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 '장고 끝 악수'가 안 되려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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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는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 있다.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논의가 그렇다.
이제 소모적 지분율 논쟁을 멈추고 생산적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해야 할 때다. 늦지 않게 입법을 마무리해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오랜 논의가 장고 끝에 둔 최악의 악수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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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는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 있다. 충분한 고민은 필요하지만 판단과 실행을 지나치게 미루다 오히려 잘못된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논의가 그렇다.
미국에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하는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이고,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다루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도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서 논의 중이다. 한발 빠른 유럽연합(EU)은 2024년 가상자산시장규제법(MiCA)을 전면 시행했다. 일본도 2020년 단계적으로 법 개정을 시작해 올해 가상자산을 금융상품거래법으로 완전히 편입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을 노리는 경쟁국이 제도를 마련하고 고도화해 나가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출발선에서 철 지난 논쟁만 반복하며 치명적인 제도 공백을 방치하고 있다. 결과는 투자자의 해외 이탈과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블록체인 분석기관인 타이거리서치는 지난 5년 동안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가상자산을 약 700조 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에만 168조 원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국내 투자자가 파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 지불한 수수료도 약 5조 원에 달한다. 우리가 손 놓은 사이 국내 자본, 투자자, 세금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 주도권까지 해외 플랫폼에 빼앗기고 있다.
애초 올 상반기 발의 예정이던 입법의 발목을 잡은 쟁점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자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적격 대주주의 사익 추구를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나 지분율과 경영 건전성 사이의 인과관계도 불분명하고 위헌 논란까지 일면서 소중한 시간만 허비했다.
더구나 지분 제한의 명분은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됐다. 8월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를 신고·심사 대상에 포함하고 재무 건전성과 사회적 신용 등을 엄격히 따지도록 했다. 금융기관 수준으로 대주주의 적격성을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시장은 제도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인수,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포괄적 주식교환 등 금융회사와 가상자산 기업 간 결합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춘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면서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리스크는 줄어들었다.
이제 소모적 지분율 논쟁을 멈추고 생산적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해야 할 때다. 어느새 전 세계는 토큰화된 주식 거래와 스테이블코인 활용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세계가 새 규칙을 쓰며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입법 지연에 따른 막대한 비용은 국민과 국가 경제의 몫이다. 늦지 않게 입법을 마무리해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오랜 논의가 장고 끝에 둔 최악의 악수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

권혁준 순천향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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