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한화, 저축은행 품은 대가···내년 ‘기본자본 50%’ 시험대
2027년부터 기본자본 K-ICS 50% 별도 규제
교보 85%·한화 58.8%로 자본여력 온도차
한화는 인수 승인·교보는 인수 뒤 자본관리

보험회사의 '진짜 자본'을 따로 떼어 보는 규제가 내년 시작된다. 시행을 석 달 앞두고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저축은행·캐피탈 확보에 투입한 현금은 1조3400억원에 달한다. 교보생명은 약 9000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 SBI저축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했고 한화생명은 4400억원을 투자해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을 금융계열에 편입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영역은 넓어졌지만 보험사 본체에서 빠져나간 자본과 인수 뒤 늘어나는 위험까지 함께 계산해야 할 시점이 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27년 1월부터 보험회사에 기본자본 K-ICS 비율 50% 규제를 도입한다. 현재 K-ICS가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까지 합산해 지급여력을 측정한다면 새 지표는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실제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만 별도로 본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의 양보다 질까지 따로 관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교보와 한화가 비보험 금융사를 품는 시점에 규제의 무게중심도 기본자본으로 이동한다. 인수금액은 교보가 더 크지만 기본자본 여유는 한화가 훨씬 얇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약 9000억원에 취득해 지난 4월 자회사로 편입했다.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도 이미 통과했다. SBI저축은행은 국내 저축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크고 오는 11월부터 사명도 '교보SBI저축은행'으로 바꾼다.
같은 M&A라도 감독 칼날은 다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30일 애큐온캐피탈 지분 50.54%를 4400억원에 취득하기로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생명은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동시에 금융계열에 들이게 된다.
한화의 거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애큐온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보험업법 등에 따른 금융당국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험업법 체계에서는 보험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할 때 인수 주체의 재무상태와 경영관리 상태가 건전해야 한다. 편입 대상 회사의 건전성도 심사 대상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이 함께 들어오는 만큼 저축은행 대주주 승인 체계도 걸린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은 일정 수준 이상 지분을 취득하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주주가 되려는 경우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요구한다. 한화생명이 4400억원을 준비했다고 거래가 자동으로 끝나는 구조는 아니다.
여기서 한화생명의 기본자본 숫자가 부각된다. 올해 2분기 전체 K-ICS는 잠정 167%로 지난해 말보다 개선됐다. 기본자본 K-ICS는 올해 1분기 58.8%였다. 회사도 연말 기본자본비율 목표를 60% 이상으로 제시했다.
내년 도입되는 50% 규제선과 숫자만 놓고 보면 간격은 넓지 않다. 다만 애큐온 인수금액 4400억원을 기본자본에서 단순히 빼 비율 하락폭을 계산할 수는 없다. 자회사 편입 뒤 지분가치와 요구자본, 위험액, 연결구조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금융당국 승인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확인될 숫자가 인수 이후 기본자본 K-ICS와 요구자본 변화다.

애큐온 4400억 투자 뒤 비율 다시 계산
한화 인수 마지막 관문은 금융당국 승인
금융위의 기본자본 규제가 한화의 애큐온 인수를 자동으로 막는 차단선은 아니다. 2027년 제도 시행 이후 기본자본비율이 50%를 밑도는 보험회사에는 경과조치가 적용된다. 금융위는 2027년 3월 말 기본자본비율을 기준으로 회사별 이행목표를 정하고 장기간에 걸쳐 50%에 도달하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50%라는 숫자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기본자본비율은 적기시정조치와 연결되는 독립적인 감독지표가 된다. 기본자본이 취약한 보험사는 개선계획을 마련하고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 자본증권을 조기상환하거나 차환할 때도 기본자본비율이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들어간다.
교보생명의 위치는 한화보다 여유가 있다. 올해 1분기 경과조치 후 기본자본 K-ICS는 85.18%였다. 지난해 말 129.83%에서 크게 낮아졌지만 50% 규제선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전체 K-ICS도 올해 2분기 말 200.75%로 요구자본의 두 배 수준이다.
그래도 교보의 계산이 끝난 것은 아니다. SBI저축은행 경영권 확보에 약 9000억원을 투입했고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계열 재편도 진행 중이다. 대형 금융회사를 추가로 품을수록 보험회사 본체가 어느 수준의 기본자본을 유지할지가 중요해진다.

교보 기본자본 129.83%→85.18%
그래도 50%선까지 한화보다 여유
금융지주 확장할수록 자본 소요 증가
교보와 한화가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생명보험에서 확보하기 어려웠던 예금과 대출, 기업금융 기능을 얻고 수익원을 넓힐 수 있다. 교보는 SBI저축은행을 발판으로 금융지주 체제를 준비하고 한화는 보험·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에 캐피탈까지 붙이는 종합금융그룹 구조를 강화한다.
인수 대상 회사의 자산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회사가 가진 위험과 필요한 자본도 함께 따라온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의 건전성이 악화돼 추가 자본이 필요해질 경우 모회사에 지원 부담이 돌아올 수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모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함께 보는 이유다.
한화에는 당장 승인 과정에서 질문이 나온다. 4400억원 현금취득과 자회사 편입 이후 기본자본 K-ICS가 어느 수준으로 움직이는지, 요구자본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에서 추가 자본수요가 발생할 경우 어느 정도까지 지원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교보에는 인수 이후 숫자가 남았다. SBI저축은행을 품은 뒤 기본자본 K-ICS가 실제로 얼마나 움직였는지, 금융지주 전환과 추가 금융계열 확장에 사용할 자본여력이 얼마인지가 확인 대상이다.
교보와 한화가 비은행 금융사를 확보하는 데 쓴 돈은 합계 1조3400억원이다. 교보는 국내 최대 저축은행을 얻었고 한화는 캐피탈과 대형 저축은행을 한꺼번에 확보하려 한다. 동시에 내년부터 금융위의 계산법도 바뀐다. 전체 자본 뒤에 가려졌던 기본자본이 독립된 감독지표로 올라온다.
교보에는 9000억원을 쓴 뒤 남은 자본이, 한화에는 4400억원을 쓰고도 금융위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다. 종합금융그룹이라는 간판을 넓히는 데 성공해도 그 간판을 떠받칠 기본자본까지 충분한지는 별도의 문제다. 내년부터 금융위원회가 직접 들여다볼 숫자다.
☞ K-ICS·기본자본 K-ICS = K-ICS는 보험사가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해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신지급여력제도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기본자본 K-ICS는 이 가운데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제외하고 자본금·이익잉여금처럼 손실을 직접 흡수할 수 있는 자본만 따로 계산한 지표다. 금융위원회는 2027년부터 기본자본 K-ICS 50% 기준을 별도로 적용한다.
☞ 요구자본·보완자본 = 요구자본은 보험사가 보험·시장·신용·운영 위험 등에 대비해 확보해야 하는 최소 자본량이다. 투자자산의 위험이 커지거나 금융 자회사를 추가로 보유하면 요구자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보완자본은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처럼 일정 조건 아래 손실흡수 능력을 인정받는 자본이다. 전체 K-ICS가 높아도 보완자본 의존도가 높으면 기본자본 K-ICS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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