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모든 나라 AI 시스템 갖춰야” AI 주권 뭐길래[김창영의 실리콘밸리 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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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쥐면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유럽, 중동 등 여러 나라들이 소버린 AI(AI) 주권을 외치고 있다.
보통 AI 주권이라고 하면 주권의 사전적 의미를 반영해 자급자족하는 AI 시스템 구축을 생각한다.
중국이 반도체, AI 소프트웨어,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려 하지만 이는 미국의 규제 등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선택지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I 자급자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시스템 운영 통제력을 쥐는 것이 AI 주권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국 빅테크들은 소버린 AI 상용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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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누구도 혼자서 AI 주권 실현 못해
칩·메모리·클라우드 선택해 최고 조합 찾아야
빅테크, 전용 클라우드 개발 등 소버린 AI 경쟁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쥐면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유럽, 중동 등 여러 나라들이 소버린 AI(AI) 주권을 외치고 있다. 주권은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의미다. AI 근간이 되는 프로세서와 메모리와 같은 반도체,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앱)에 이르기까지 피라미드 구조로 얽힌 AI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재명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독파모)’을 국정과제로 진행하고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신설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혹 탄 브로드컴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등 미국 AI 리더들과 만나 AI 서밋을 개최했다. 소버린 AI 실현을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완전한 AI 피라미드를 구축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AI 최강국이라 불리는 미국은 엔비디아·AMD·아마존웹서비스(AWS)·오픈AI·앤트로픽·구글과 같은 막강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과 같은 최첨단 메모리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의존한다. 미국에 대항하는 중국은 정부가 나서 화웨이 등 자국 기업들을 육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엔비디아와 AMD의 AI 칩이 없으면 최첨단 AI 모델 개발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그만큼 완전한 AI 독립은 어려운 과제다.
보통 AI 주권이라고 하면 주권의 사전적 의미를 반영해 자급자족하는 AI 시스템 구축을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AI 칩, 메모리, 모델, 전력 모두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특정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AI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소버린 AI의 기본 원칙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혼자서 주권 확립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 업계와 학계는 여러 인프라를 조합하고 개방적인 생태계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MD가 지난 7월 22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AMD 어드밴싱 AI 2026’ 패널 토의 내용과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 보고서 내용을 종합했다.

토마스 자카리아 AMD 글로벌 공공 부문 및 전략적 파트너십 담당 수석부사장은 지난 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MD 어드밴싱 AI 2026에서 ‘엑사스케일에서 주권 지능으로: 국가 AI 동력(From Exascale to Sovereign Intelligence: Powering National AI)’ 패널 토의를 진행했다. 엑사스케일은 초당 100경 번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성능을 말한다. 자카리아 수석부사장 사회로 트리시 담크로거 HPE 수석부사장, 브루노 르코인테 불 수석부사장, 스테판 레케나 젠시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르준 샹카르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국립계산과학센터 소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자카리아 수석부사장은 패널들에게 AI 주권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담크로거 수석부사장은 “주권이란 자신의 시스템에 대한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며 “단순히 인프라뿐만 아니라 데이터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델의 결과물까지 포함한다”고 말했다. 레케나 CTO는 “AI의 수명 주기 전체를 인프라에서부터 포괄하는 것”이라며 “HPC(고성능컴퓨터)와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공하면서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념과 비슷하다.
이어 AI 주권이 AI 협업을 의미한다는 설명이 나왔다. 르코인테 수석부사장은 “AI 주권은 협업에 대한 개방을 의미한다”며 “AI에서 예측을 하려면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전력을 공급하고,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적절한 소프트웨어를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사례도 갖춰야 한다. 그것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보다 더 잘하는 누군가가 있고, 그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면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며 “AI에서 결국은 컴퓨터가 필요하고 주권은 훨씬 더 개방적인 무언가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자카리아 수석부사장은 패널들의 답변을 정리하면서 “AI 주권은 기관, 기업, 국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고의 스택(계층)을 갖추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담크로거 수석부사장은 질문에 공감하면서 “특히 규제를 받는 기업 영역에서 각기 다른 비즈니스가 있다. 그래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저장장치, 네트워킹 등 원하는 구성 요소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레케나 CTO는 “AI 주권은 고립이 아니다”라며 “아무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다룰 수 없다. 고립을 좋게 보는 것은 실수다. 디지털 경제는 우리가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르코인테 수석부사장은 중국이 고립된 나라의 대표 사례라고 언급했다. 중국이 반도체, AI 소프트웨어,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려 하지만 이는 미국의 규제 등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선택지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세계에는 고립된 나라로 중국에 대한 아주 좋은 예가 있다”며 “그들은 톱500 1위 컴퓨터 시스템을 발표했다. 그들은 미국과 유럽 기술에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스스로 하려 노력 중이라는 점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글로벌 비영리재단 ‘톱500’에 따르면 중국 슈퍼컴퓨터 ‘라인샤인’(LineShine·링성)은 지난 6월 독일 함부르크 국제슈퍼컴퓨터학회(ISC) 2026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 ‘톱500 리스트’에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프랑스 기술 기업 불에서 HPC·AI·양자 컴퓨팅 사업을 총괄하는 르코인테 수석부사장은 유럽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지만 유럽은 협업을 통해 경쟁에서 생존하고 AI 주권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큰 경쟁자가 있다. 이는 우리에게 걱정거리”라면서도 “우리는 중국과 미국만큼 큰 시장이 없으므로 협력해야 하고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칩에 의존하고 있지만 두렵지 않다. 때때로 결정에 수정이 필요할 수 있지만 항상 협력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 자급자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시스템 운영 통제력을 쥐는 것이 AI 주권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국 빅테크들은 소버린 AI 상용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엔비디아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11월 파리 AI 콘퍼런스에서 “모든 지역과 모든 국가가 자체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소버린 AI 필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스탠퍼드대 HAI는 7월 보고서에서 “AI 주권 논의의 핵심은 AI 개발의 기반이 되는 물리적 인프라, 즉 데이터 저장 및 처리 시설과 모델 학습 및 추론에 필요한 칩에 대한 국내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AI 인프라 없이는 많은 야심찬 AI 주권 전략이 그저 이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엔비디아는 AI 팩토리 프로그램을 통해 북미·남미·유럽·아시아·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상당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도 마찬가지다. AI에서 물리적 인프라 외에 클라우드(가상의 대규모 저장공간)가 중요한 중심축으로 자리잡으면서 정부와 기업마다 데이터 처리를 위한 클라우드 확보전이 펼쳐지고 있다. 동시에 미국의 초대형 하이퍼스케일러가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자 특정 업체 종속, 데이터 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클라우드 통제 필요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각국은 로컬 클라우드를 별도로 구축하거나 하이퍼스케일러와 함께 소버린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특히 규제가 강한 유럽 정부가 자국산 클라우드 사용을 확대하려 하자 미국 업체들은 유럽 전용 클라우드까지 개발하고 있다.

AI 모델 개발사들에게도 소버린 AI는 중요한 시장이다. AI 인프라 기반으로 실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앱)이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AI 서비스는 오픈AI의 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와 같은 AI 모델인 것이다. 문제는 AI 모델 역시 미국과 중국의 주요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외국 데이터로 학습된 시스템에 의존해야 하는 점이 꺼림직하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오픈AI 포 컨트리스(OpenAI for Countries)로 현지화된 모델 주권을 구현하려 한다. 각국 정부가 오픈AI 모델을 현지 언어와 문화에 맞게 맞춤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픈AI 챗봇인 챗GPT 기반 도구를 공공 부문 서비스 통합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고서는 “소버린 AI 핵심은 의존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호의존성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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