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아마존, 데이터 접근·상품 구매 차단하며 경계 갭·월마트·베스트바이·스포티파이는 뮤즈와 연동 출시 22일 만에 500만 다운로드…미국·캐나다 넘어 확장 예고 네이버·카카오도 자체 AI 생태계 구축…메타와 한판 승부 전망
사진=로이터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일으킨 돌풍에 편승하려는 기업과 거리를 두려는 기업으로 산업계가 양분되고 있다. AI 기술력과 이용자 기반, 기존 사업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뮤즈와의 협업을 놓고 각기 다른 선택을 내리는 모습이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뮤즈의 한국 진출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일단은 거리를 두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애플·아마존, '뮤즈'와 거리두기…데이터·거래 접근 경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일(현지시간) AI 에이전트가 맥(Mac) 내 데이터에 접근할 때 이용자가 이를 보다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OS)를 변경하기로 했다. 맥 컴퓨터의 '전체 디스크 접근(Full Disk Access)' 설정에 추가 보안 제어 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디스크 접근은 데이터 백업 등을 위해 만들어진 권한으로, 이를 허용하면 앱이 파일뿐 아니라 이메일과 메시지, 웹 방문 기록 등 시스템에 저장된 민감한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메타가 지난 9월 8일 선보인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를 둘러싸고 이용자 데이터 접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이후 이뤄졌다.
아마존 역시 앞서 뮤즈가 이용자를 대신해 아마존에 접속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것을 차단했다.
AI 에이전트가 이용자 대신 거래까지 대행할 수 있게 되면서 데이터와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접근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플랫폼 업계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타에 온라인 생태계 주도권을 그저 내주기 보다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진=로이터
■갭·월마트·베스트바이는 뮤즈 돌풍에 편승
반대로 뮤즈와 손잡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갭(Gap), 월마트(Walmart), 베스트바이(Best Buy)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줄줄이 뮤즈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와도 연동된다. 이용자는 뮤즈와의 대화를 통해 음악을 재생하거나 곡을 개인 라이브러리에 저장할 수 있다.
뮤즈의 이용자 기반이 넓어질 수록 뮤즈와 한 배를 타려를 기업도 늘어날 전망이다. 뮤즈 생태계 안에서 신규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AI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독자 AI 에이전트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 입장에서 뮤즈는 외면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뮤즈는 이용자 저변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1일 메타 뮤즈는 출시 후 22일 만에 다운로드 수 500만건을 돌파했다. 생성형 AI 돌풍의 주역인 '챗GPT'조차 5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데 56일이 걸렸다. 그록(Grok)은 103일, 클로드(Claude)는 492일이 걸렸다.
■질문에 답하던 AI가 '행동하는 AI'로 진화
메타는 생성형 AI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질의·응답에서 질의·행동으로 바꿨다.
기존 생성형 AI는 질문에 답하거나 정보를 찾아주는 데 주력했다. 뮤즈는 구매와 예약, 앱 조작 등 실제 행동까지 이용자를 대신하는 실용형 AI 에이전트를 지향한다.
지난달 8일 메타는 이 서비스를 출시하며 '세계 최초의 개인 AI 에이전트'란 타이틀을 붙였다. 메타는 실제 사용 사례를 소개하며, 그 표현이 단순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님을 증명해 가고 있다.
뮤즈는 저렴한 자동차 보험을 찾아서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기존 보험을 직접 해지하고 새 보험에 가입하는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다.
기존 AI 에이전트가 '저렴한 뉴욕행 항공권을 찾아달라'고 하면, 목록을 띄워주는 데 그쳤다면, 뮤즈는 항공권 검색과 조건 비교, 예약 정보 입력을 마치고 승인을 거쳐 구매까지 해 준다. 맛집을 찾아 예약하거나 고객 서비스 문의를 대신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네이버 AI 쇼핑 에이전트 홈페이지
■네이버·카카오, 당장은 '자체 생태계' 구축에 집중
뮤즈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한국 등 다른 나라 출시 시점은 공식화되지 않았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당장 뮤즈와 손잡기보다 자체 AI 쇼핑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네이버 관계자는 "원래부터 네이버는 외부 AI 크롤링 자체를 막아 놓고 있었다"며 "정책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에이전트 제휴된 곳 외에는 다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타사 AI 봇이 자사 콘텐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 왔다. 네이버 쇼핑의 경우, GPT, 퍼플렉시티, 클로드, 메타, 애플, CCBot, 다음 등 주요 AI 크롤러의 접근을 차단하면서도 자체 검색 크롤러인 'Yeti'는 허용하고 있다.
경쟁사 AI 봇이 네이버 쇼핑의 상품, 가격, 판매자 정보 등을 긁어가 AI 모델과 쇼핑 서비스를 고도화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더욱이 뮤즈는 구현한 에이전트 서비스는 네이버의 지향점과 겹친다. 네이버는 지난 2월 쇼핑 AI 에이전트 베타 서비스, 지난 7월 정식 서비스를 론칭을 거치며 에이전트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빌드업해 왔다.
그런데 뮤즈 AI가 네이버 쇼핑 정보를 검색하는 것을 허용할 경우, 이커머스 관문이 네이버가 아닌 메타로 넘어갈 수 있다. 업계에서 메타-네이버 협업 구도가 실현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업계에선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네이버도 개인화된 에이전트 서비스를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 쇼핑 AI도 단순 답변과 추천을 넘어 이용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초개인화 에이전트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다.
카카오도 비슷한 상황이다. 카카오는 자체 AI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인적분할까지 단행할 정도로 AI 역량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외부 AI 에이전트에 자사의 핵심 서비스와 데이터를 연결하기보다 자체 AI 생태계를 키우는 방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야후가 포털로 전 세계를 제패했지만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에 막혔다"며 "이번에도 국내 업체들이 국내 생태계에서 그런 에이전트 서비스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메타, 한국 진출시 국내 플랫폼 연동 여부 주목
메타의 한국 진출 계획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현재 뮤즈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메타는 향후 다른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뮤즈의 국내 영향력 확대 여부는 국내 플랫폼과의 연동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고아라 명지대 AI이커머스학과 교수는 "메타가 발표한 뮤즈의 출시 지역은 미국이며 국내 쇼핑·예약 플랫폼과의 연동 계획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는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을 단정하기보다 한국 출시와 함께 어떤 서비스를 탐색하고 거래할 수 있게 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각 플랫폼이 외부 에이전트와 연결할지, 연결한다면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따라 메타의 국내 영향력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