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월급 가치를 지켜라”…달러·금 찾는 튀르키예 청년들

이스탄불(튀르키예)=홍인석 기자 2026. 10.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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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난 메흐메트(21)는 월급을 받으면 생활비로 쓸 돈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달러나 유로로 바꾼다고 말했다.

연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 기간 리라의 달러 대비 가치는 약 78% 하락했다.

실제 이스탄불 환전소 일부에서는 튀르키예 청년들이 리라를 달러로 바꾸는 모습도 포착됐다. 메흐메트처럼 월급 일부를 외화로 바꾸는 이들에게 환전소 전광판에 있는 달러와 유로 환율은 저축할 돈의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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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이면 환전소로…리라 대신 달러 저축
4년 새 가치 78% 하락…저축 흔드는 리라 약세
유심칩 닮은 금 1g…실물 자산으로 자산 방어
대학 대신 일터로…학위보다 경력 택한 청년들

지난달 8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난 메흐메트(21)는 월급을 받으면 생활비로 쓸 돈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달러나 유로로 바꾼다고 말했다.

그가 받는 월급은 한화로 약 100만원가량. 리라 가치가 떨어지면서 힘들게 번 돈의 가치까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는 “통화 가치 하락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내 주변 친구들은 월급 받는 날을 환전하는 날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8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한 식당에서 관광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튀르키예=홍인석

통화 가치 하락과 취업난이 청년들의 경제 활동 양상을 바꾸고 있다. 번 돈은 외화와 금으로 바꿔 저축하고, 대학 진학 대신 일찍 취업해 기술과 경력을 쌓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연평균 환율은 2021년 달러당 8.86리라에서 2023년 23.79리라, 2025년 39.49리라로 올랐다. 같은 1달러를 사는 데 필요한 리라가 4년 사이 약 4.5배로 늘어났다. 연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 기간 리라의 달러 대비 가치는 약 78% 하락했다.

실제 이스탄불 환전소 일부에서는 튀르키예 청년들이 리라를 달러로 바꾸는 모습도 포착됐다. 메흐메트처럼 월급 일부를 외화로 바꾸는 이들에게 환전소 전광판에 있는 달러와 유로 환율은 저축할 돈의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점이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한 금거래소에서 금 5g을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튀르키예=홍인석

금도 통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튀르키예에서는 1g이나 5g 단위의 소형 금 제품이 판매돼 목돈이 없어도 형편에 맞춰 조금씩 모을 수 있다. 튀르키예는 금 세공과 장신구 제조업도 발달한 국가다. 장신구뿐 아니라 저축·투자용 제품도 많아 현지에서는 화려한 금붙이뿐 아니라 작은 단위의 금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 꽂는 작은 유심칩처럼, 얇은 카드 형태의 포장 안에 금 조각이 들어 있다.

저축할 돈을 지키려는 노력과 함께 일찍 소득을 얻는 길을 택한 청년도 적지 않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스무 살 무렵부터 제과점이나 옷 가게, 식당에서 손님을 응대하며 소득을 얻고 있다. 학업을 이어가는 대신 현장에서 기술과 경력을 쌓아 몸값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한 식당에 20대 청년이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튀르키예=홍인석

청년들의 취업난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튀르키예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5~24세 청년 실업률은 약 15%다. 청년 여성은 22.1%에 달했다. 2024~2025학년도 고등교육 순취학률은 46.3%로, 대학에 다닐 해당 연령대 인구의 절반에 못 미친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다는 한 여학생도 졸업 후 진로를 묻자 양손을 펼쳐 들어 보이며 자신도 모르겠다는 몸짓을 했다.

취업 여건 등을 고려하면 대학 진학보다 일터가 매력적인 선택지라는 의견도 많았다. 20세 파티시에로 일한다는 아이셰는 “대학교를 졸업하면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 쉽지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간 내야 할 등록금도 부담스럽다”며 “빨리 일을 시작해 경력을 쌓고, 몸값을 높이는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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