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3만원’과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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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삶의 틈바구니에서 전해진 한 배달기사의 사연이 시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가난한 이웃이 돼지저금통을 털어 마련했을 마음을 헤아린 기사는 피자값 3만원과 음식을 그대로 둔 채 발길을 돌렸다.
한쪽에서는 100원짜리 동전을 열 번 넘게 세며 모은 3만원의 무게감을 헤아려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 민초(民초)의 선의가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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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삶의 틈바구니에서 전해진 한 배달기사의 사연이 시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간 배달기사는 문 앞에 놓인 지폐와 100원짜리 동전이 가득 든 지퍼백, 그리고 “3만원 맞아요. 열 번 넘게 셌어요”라는 정성 어린 메모를 목격했다. 가난한 이웃이 돼지저금통을 털어 마련했을 마음을 헤아린 기사는 피자값 3만원과 음식을 그대로 둔 채 발길을 돌렸다. 타인의 형편을 살피는 온기가 온라인을 통해 퍼지며 수십만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반면 고위 공직사회가 보여준 세금 쓰임새는 씁쓸한 대조를 이룬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출장길에 아내를 동행시키며 배우자 여비로만 국가 예산 1000만원을 지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총출장 경비 5800여만 원이 전액 헌재 예산으로 충당된 가운데, 초청 인원 제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례를 들며 나랏돈을 집행한 것이다. 헌법의 가치와 공의를 수호해야 할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국민 세금을 대하는 태도라기엔 낯부끄러운 대목이다.
한쪽에서는 100원짜리 동전을 열 번 넘게 세며 모은 3만원의 무게감을 헤아려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는 민초(民초)의 선의가 반짝인다. 다른 한쪽에서는 국민이 땀 흘려 낸 혈세 1000만원을 해외 출장 여비라는 명목으로 무감각하게 써버리는 공직 권력의 도덕 불감증이 자리한다.
단돈 몇 천원, 몇 만원에 눈물 흘리고 절약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필부(匹夫)들에게 헌재소장 일가의 해외 출장 영수증은 깊은 허탈감을 안겨준다. 법과 권력을 쥔 이들이 정작 평범한 이웃들의 고단한 삶과 세금의 무거움을 단 한 순간이라도 헤아려 보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탄필(呑筆·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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