치료 및 생활 지원에 대한 국가 책임을 구체화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 의원에 따르면 현재 질병관리청이 HIV 진료비 지원, 의료기관 상담사업, 요양·돌봄 지원, 쉼터 운영 등을 시행하고 있으나, 2026년 기준 감염인 쉼터는 전국을 통틀어 대구 한 곳에 불과하다. 대다수 지원 사업 역시 법적 권리라기보다 개별 사업 예산에 의존하고 있어 불안정한 실정이다.
의료기관 감염인 상담사업 참여기관은 2019년 26곳에서 2026년 6월 32곳으로 늘었고, 상담 참여율도 65.0%에서 71.1%로 상승했다. 그러나 2026년 기준 배치된 상담간호사는 45명에 불과하며, 2025년 기준 상담간호사 1명이 평균 297명의 감염인을 담당하는 과부하 상태다. 심지어 32개 참여기관 중 23곳은 상담간호사가 단 1명만 배치되어 있다.
사단법인 '함께서봄' 권태윤 이사는 "HIV 감염인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치료를 넘어 간병과 요양, 돌봄의 문제를 피부로 마주하는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겪는 거부와 배제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법률과 지원체계를 개편해 감염인이 지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미화 의원은 현행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을 가칭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예방 및 감염인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에는 ▲HIV와 AIDS의 명확한 개념 구분 ▲감염인의 건강권 및 치료권 명시 ▲진단 후 치료 연계 및 지속복약 지원 ▲심리·정신건강 지원 ▲고령 감염인 대상 요양·돌봄 및 주거·자립 지원 ▲진료 및 사회서비스 이용 시 차별 금지 ▲개인정보 보호 ▲실태조사 및 정책 참여 보장 등이 담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미화 의원은 "HIV 감염인이 늘고 고령화되고 있음에도 법과 정책은 여전히 감염인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과거 관점에 머물러 있다"며 "감염 예방은 물론, 치료와 일상, 돌봄과 자립을 다각도로 지원하는 법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방과 감염인 지원은 결코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다"라며 "감염인이 낙인과 차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권과 존엄을 보장해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이고 인권적인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