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 열었는데 수사도 못하는 중수청…인력·시스템 이어 정치적 중립성 논란

임성원 2026. 10. 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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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인력과 전산 시스템, 사무공간 등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하면서 법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새롭게 출범한 수사기관인 만큼 초기 조직 정비뿐 아니라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기존 수사기관과의 수사권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공수처 출범 당시 논란이 됐던 '선별 입건' 문제가 중수청에서도 재현되지 않도록 수사 대상과 이첩 기준을 사전에 구체화하고 이를 일정 수준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중수청이 검찰개혁의 새로운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조직을 출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인력과 시스템을 조기에 정상화하는 동시에 수사 대상과 사건 배분 기준을 투명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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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66%만 채운 채 출범…전산·청사도 미비해 법조계 “성급한 개청” 지적
수사·이첩 기준 불명확하면 ‘선별 입건’ 재현 우려…정치적 중립성 확보도 과제
2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에서 개청식이 열려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마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인력과 전산 시스템, 사무공간 등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하면서 법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새롭게 출범한 수사기관인 만큼 초기 조직 정비뿐 아니라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기존 수사기관과의 수사권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공수처 출범 당시 논란이 됐던 ‘선별 입건’ 문제가 중수청에서도 재현되지 않도록 수사 대상과 이첩 기준을 사전에 구체화하고 이를 일정 수준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수청은 지난 2일 정원 2874명 가운데 약 1900명만 충원한 상태로 업무를 시작했다. 충원율은 전체 정원의 약 66% 수준이다.

지방청별로도 인력 편차가 나타났다. 부산청의 충원율은 74.2%로 비교적 높았지만 광주청은 58.3%에 그쳤고, 나머지 지방청 역시 대체로 60%대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에 필요한 전산 인프라도 완성되지 않았다. 중수청은 현재 경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을 일부 보완해 사용하고 있으며 자체 시스템 구축에는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청사 역시 출범 시점에 모든 공간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이 들어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는 전체 공간 가운데 일부 층만 우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공간에 칸막이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있고 컴퓨터 등 업무 장비 역시 충분히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출범 시점이 지나치게 앞당겨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가 보더라도 성급한 개청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출범이었다”고 평가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좀 더 철저히 준비했어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라며 “신속히 인원을 충원해 정상적 수사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을 갖추는 것 못지않게 중수청이 어떤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어떤 사건을 다른 기관으로 넘길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중수청의 수사 대상에는 경찰이나 공수처의 수사 범위와 겹치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건을 둘러싼 기관 간 경쟁이 발생할 경우 수사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중대범죄 중에서도 일부는 경찰과, 일부는 공수처와 수사 대상이 겹친다”며 “어떤 걸 이첩할 것인지, 어떤 걸 수사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수사기관 내부에서만 기준을 정하는 방식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기준을 중수청 내부에만 두게 되면 그것에 따른 억측이나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기준이 정립됐는지 일정 수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의 전례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 검사에게 배당하기 전에 수사 개시 필요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운영하면서 이른바 ‘선별 입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시 대선 후보 신분이던 시절 여러 혐의로 입건되면서 정치적 목적의 표적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수처는 이후 2022년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선별 입건 절차를 폐지했다.

중수청 역시 수사기관 간 관할이 겹치는 사건에서 비슷한 논란을 피하려면 사전에 명확한 사건 배분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찬운 교수는 기관 간 수사권 충돌에 대비한 조정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새 체제 출범과 함께 수사 경합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신속하게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가 실질적으로 가동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수사기관 사이의 관할권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협의회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해당 조항은 내년 2월 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기관 간 개별 협의에 의존해야 하는 공백이 발생한다.

한상희 교수는 경찰과 중수청 사이에도 명확한 업무 분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수사기관의 업무가 경합이 돼 있는 상황인 만큼 중수청으로서는 잘못하면 업무의 주도권이 경찰에 뺏겨 허약한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법률에서 어떤 사건을 이첩할지 혹은 직접 수사할지 규정하지 않은 만큼 경찰과 중수청이 협의해 프로토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수청이 앞으로 풀어야 할 가장 민감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중수청은 현 정부의 검찰개혁 정책에 따라 출범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출범 과정부터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최근 지방중수청장 인사에서도 현 정부에서 출범한 특별검사팀의 특별검사보 출신 인사 3명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수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독립적인 평가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찬운 교수는 별도의 ‘검찰개혁 평가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며 “검찰개혁 성과를 평가하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체계 변화로 인한 부작용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그에 따른 신속한 대안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중수청 수사지휘권이 부여된 구조 역시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쟁점으로 꼽힌다.

이창현 교수는 “행안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수사하자는 중수청 설립 취지를 해친다”며 “법률·수사 전문가가 없는 행안부의 지휘를 받게 된다면 정치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상희 교수 역시 “중수청이 너무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취약한 구조”라며 “정치 수사를 감시·견제할 내외부 거버넌스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수청이 검찰개혁의 새로운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조직을 출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인력과 시스템을 조기에 정상화하는 동시에 수사 대상과 사건 배분 기준을 투명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치권이나 행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실제 운영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중수청의 향후 과제로 남게 됐다.

임성원 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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