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빈칸, 용산공원까지 채워야 하나 [김동준의 서울인사이드]

김동준 2026. 10. 5.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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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는 계산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한정된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서울이라는 고밀도 도시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했다.

일반 시민은 들어가 볼 수도 없었던 서울 한가운데 공간을 돌려받아 국가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정부는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의 핵심 공간은 유지하면서 외곽 등 일부 공간에 주택을 공급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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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주택 공급론’에 흔들리는 용산공원
채우는 도시 넘어 ‘비워둘 가치’ 고민할 때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일러스트.


도시에는 계산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아파트를 지으면 몇 가구인지 셀 수 있다. 상업시설을 만들면 매출이 나오고, 행사를 열면 방문객 숫자가 찍힌다. 반면 건물이 없는 땅과 나무 사이로 난 길, 아무런 목적 없이 걷다가 잠시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의 가치는 숫자로 표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빈 공간은 늘 불리하다. 무언가를 지은 땅은 성과를 설명할 수 있지만, 비워놓은 땅은 왜 비어 있어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설명해야만 한다.

특히 서울에선 빈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또 다른 건물이 들어서고, 유휴부지가 나오면 무엇을 지을 수 있을지부터 계산한다. 광장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계절마다 공연과 장터, 축제와 체험행사가 자리를 바꿔가며 들어선다. 땅값 비싼 서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공간은 어딘가 낭비처럼 보인다.

도시는 늘 그렇게 빈칸을 채우며 성장해왔다. 논밭에 아파트를 짓고, 공터에는 업무시설을 세웠다. 한정된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서울이라는 고밀도 도시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했다.

그런 서울 한복판에 유난히 큰 빈칸 하나가 남아 있다. 용산공원이다. 오랫동안 미군기지 담장 안에 갇혀 있던 땅이다. 일반 시민은 들어가 볼 수도 없었던 서울 한가운데 공간을 돌려받아 국가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이를 위한 법까지 만들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마련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다.

정부는 용산공원 전체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의 핵심 공간은 유지하면서 외곽 등 일부 공간에 주택을 공급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 미군기지 반환부지의 공원화가 원칙이라고 전제했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부수적인 일부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서울에는 집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도심 주택 공급은 절박한 문제다. 지하철과 일자리, 각종 기반시설이 몰려 있는 용산의 입지를 생각하면 이곳을 주택 공급의 잠재부지로 바라보는 계산법 역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가 필요로 하는 것이 언제나 건물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반발도 컸다. 집을 짓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을 짓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일이라는 점을 간과한 대가였다. 한번 들어선 아파트와 상업시설은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차지하지만, 사라진 빈 공간을 다시 만드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용산공원은 처음부터 남는 땅을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군사시설로 단절됐던 서울 한복판 땅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에서 출발했다. 지금 당장의 주택 부족이 절박하다고 해서 그 약속의 일부를 조금씩 다른 용도로 바꾸기 시작한다면, 공원은 언제든 다른 필요 앞에서 다시 작아질 수 있다.

서울에는 앞으로도 채워야 할 공간이 많다. 낡은 주거지를 정비하고 역세권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하나쯤은 무엇을 더 넣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넣지 않을지를 고민하는 공간으로 남겨둬야 한다. 때로는 끝까지 남겨둔 빈칸 하나가 그 도시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동준 기자 fullshor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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