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이벤트가 아닙니다… 연휴 '주유소 할인'이 남긴 것 [톺아보기+]

김정덕 기자 2026. 10. 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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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부담을 공공이 함께 분담하겠다." 지난 9월 18일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을 17일 판매가격 대비 리터(L)당 100원 할인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밝힌 취지입니다.

이번에 정부가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을 9월 17일 판매가격보다 리터(L)당 100원 할인한다고 했을 때, 내심 반긴 건 그래서입니다.

형님은 "이번 고속도로 주유소 유류 가격 할인 정책이 어차피 고속도로를 나갈 일도 없는 사람에겐 별 볼 일 없는 정책"이라면서 "물론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라지만, 겨우 몇천원 아끼자고 고속도로를 나갔다 들어오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냐"며 혀를 찼습니다.

정부 정책이 발표되자 한국주유소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등은 "고속도로 재정주유소에만 공적 재원을 투입해 가격을 낮추는 건 정상적인 가격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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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정책 톺아보기
고속도로 주유소 할인 정책
유류비 부담 줄여주겠단 취지
하지만 효능감 낮고 불만 다양
현 정부 환경 정책과도 충돌
과학적 근거 갖고 정책 펼쳐야

"고유가 부담을 공공이 함께 분담하겠다." 지난 9월 18일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을 17일 판매가격 대비 리터(L)당 100원 할인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밝힌 취지입니다. 과연 국민은 이 정책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요. 당초 정부는 명확한 정책 목표를 제시하거나 효과 분석을 계획하지도 않은 만큼, 기자의 경험담을 토대로 이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고속도로 주유소 가격 할인 정책은 다양한 비판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기자의 본가는 경북 포항입니다. 그래서 명절 때마다 짧게는 4시간, 길게는 6시간가량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죠. 혼자일 땐 버스나 기차가 나름 편했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늘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해 꼭두새벽에 출발하곤 했는데,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싫지만, 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기름 소비도 그만큼 늘어나니까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입니다.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에 정부가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의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격을 9월 17일 판매가격보다 리터(L)당 100원 할인한다고 했을 때, 내심 반긴 건 그래서입니다. 저도 정책의 혜택을 볼 테니까요.

이번 추석에도 꼭두새벽에 집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그렇게 한산한 건 아닙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으로 새벽에 이동하는 차들이 적지 않아서죠. 출발 시에 연료 게이지가 1칸밖에 없었기 때문에 얼마 가지 않아 고속도로 주유소에 들렀습니다. 요즘 기름값이 너무 비싸 기름을 가득 넣지 않는 게 일상이 된 탓입니다.

새벽 시간대였음에도 휴게소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 이들이었습니다. 대기 행렬이 엄청 긴 편은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명절 연휴 때보단 많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1739원, 경유 가격은 L당 1736원이었습니다.

어차피 먼 길을 가야 하니 기름을 가득 넣었습니다. 대략 9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여전히 비싼 값이지만, 일반주유소의 가격 대비 100자리대 숫자부터 달라지니 정책의 효과는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본가에 도착해 가족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포항에 살고 계신 형님과 경주에 사시는 큰누님은 정책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오히려 불평을 쏟아냈죠. 형님은 "이번 고속도로 주유소 유류 가격 할인 정책이 어차피 고속도로를 나갈 일도 없는 사람에겐 별 볼 일 없는 정책"이라면서 "물론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라지만, 겨우 몇천원 아끼자고 고속도로를 나갔다 들어오는 이들이 몇이나 되겠냐"며 혀를 찼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자원 낭비'"라는 비판도 내놨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큰누님의 불만은 조금 달랐습니다. 큰누님은 그동안 경주에서 포항까지 늘 국도를 이용했습니다. 굳이 돈을 내고 고속도로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거리였으니까요. 이번에 고속도로 주유소 유류 가격을 할인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늘 다니던 길에 익숙해져 고속도로로 오는 걸 깜박했다는 거였습니다.

큰누님은 "할인 생각만 하고 국도로 오다가 결국 100원 이상 더 비싼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할인을 안 했으면 모르는데 나만 손해를 본 느낌"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일반주유소에서도 할인을 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연휴가 끝나고 올라오는 길에 다시 한번 기름을 넣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본가에서 새벽에 출발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던 탓에 오전 늦게 출발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곳 할 것 없이 휴게소마다 차들이 즐비했습니다. 기름을 넣으려면 수십분을 기다려야 했죠. 짜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100원 할인이 어디냐'고 애써 합리화를 하며 주유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옆을 보니 차창을 열고 대기 행렬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혼잣말로 "그래 봐야 몇천원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주유 대기로 인해 귀경이 더 늦어질 것 같으니 그럴 만도 했죠.

저도 가만히 계산을 해봤습니다. 하행과 상행 두번으로 절약한 유류비는 고작해야 1만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혜택을 본 건 맞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주유를 하기 위해 보내야 하는 시간을 따져본다면 이게 과연 이득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정부의 고속도로 유류 가격 할인 정책에 불만을 내비치거나 효과성에 의문을 품은 이들이 일부 사람뿐이었을까요.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24일,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는 주유하려는 차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정부는 고속도로 주유소에 수요가 몰릴 것에 대비해 휴게소와 주유소의 동선을 분리하고 현장 관리인력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혼잡은 막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그들이 정말 만족스럽게 주유를 했을지 의문입니다.

■ 정책의 맹점① 혜택에도 불만 가득 = 각종 SNS와 관련 기사 댓글 등을 통해서도 다양한 불만들이 나왔습니다. 누군가는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유류 가격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고속도로상의 주유소'에선 모두 할인을 해주는 걸로 착각해 낭패를 본 이들도 있었습니다. 할인 정책이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주유소'에서만 진행됐기 때문이죠.

[사진|뉴시스]
더구나 정부의 유류 가격 할인 정책은 계속 연장돼 온 유류세 인하 조치와 마찬가지로 기름을 많이 넣을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입니다. 연료탱크 용량이 작은 소형차보다 용량이 큰 대형차를 타는 운전자가, 연비가 좋은 저배기량 차량보다 연비가 낮아 연료를 더 자주 넣어야 하는 고배기량 차량 운전자가 더 큰 이익을 본다는 얘깁니다.

결론적으로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더 큰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공재정 혁신 방안을 연구하는 독립 민간 연구소인 '나라살림연구소'에서도 유류세 인하 조치로 인한 이익이 주로 고소득층에 귀착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참고: 'K-패스보다 38배 많은 유류세 지원액의 오류'더스쿠프 698호·4월 20일자]

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국민 중엔 정부의 에너지·환경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한 청년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늘 탄소배출을 줄이자고 하면서 엄청난 돈을 써댄다"면서 "그런데 정작 탄소배출의 주범인 자가용 이용자에겐 혜택을 주고, 탄소배출을 줄인 대중교통 이용자에겐 별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게 앞뒤가 맞는 건가"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철도 이용객을 317만명(국무조정실), 고속버스 이용객을 296만명(추석 특별교통대책)으로 추산했습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전체 인구(5108만명)의 12.0%에 달하는 이들이 정부의 유류 가격 할인 정책에서 소외됐을 거란 얘기입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소외 국민'은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주유 대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 증가로 인해 환경적 비용이 소비자가 누린 혜택보다 더 클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지방에 사는 이들은 "원래 고속도로 주유소의 유류 가격이 시내 주유소보다 비쌌던 탓에 가격을 할인해줘도 크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서울 시내에서야 유류 가격이 워낙 비싸니까 할인을 크게 체감하겠지만, 다른 지역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모든 고속도로 주유소가 일반주유소들보다 가격이 비쌌던 건 아닙니다. 문제는 지역마다 할인을 체감하는 정도가 달랐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일부에선 "정부가 일부러 고속도로 휴게소 방문율을 높여 소비를 늘리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내놓은 게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 정책의 맹점② 시장왜곡 논란 = 그뿐만이 아닙니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시장왜곡 논란도 불렀습니다. 정부 정책이 발표되자 한국주유소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등은 "고속도로 재정주유소에만 공적 재원을 투입해 가격을 낮추는 건 정상적인 가격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일반주유소들은 '추석 연휴 특수'를 기대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습니다. 고객들이 죄다 고속도로 주유소로 빠져나갔으니까요. 기름을 넣더라도 평소보다 적은 양을 주유한 후,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가득 채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해져서 주유소 폐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반주유소들의 경영난에 불을 붙인 셈입니다. 어떤 주유소는 "고속도로 주유소보다 싸게 팔 수가 없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연휴 기간에 휴업을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미지|챗GPT]
오피넷에 따르면, 1일 기준 전국의 주유소는 1만305곳이고, 이 가운데 정유사 직영주유소를 제외한 자영주유소는 9906곳(96.1%·법인사업자 포함)입니다. 자영주유소들의 타격이 매우 컸을 거란 뜻입니다.

[※참고: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재정주유소 매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일반주유소들의 피해액은 얼마인지 등에 관한 공식통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 주유소에 이어졌던 대기 행렬만 봐도 그 결과는 충분히 짐작할 만합니다.]

■정책의 맹점③ 반성 없이 또 반복된다면 = 문제는 정부가 다양한 국민의 불만을 수렴하고 있느냐는 겁니다. 정부는 국민의 유류비 부담 경감을 위해 유류 가격 할인 정책을 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인 토대 위에 놓고 고심하진 않은 듯합니다.

이 정책에 얼마의 비용을 투입할 것인지, 어떤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둘지 등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 없었으니 성과 분석을 제대로 할 리도 없습니다. '100원의 할인'으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혜택을 봤는지도 알기 힘듭니다.

심지어 정부는 이번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비판에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도 않고 있습니다.[※참고: 이번 할인 이벤트에서 확실히 손해를 본 건 도로공사입니다. 고속도로 주유소가 가격을 할인하면 해당 주유소가 도로공사에 내야 할 임대료를 깎아주는 방식으로 보전이 됐습니다. 도로공사는 그 규모를 6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채에 허덕이는 도로공사의 재정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가올 내년 설 연휴에 지금과 비슷한 정책을 정부가 또 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연 국민이 이 정책을 반길 수 있을까요. 이재명 정부가 '즉흥적인 이벤트'처럼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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