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의 미래’ 구마모토 가보니… 열풍은 불었다, 파급은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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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11일 일본 구마모토현 중북부에 위치한 기쿠요마치에는 노랗게 익은 논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논 너머 언덕 위에 대만 티에스엠시(TSMC)의 일본 자회사 제이에이에스엠(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1공장이 우뚝 서 있었다.
구마모토현 중북부에 자리 잡은 JASM 공장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구마모토현 남부의 중심 도시 야쓰시로가 나온다.
이 보도에 참여한 야마모토 아야코 기자는 한겨레21과 만나 "TSMC의 파급이 현 전역의 여러 업종에 폭넓게 퍼진 것은 아직 아니다"라면서도 "JASM 2공장에서 첨단 공정의 반도체 제조가 시작되면 기업 집적이 가속화되고 대만 기업의 추가 진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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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일본 자회사 JASM 공장, 지역 기업과의 공급망 및 인프라 구축 실패로 미풍에 그친 ‘100년 만의 기회’

2026년 9월11일 일본 구마모토현 중북부에 위치한 기쿠요마치에는 노랗게 익은 논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 논 너머 언덕 위에 대만 티에스엠시(TSMC)의 일본 자회사 제이에이에스엠(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1공장이 우뚝 서 있었다. 1공장 뒤로도 타워크레인 수십 대가 움직이고 있었다. JASM 2공장을 짓는 타워크레인이다.
공장 부지에서 남동쪽으로 내려가 기쿠요마치와 이웃 오즈마치 중심가로 들어서면, 신축 고급 주택과 맨션이 줄지어 서 있었다. 공장이 들어선 뒤 생긴 변화다. 출퇴근 시간이면 좁은 시골길에 전에 없던 러시아워가 생겼다. 기쿠요마치 산리기역 앞 상점가 상인들은 공장이 들어선 뒤 “손님이 많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2022년 4월 JASM 1공장 건설이 시작되자 상인들 추산으로 건설 인력 약 5천 명이 동네로 들어왔고, 음식점 매출은 20% 정도 늘었다. 인구 감소와 오랜 저성장이 일상이었던 일본의 남쪽 끝 지방 도시에 한꺼번에 수천 명이 북적이는 모습은 생소했다. 소비가 늘면서 세수도 늘었고, 기쿠요마치는 2025년부터 초·중학교 급식을 무상화했고, 도로와 배수시설도 정비했다. 고토 가즈키 기쿠요마치상공회 회장은 한겨레21과 만나 “마을 처지에서 세수는 정말 굉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수는 오래가지 않았다. 1공장이 완공되고 건설 노동자들이 떠나자 매출은 다시 줄었다. 상인들이 아쉬워한 건 그다음이다.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JASM 직원 2천여 명이 동네 손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JASM 직원 상당수는 셔틀버스를 타고 2.5~3㎞ 거리에 있는 하라미즈역 등을 통해 공장과 집을 오갔다. 공장과 동네 사이에 별다른 연결고리가 생기지 않은 것이다. 한 상인은 JASM 직원들을 두고 “공장은 가까이 있는데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 같다”고 말했다.

1공장 완공 후 끝난 특수, 돈은 지역 밖으로
일본 정부는 한국·대만·미국 등에 밀린 반도체산업을 되살리겠다는 목표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공장 유치에 나섰다. TSMC는 2021년 11월 구마모토현 진출을 발표하고, 소니 등과 합작한 자회사인 JASM을 설립해 2022년 4월 1공장을 착공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1990년대 이후 글로벌 반도체산업에서 뒤처진 일본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면서,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가 있는 혼슈에 견줘 상대적으로 소외된 규슈가 다시 성장할 기회로 여겼다. 이른바 ‘규슈 실리콘 아일랜드’의 부활을 노린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였다. JASM 1공장과 2공장에 1조2080억엔(약 10조4천억여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한 까닭이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는 JASM 공장을 두고 “지역에 10년간 4조엔을 넘는 경제효과와 7천 명 넘는 고용을 낳는다”고 말했다. 가바시마 이쿠오 전 구마모토현 지사도 TSMC 공장을 유치한 뒤 2024년 4월15일 퇴임하면서 “TSMC가 구마모토에 진출해 구마모토에 50년, 100년에 한 번인 발전의 기회가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년 만의 기회’는 어떻게 됐을까. 국가적으로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전남광주에 2030년부터 가동이 가능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인 한국은 구마모토 사례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한겨레21은 2026년 9월7일부터 9월12일까지 엿새 동안 구마모토의 돈과 사람, 공간을 따라가며 일본의 국가 프로젝트로 인해 무엇이 구마모토에 들어왔고, 무슨 성과와 후과가 남았으며, 그 성과와 후과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심층 취재했다.
JASM 1공장은 착공 20개월 만인 2023년 12월 완공됐다. 반도체 양산은 2024년 12월에 시작했다. 1공장에서는 12/16㎚(나노미터)와 22/28㎚ 공정 기술의 로직 및 차량용·이미지센서 관련 반도체를 생산한다. 일본 정부는 짓고 있는 2공장까지 합쳐서 2020년 기준 약 5조엔이던 일본 반도체 생산 산업의 합계 매출을 2030년까지 15조엔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마모토현도 2025년 3월 수립한 ‘구마모토 반도체산업 추진 비전’에서 2019년 8290억엔이던 반도체 관련 산업 제조품 출하액을 2032년 2조8천억엔으로 3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마모토 현민들이 느끼는 지역 발전 체감도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구마모토현청이 현내 성인 3500명을 대상으로 TSMC 공장 유치가 지역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조사해 2025년 11월 발표한 ‘현민 앙케트’를 보면, ‘TSMC 파급 효과’에 대해 ‘특별히 효과를 느끼지 않는다’는 답변이 44.6%나 됐다. 전년 조사 때인 58.2%보다는 13.6%포인트 낮아졌지만, 복수 응답으로 나온 답변 가운데 가장 비중이 컸다. 나름 긍정적 효과를 말하는 답변 중에서도 ‘구인 증가’는 24.0%, ‘비즈니스 기회 확대’는 18.2%, ‘임금 상승’은 12.7%에 불과했다. 특이하게 ‘여행자 증가’(33.0%)가 두 번째로 많았다.
한겨레21이 심층 인터뷰한 구마모토대학 학생 6명도 ‘TSMC 파급 효과’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6명 중 2명은 “JASM이 들어선 뒤 구마모토현이 다소 좋아졌다”고 답했지만, “변함이 없다”는 의견 역시 2명이었다. 특히 ‘(공장 유치의) 혜택이 전 구마모토현에 골고루 있었느냐’는 질문에 5명이나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혜택이 “JASM 공장 주변 지역에 집중됐다”는 의견이 3명, “대기업과 건설업체에 집중됐다”는 의견이 3명이었다.


44.6% ‘TSMC 효과 느끼지 않는다’
현민들보다 먼저 꿈틀댄 건 땅이었다. JASM 1공장이 들어서면서 토지를 매입하겠다는 법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JASM 공장 인근 오즈마치에서 35년째 영업해온 아유미부동산 관계자는 “JASM 1공장이 건설된 직후부터 땅을 사겠다는 연락이 많았다”며 “TSMC와 같이 일하기 위한 공장을 지으려는 (협력사를 중심으로 한) 문의다. 일본과 대만 법인들이 넓은 부지를 알아보려는 연락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이 여파로 기쿠요마치와 오즈마치 등 공장 인근 주택과 상업 지역 땅값도 올랐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2024년 7월 기준 1년간 지가 변동 통계를 보면, 오즈마치의 상업지 지가 상승률은 33.3%, 기쿠요마치는 32.5%였다. 이후 임대료도 함께 오르면서 기존 임차인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났다. 가이 고지 기쿠요마치 건설협회장은 “농지 가격은 5~10배 올랐고 주거지 임대료도 올랐다”며 “임대료를 두세 배 올려 기존 임차인을 사실상 쫓아낸 사례도 있었다. 상가 지역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즈마치 상점가의 한 수제맥줏집도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2년 전 구마모토시 주오구로 가게를 옮겼다. 한겨레21이 찾아간 오즈마치의 옛 가게는 간판과 설비가 그대로 남아 점점 낡아가고 있었다. 부동산 업체를 운영하는 마쓰나가 유키히사 오즈마치상공회 회장은 “임대료가 많이 올라 새로 창업하려는 사람은 땅을 사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외지에서 오는 JASM 직원 등의 주거 수요를 노린 고급 맨션도 잇따라 지어졌다. 아유미부동산 관계자는 “도쿄와 오사카에서 온 개인들이 맨션을 지어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가 과도하게 몰린 탓에 공실률도 만만치 않다. 고토 회장은 “오즈마치 인근을 지나가면 신축 맨션이 많이 보이는데 커튼이 달리지 않은 집을 흔하게 볼 수 있다”며 “너무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가이 회장도 “절반 정도는 입주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오른 땅값에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JASM의 실적은 양산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JASM은 양산을 시작한 이듬해인 2025년 573억1300만엔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6년 1분기(1~3월)에는 47억8천만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이 실적이 지역 경제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구마모토에는 1967년 규슈 최초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뒤 2000년대 초반까지 반도체산업이 집적됐다. 쿠마산메딕스·도쿄일렉트론 같은 반도체 제조장치 업체, 이미지 센서를 생산하는 소니그룹,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르네사스 등 관련 기업들이 구마모토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JASM이 이런 지역 기업들과 공급망이 연결됐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JASM이 밝힌 2024년 기준 간접재의 일본 국내 조달 비율은 45% 수준이었다. JASM은 이를 2030년까지 60%로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제는 구마모토 내 조달 비율이다. 일본 규슈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금융지주회사인 규슈파이낸셜그룹이 2024년 9월 펴낸 자료를 보면, TSMC 진출을 계기로 새로 지출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조달액 3188억엔 가운데 구마모토현 내 조달액은 약 12%(388억엔)였다. 지역 은행도 공급망 연결에 나섰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진 사례가 적다. 2026년 1월 기준 구마모토현 기업들이 TSMC 등과 거래하기 위해 규슈의 대표적 지방은행인 히고은행에 신청한 상담 397건 가운데 실제 거래로 이어진 것은 8%(32건)에 불과했다.
가시마 히로시 구마모토대학 교수(경제지리학)는 지역 기업의 공급망 진입이 쉽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TSMC의 ‘카피 이그잭틀리’(Copy Exactly) 방식을 꼽았다. 그는 “TSMC는 대만 공장의 장비·부재·공정을 그대로 옮겨오기 때문에 거래처도 대만에서 쓰던 곳을 그대로 활용한다”며 “지역 기업이 들어갈 자리는 주로 2차 하청 이하”라고 말했다. 가시마 교수는 “반도체 열풍이 부는데 과연 구마모토현 지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협력사뿐만 아니다. JASM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생 효과도 눈에 띄는 사례가 별로 없다. 도시락 공급이 대표적이다. 기쿠요마치의 한 도시락 업체가 JASM에 납품을 제안했지만, JASM이 요구한 것은 하루 3천 개 규모의 공급이었다고 한다. 지역 영세업체가 한꺼번에 감당하기 어려운 물량이어서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고토 회장은 이런 사례 등을 근거로 “TSMC는 걸리버 기업이다. 그들이 왔다고 우리 중소기업이 직접 거래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구마모토현도 지역 기업들이 JASM의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임을 인정했다. 구마모토현 산업지원과는 한겨레21의 질의에 “TSMC는 JASM을 ‘카피 이그잭틀리’ 원칙을 세워, 실적이 있는 기존 공급망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들은 “구마모토현의 지역 조달 수요 설명회를 통하고 난 뒤 지역 기업 2곳의 거래 확대가 성사됐다”며 “중장기적으로 1·2차 협력사를 통한 간접거래까지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지역 경제 효과 미미… 공급망은 진입도 못해
지역 기업과의 공급망 연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지역에서 길러내 선발하는 일이다. 2025년 기준 JASM의 직원은 약 2400명 규모다. 신규 채용은 2024년 256명, 2025년 527명이었다. 애초 JASM은 2025년 600명 이상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JASM은 2025년 신규 채용자 527명 가운데 약 절반이 규슈 출신이라고 했지만, 이 가운데 구마모토현 출신이 몇 명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규슈는 구마모토현 등 7개 현으로 구성됐는데, 총인구는 약 1395만 명이고, 이 가운데 구마모토현 인구는 약 167만 명이다.
국립 구마모토대학과 연계한 채용 계획도 별다른 게 없다. 구마모토대학은 반도체산업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JASM이 문을 연 2024년에 맞춰 ‘반도체디바이스공학과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마친다고 해도 JASM과 채용 연계가 된 것은 아니다. 구마모토대학이 JASM과 산학협력을 하고 있지만, 한국의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삼성전자와 계약해 졸업생 전원의 취업을 보장해주는 것과 같은 형태의 직접 채용 연계는 없고, 그저 연구협력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구마모토대학을 졸업하고 JASM에 취업하는 학생은 연간 20명 안팎인데, 이는 기존에 있는 소니 반도체 취업자 30~50명보다 적은 규모다. 기시 료이치 구마모토대학 학생지원부장은 “학생들이 JASM 취업에 몰리는 건 아니고 선택지가 하나 늘어난 것뿐”이라고 말했다.
구마모토현은 한겨레21이 보낸 서면질의에 대해 “TSMC 진출로 현내 대학·고교 졸업자의 현내 취업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규슈 전체로 넓혀도 반도체 업계에 취업하는 이공계 졸업생의 46%가 여전히 규슈 밖에 있는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한겨레21이 심층 인터뷰한 구마모토대학 학생 6명 중에서도 졸업 뒤 구마모토에 남겠다는 학생은 없었다. 6명 가운데 5명은 JASM 지역 유치가 ‘구마모토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들이 구마모토를 떠나려는 이유는 커리어 성장, 도쿄·오사카 취업, 규슈 내 다른 도시 취업 등이었다.
채용 연계 없는 ‘반도체’ 과정… 취업은 20명 안팎
거대한 공장에 걸맞은 지역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점도 문제다. 공장이 건설된 뒤 인구가 많이 유입됐음에도 도로와 철도, 주택과 상업시설 등 생활 인프라는 그에 맞게 확대되지 못했다. 한겨레21이 지역의 한 상인에게 “TSMC가 온 뒤 삶이 좋아졌냐”고 묻자 “나빠졌다. 길이 막힌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역 주민들이 구마모토의 TSMC 유치 경험을 바탕으로 반복해서 강조한 것도 “무조건 인프라”였다. 한겨레21이 한국 전남광주에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건설될 계획이라고 설명하자, 지역 상공회 관계자들은 이렇게 되물었다. “광주는 인프라가 돼 있습니까?”
TSMC 공장 유치 이후 구마모토현 내에서 발생하는 지역 격차도 문제로 떠올랐다. 구마모토현 중북부에 자리 잡은 JASM 공장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구마모토현 남부의 중심 도시 야쓰시로가 나온다. 9월11일 한겨레21이 찾은 이곳에는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신축 맨션과 고급 주택이 늘어선 기쿠요마치·오즈마치와 달리 이곳은 오래된 목조주택이 대부분이었다.
야쓰시로에는 7월28일 구마모토를 덮친 지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야쓰시로는 농촌 지역이지만, 산업시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제지 공장이다. 그런데 이 공장은 이번 지진으로 굴뚝이 무너졌고, 사원 6명과 협력사 직원 3명 등 모두 9명이 숨졌다. 반면 JASM은 지진 발생 엿새 만인 8월3일께 공장 가동을 재개했다.
구마모토은행이 2025년 1월22일 발간한 ‘TSMC 진출에 따른 구마모토·규슈로의 파급 효과에 대하여’를 보면, TSMC 진출 표명 이후 반도체 관련 기업의 구마모토현 내 신규 입지 또는 증설은 84개사, 90건에 달했다. 그러나 야쓰시로를 포함한 남부 쪽의 신규 입지·증설은 3건에 그쳤다. 북부 지역인 기쿠요마치의 상공회 고토 회장조차 “혜택은 이쪽 현 북쪽뿐이고 예산도 이쪽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야쓰시로가 지역구인 가메다 히데오 현의원은 “현 남쪽에는 아직 큰 영향이 없다. 오히려 정체돼 있다”고 말했다.


공장서 멀어지자 효과도 희미… 남북 지역차 심화
남북 격차에 대한 우려는 현의회에서도 제기됐다. 2024년 2월 구마모토현의회에서 아라카와 도모아키 현의원은 현 북쪽 지역이 이른바 ‘반도체 버블’로 활기를 띠고 있다며 “TSMC 진출 효과가 정말 현 남쪽까지 파급될 것인가, 현내 남북 지역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구마모토현은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2024년 10월 야쓰시로 지역에 2028년까지 현이 운영하는 25㏊ 규모의 공업단지를 만들어 정보기술(IT)·반도체 관련 기업을 현 남쪽까지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구마모토현은 2025년부터 용지 취득과 실시설계를 진행했고 2026년 준비공사에 들어갔다. 이는 현 남쪽에 조성되는 유일한 공업단지다.
그러나 이 산업단지는 지진 피해로 인해 조성 일정이 여전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조성 대상지가 이번 지진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진 ‘히나구 단층대’의 바로 위에 있기 때문이다. 유키무라 가요코 현의원은 “효과가 이제 나타나려던 참에 지진이 왔다”고 말했다. 구마모토현은 한겨레21에 “7월 지진의 영향도 지켜보며 가능한 한 조기 분양 개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JASM 공장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면 구마모토에서 벌어진 변화의 모양이 선명해진다. 공장 바로 주변에선 땅값과 임대료가 뛰고 맨션과 기업이 들어왔다. 조금 떨어진 상권에선 잠깐 건설 특수가 왔다 간 뒤 구인난과 교통체증이 나타났다. 구마모토 전체로 넓히면 지역 기업의 공급망 진입과 지역 청년의 취업이라는 연결고리는 희미하다. 그리고 남쪽 야쓰시로까지 내려가면 TSMC 유치 효과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TSMC가 구마모토 진출을 발표한 지 약 5년, 1공장이 양산을 시작한 지는 약 2년이 된 상태다. 공급망과 인재 양성, 산업 집적은 공장보다 늦게 이뤄질 수 있다.
구마모토현은 JASM과 소니, 도쿄일렉트론 계열사 등이 모여 있는 세미콘테크노파크 인근에 대만 신주과학단지를 본뜬 ‘구마모토판 사이언스파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용지뿐 아니라 오피스와 연구개발(R&D) 시설, 커뮤니티 시설 등을 함께 집적한다는 구상이다. 2공장 가동과 함께 추가적인 반도체 관련 기업의 진출도 기대하고 있다. 구마모토현 쪽은 한겨레21에 “현재 신공장에 대한 직접투자에 그치지 않고 관련 기업의 신규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으며, 신규 민간투자로 기업 간 거래 활성화에 따른 매출 확대, 원자재·제품 운송 증가에 따른 물류 촉진 등이 예상되며, 추가적인 경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 쪽은 “새로운 고용이 창출돼 현내 대학·고교 신규 졸업자의 현내 취업률 향상, 생산 가능 연령층의 이주와 정착 등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나아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증가도 기대되며, 비즈니스·관광객 등 교류 인구 확대, 공항·항만 이용 확대, 여관·호텔업과 음식업에 대한 영향도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장을 세우는 것과 산업이 뿌리내리는 것
구마모토 지역 언론 ‘구마모토니치니치신문’은 2025년 1년에 걸쳐 TSMC의 구마모토 진출이 지역에 가져온 빛과 그림자를 다뤘다. 이 보도에 참여한 야마모토 아야코 기자는 한겨레21과 만나 “TSMC의 파급이 현 전역의 여러 업종에 폭넓게 퍼진 것은 아직 아니다”라면서도 “JASM 2공장에서 첨단 공정의 반도체 제조가 시작되면 기업 집적이 가속화되고 대만 기업의 추가 진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가시마 교수는 회의적인 시선을 내보였다. 그는 “반도체는 변화가 매우 심한 산업이라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게 쉽지 않다”며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폭발적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규슈의 기간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 둘이고, 그밖에는 이거다 할 만한 산업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21은 구마모토현 출신 인재 채용 규모와 지역 업체 거래 현황, 지역 조달 확대 계획 등을 확인하기 위해 JASM의 공식 전화번호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TSMC 본사에도 전자우편으로 질의를 보냈지만, 두 회사는 답변하지 않았다.
구마모토(일본)=글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사진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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