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진은 정말 군인을 조롱했을까…‘절뚝 세리머니’ 비난, 선을 넘었다[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6. 10. 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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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진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우진 SNS

[스포츠경향 김세훈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금메달리스트 최우진이 때아닌 ‘지뢰 세리머니’ 논란에 휩싸였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오다 신발을 벗은 뒤 그 안에서 금메달을 꺼내는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린 게 발단이었다. 일부에서는 최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로 발목을 잃은 장병을 희화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국가대표 자격과 병역 혜택 박탈까지 거론했다.

영상이 불편하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9월21일 서부전선 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수색로 개척 작전을 하던 중 지뢰가 폭발해 간부 3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한 명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군은 9월28일 현장조사 결과 아군 지뢰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면서 북한군의 수지반보병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피해 장병과 가족에게는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사고다.

그렇다고 최우진의 동작을 곧바로 지뢰 피해 장병에 대한 조롱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확인된 정황은 오히려 반대쪽에 가깝다.

최우진이 선보인 것은 최근 국내외 러너들 사이에서 퍼진 이른바 ‘medal in shoe’ 세리머니다. 부상을 입은 것처럼 절뚝거리다가 신발을 벗으면 안에서 완주 메달이나 입상 메달이 나오는 식이다. 마라톤을 비롯한 러닝 관련 SNS에서 비슷한 영상이 반복해서 등장했고, 국내 언론들도 최우진의 동작이 이 유행 영상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최우진 역시 현장에서 팬들이 보여주며 요청한 금메달 세리머니 영상을 참고해 촬영했다고 밝혔다.

한 외국인 러노의 ‘medal in shoe’ 세리머니

중요한 것은 여기서부터다. 현재까지 최우진이 DMZ 사고를 염두에 두고 이 세리머니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 더구나 피해 장병을 조롱할 목적으로 해외에서 이미 유행하는 영상을 골라 따라 했다는 정황도 확인되지 않는다. 최우진이 영상을 찍기 전에 해당 지뢰 사고를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최우진은 사과문에서 사고의 심각성과 장병들의 희생을 “깊이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논란이 발생한 뒤 밝힌 현재의 인식이다. 영상 촬영 전에 사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의미로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사고 자체를 전혀 몰랐다고 확정할 근거도 없다.

알고도 장병을 조롱했다고 몰아갈 근거는 없다. 상식적으로도 지뢰 사고를 알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흉내 내면서 자신의 병역 혜택을 자랑하려 했다면 공개 SNS에 영상을 올렸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미 여러 해외 러너가 사용해온 세리머니와 동작과 구성이 그대로 겹친다.

최우진은 논란이 커지자 영상을 삭제하고 지난 4일 직접 사과했다. 그는 “국군 장병과 관련된 사건을 연상시키거나, 비하 또는 희화화하려는 의도로 촬영한 것이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팬들이 요청한 영상을 참고했다고 설명하면서도 “확인하고 더 인지해야 했으나 미숙했던 점이 있었다”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 의도와 관계없이 여러 사람이 보는 콘텐츠인 만큼 더 신중했어야 했다며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사과했다.

최우진에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대표 선수이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병역 혜택까지 걸려 있는 상황이었다. 대표팀의 다른 선수들이 경기 뒤 “군대 안 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거나 전역모를 쓰고 사진을 촬영하면서 이미 병역 문제를 둘러싼 여론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는 영상은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힐 가능성이 있었다. 국가대표라면 그런 맥락까지 살폈어야 한다.

비판은 바로 그 지점까지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를 넘어 ‘발목을 잃은 군인을 조롱했다’, ‘군인을 비하했다’고 의도를 확정하고 국가대표 자격 박탈이나 병역 혜택 취소까지 요구하는 것은 사실관계보다 훨씬 앞서 나간다. 사람의 행동은 결과만큼 의도와 맥락도 살펴야 한다. 비슷하게 보인다고 같은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유행하던 세리머니를 따라 한 행동과 실제 지뢰 사고를 희화화하는 행동 사이에는 큰 거리가 있다.

최우진은 이미 사과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비교적 분명하게 설명했다. 앞으로 국가대표 선수로서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더 세심하게 살피면 된다.

경솔함은 지적할 수 있다. 실수에 대한 사과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악의를 만들어내고 정치적 의미까지 붙여 사람을 몰아붙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번 논란 역시 이제는 그 선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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