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직원 월급 500만원 줄 판"…사장님 발칵 뒤집힌 이유

곽용희 2026. 10. 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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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확대 적용하면 열 곳 중 여덟 곳은 고용을 축소하거나 근로시간·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4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소규모 사업장의 업종·지역별 근로실태 분석 및 지원방안 마련'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전의 음식점·숙박·소매업 사업주 41명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시 대응 방안을 물은 결과 가장 많은 16명(39%)이 '고용 조정'을 하겠다고 답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로제,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연차휴가, 공휴일 유급휴무, 부당해고 금지 규정 등 일부 핵심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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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5인 미만' 적용, 정부 보고서도 우려
10곳 중 8곳 "감원·임금 등 조정"
자영업 폐업·일자리 감소 '경고'
사진=뉴스1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확대 적용하면 열 곳 중 여덟 곳은 고용을 축소하거나 근로시간·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취약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영세 자영업자 폐업과 서민 생계형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소규모 사업장의 업종·지역별 근로실태 분석 및 지원방안 마련’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전의 음식점·숙박·소매업 사업주 41명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시 대응 방안을 물은 결과 가장 많은 16명(39%)이 ‘고용 조정’을 하겠다고 답했다. 파트타임 활용 등 ‘쪼개기 고용’이 8명, ‘임금 조정’이 5명, ‘근로시간 조정’이 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78%인 32명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별도 대응 없음’은 7명(17%), 기타는 2명(4.9%)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로제,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연차휴가, 공휴일 유급휴무, 부당해고 금지 규정 등 일부 핵심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모두 적용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적용이 불가능한 근로기준법 조항’은 무엇이냐는 질문(복수응답)에는 ‘해고 제한’과 ‘유급 연차휴가’를 각각 20명이 꼽아 가장 많았다. ‘유급 공휴일’과 ‘가산수당’(각 17명), ‘휴업수당’(14명)이 그 뒤를 이었다.

 인건비 공포에…자영업자 60% "감원하거나 알바 쓸 것"
전체 사업체 63%가 '5인 미만'…가산수당 지급땐 대부분 적자로


고용노동부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작성한 ‘소규모 사업장의 업종·지역별 근로실태 분석 및 지원방안 마련’ 보고서는 지난해 서울과 대전의 음식점·숙박·소매업 사업주 41명을 심층 면접한 결과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사업체 210만5093곳 가운데 132만4844곳(62.9%)이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종사자는 317만8175명으로 전체의 약 17%를 차지했다. 우리 경제의 ‘미세 혈관’이지만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하면 곧바로 적자가 날 정도로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연구진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연장근로 가산수당만 적용해도 추가 인건비가 연간 1조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다 보니 응답자는 “지금보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아예 고용하지 않고 가족끼리만 운영하든가 폐업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수당 더 주느니 사업 접는 게 낫다”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될 경우 부담을 느끼는 조항은 업종별로 달랐다. 음식점업은 ‘유급연차휴가’를 가장 큰 부담으로 느꼈다. 응답자 14명 중 13명이 이 조항을 ‘적용 불가능한 조항’으로 꼽았다. 한 식당 사장은 “직원이 두세 명인데 한 명이 빠지면 나머지 직원은 죽어난다”고 했다.

숙박업에서는 24시간 운영이 많다는 특성 때문에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꼽은 사람(14명 중 9명)이 가장 많았다. 대전의 한 모텔 사장은 “지금도 야간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월 300만~350만원이 나가는데 초과수당까지 붙으면 400만~500만원이 된다”며 “그러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매업체 사장들은 응답자 13명 중 9명이 해고 제한, 8명이 휴업수당을 적용 불가능한 조항으로 꼽았다. 경기가 안 좋아져 인건비를 줄여야 하거나 근로자가 무단결근을 일삼아도 제때 내보낼 수 없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대전의 한 제과점 주인은 “칼질을 거꾸로 하는 직원에게 사흘 만에 그만 나오라고 했다가 고용노동청 신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이런 경우 법적 제재를 받지 않지만,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조항의 적용을 받으면 분쟁을 해결하느라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다른 연구 결과에서도 영세사업주의 고충이 확인된다. 올해 초 전용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노동경제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835곳을 대상으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수용도를 조사한 결과, 휴업수당에 대한 ‘부정적’ 응답이 84.1%로 가장 높았다. 유급연차휴가 규정은 부정 응답이 80.5%였고, 공휴일 유급 보장은 79.3%,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은 77.6%에 달했다.

 ◇생계형 일자리 되레 줄어들 우려

정책 취지와 달리 불안정한 단기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서울의 한 편의점주는 세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월·화, 수·목, 금·토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주 15시간 근로를 넘기면 퇴직금에 주휴수당까지 줘야 해서다.

대전의 도시락집 사장은 “더 일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주휴수당 때문에 시간을 못 늘려주니 다른 데 가서 투잡을 뛴다”고 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되레 ‘쪼개기 고용’이 심해지고 고용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초단시간 근로자는 177만9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노동 규제 강화가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전의 한 커피전문점 사장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모성보호 조항이 적용되면 (휴일 및 야간근무가 제한되는) 임신부가 고용에서 가장 뒷순위로 밀릴 것”이라고 했다.

이철규 의원은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노동계와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반영해 신중히 풀어야 할 과제”라며 “특히 고용 축소 우려가 확인된 만큼 업종·규모별 여건을 고려해 적용 시기와 범위를 달리하는 등 현장 충격을 줄일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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