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기차 공장은 '로봇 실험장'… 공급망·생산 전략 그대로 이식

한지연 기자(han.jiyeon@mk.co.kr),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6. 10. 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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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는 프로젝트명 '야오순위(堯舜禹)'를 가동 중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이은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낙점한 배경은 산업 간 연관성이 커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개발과 부품 양산, 생산 현장 투입을 연결하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 투입해 생산 현장을 로봇 개발과 부품 양산 시험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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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자동차 이제 로봇에 올인
전기차·로봇에 동일 AI체계
자체 공장서 피지컬AI 실험
외부고객 없어도 데이터 축적
현대차, 피지컬AI 투자하지만
中로봇 실전 투입이 한발앞서
"美시장, 韓로봇 전진기지로"

BYD는 프로젝트명 '야오순위(堯舜禹)'를 가동 중이다. 자사 공장에 약 2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부품 운반·검사 공정을 자동화했다. 또 올해 8월에는 선전에 있는 촉각센서·휴머노이드 손 전문 기업 '파시니(PaXini)'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BYD 공장을 파시니 로봇의 산업 응용·데이터 수집 현장으로 전면 개방해 협업 중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BYD는 2015년 이후 자동차 인접 분야에만 57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그중 약 70%인 40억달러를 산업용 로봇에 쏟아부었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상하이차와 GM이 합작한 상하이GM은 상하이 로봇 스타트업 애지봇과 휴머노이드를 공동 개발하고 이를 자동차 배터리 라인에 투입했다. 로봇은 배터리 셀을 집어 올리고 적재하는 공정을 담당한다. 기존 자동화 설비가 정해진 위치·동작만 처리하는 것과 달리 휴머노이드는 유연한 작업이 가능해 다품종 소량생산 라인에서 효용이 크다는 평가다.

◆ 압도적인 중국 내수시장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피지컬 인공지능(AI)에 투자하는 장면이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이은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낙점한 배경은 산업 간 연관성이 커서다. 전기차에서 쌓은 기술, 부품 공급망, 생산 역량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중국 자동차 시장은 한국과 미국을 압도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내수시장은 연간 2730만대 규모다. 미국 1630만대, 한국 168만대를 초월한다. 방대한 내수를 기반으로 전기차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한 경험을 로봇 산업에 이식하려는 것이다.

막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한 생산 능력은 로봇 산업을 키우기 충분하다. 로봇 투입이 늘수록 데이터 축적과 AI 성능 개선, 생산량 확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와 휴머노이드는 핵심 기술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와 모터·인버터·감속기·센서·제어기·반도체는 휴머노이드의 관절과 구동계, 전력관리 시스템에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차가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과정도 휴머노이드가 공간과 사물을 파악해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와 유사하다. 자동차에서 축적한 AI와 센서 융합, 동작 제어 기술을 로봇에 이전하기 유리한 이유다.

◆ 미래차는 곧 로봇

미래 자동차가 로봇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업체들은 이에 기술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샤오펑은 자율주행과 AI·센서·구동 기술을 휴머노이드 '아이언'에 적용하고 자동차와 로봇에 동일한 AI 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아이언에 적용된 기술 중 약 70%가 전기차와 관련됐다는 게 샤오펑 측 설명이다.

BYD는 생산 자동화 기술을 내재화하는 동시에 완성차와 배터리를 넘어 첨단 제조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리·체리·광저우자동차·상하이자동차 역시 로봇 기업 투자와 공동 개발, 자체 휴머노이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퉈푸와 싼화 등 대형 부품사는 기존 모터·열관리 기술을 활용해 액추에이터 등 로봇 핵심 부품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물론 한국 완성차·부품업계도 로봇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전동화 전환으로 엔진·변속기 등 기존 기계 부품 수요가 줄면서 액추에이터와 모터·센서 등 로봇 부품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개발과 부품 양산, 생산 현장 투입을 연결하는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 몸체 액추에이터를 공급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 투입해 생산 현장을 로봇 개발과 부품 양산 시험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HL만도도 자동차 조향·제동 기술과 양산 경험을 토대로 로봇용 액추에이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로봇 전문기업들도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로보티즈는 자체 액추에이터를 적용한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 K1'을 내년부터 연간 1000대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 미국 시장 활용할 지혜를

하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시장이 작다보니 역량이 소수 기업에 집중돼 산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로봇 기업의 98%가 중소기업이며, 81.8%는 연구개발(R&D) 실적이 없다.

미국마저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 완성차의 글로벌 점유율은 2000년 약 28%에서 2024년 약 12%로 크게 줄었다. 자동차 경쟁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맥킨지는 "중국 완성차는 전기차·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에서 훨씬 빠른 개발 사이클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외부 공동 투자,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개발 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미국을 국내 기업이 양산 규모를 키울 전략적 시장으로 꼽는다. 미국이 국가안보와 공급망 보호를 이유로 중국산 첨단 로봇과 핵심 부품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을 서둘러 중국의 빈자리를 선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국내 로봇 업계 관계자는 "개별 제품 기술력만으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어렵다"며 "기업들은 미국 등 전략 시장에서 생산 기반과 수요처를 확보하고 정부도 R&D에서 실증·양산으로 이어지는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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