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버린 AI 한다더니” 공무원용 AI에 외산 모델 과반수... 美 제재 中모델도 포함
美 수출 통제한 중국 기관 모델도 포함
정부가 공무원 업무용으로 구축한 인공지능(AI) 플랫폼인 ‘범정부 초거대 AI 공통기반’에 탑재된 AI 모델 11종 중 7종이 외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산 AI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막대한 혈세를 들여 소버린 AI(주권 AI)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작 정부의 업무용 AI 플랫폼엔 외국산 모델이 더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정부가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한 중국 기관에서 만든 AI 모델까지 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국산 AI 육성 방침과 실제 이행 사이에 심각한 간극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모델 선정 과정의 보안 검증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소버린AI 한다더니 외국 모델이 과반수
정부는 지난해부터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AI 모델과 GPU(그래픽 처리 장치) 등 연산 자원을 공동으로 쓰는 ‘범정부 초거대 AI 공통 기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 업무를 효율화하고 소버린 AI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 전용 인프라다. 현재 삼성SDS의 ‘패브릭스’와 네이버클라우드의 ‘클로바 스튜디오 포 거브’가 운영되고 있다.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장겸(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도입 모델 31종 중 국산은 12종에 불과했으나 외국산은 19종에 달했다. 이미 정부 플랫폼에 탑재된 11종 중에서도 외국산이 7종으로 과반이었다. 나머지 모델도 언제든 활성화할 수 있는 상태다.
당장 “외산 AI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정부 방침과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정부는 해외 AI 의존에 따른 기술·경제 안보 종속을 해소하겠다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을 출범하고 정부 GPU를 집중 지원해 왔다”며 “심지어 지난 1월 1차 평가에서 중국 알리바바 모델 가중치를 가져다 쓴 네이버클라우드를 ‘독자성 부족’으로 탈락시켜 놓고, 정작 공무원이 매일 쓰는 정부 공통 AI 플랫폼에는 국산 모델 우선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비용의 적정성도 문제다. 삼성SDS 플랫폼에서 규모가 가장 큰 모델은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2 250B’, 네이버클라우드에서는 엔비디아의 ‘네모트론 550B’다. 모델 이름 뒤의 숫자는 AI가 학습 과정에서 조정하는 내부 수치인 매개변수의 규모를 뜻하며, B는 10억개 단위다.
김 의원실은 “네모트론이 답을 내기 전 긴 추론 과정을 거치는 모델인 만큼 연산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내 플랫폼사에 이용료를 내더라도 모델 가동에 드는 GPU 비용 등이 서비스 원가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AI가 처리하는 글의 단위인 ‘토큰’당 요금이나 정액제 금액, 요금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이 제재한 중국 기관 모델도 포함
총 31종의 도입 AI 모델 목록에는 중국 베이징인공지능연구원(BAAI)이 개발한 ‘Bge-M3’도 포함됐다. BAAI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3월 수출 통제 대상 명단(Entity List)에 올린 기관이다. 미 상무부는 “BAAI가 중국 군 현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고성능 AI 칩 등 통제 품목을 허가 없이 확보하려 했고, 국방 목적의 대형 AI 모델과 첨단 컴퓨팅 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Bge-M3는 사용자 질의 등을 분석·답변하는 생성형 AI 모델이 아니라 텍스트를 컴퓨터가 이해하기 쉬운 벡터(숫자)로 변환하는 임베딩 모델”이라며 “외부로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도록 물리적으로 분리돼 보안이 확보된 행정망 내부 환경에서 운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베딩 모델은 일반적으로 AI가 법령·규정·공문서 중 어떤 자료를 근거로 답할지 찾아내는 ‘검색(RAG)’ 단계에 쓰인다. 따라서 특정 키워드나 문장에 대해 잘못된 값을 출력하도록 설정되어 있다면, 검색 결과를 교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해당 모델의 가중치를 전수 조사해 고의적인 ‘조작’ 여부를 검증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AI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도입할 AI 모델 개발 국가나 개발 기관을 따지는 검증 기준이 없었음을 인정했다. 과기정통부는 김 의원실에 “범용성과 검색 성능, 다국어 지원 및 활용성 등을 고려하여 각 플랫폼사가 도입했다”며 “AI 모델 도입 시 특정 국가의 AI 모델을 제한하지는 않고 있으며, 모델의 기능·성능과 보안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작 이 모델을 만든 기관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며 “보안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면서, 무엇을 검토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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