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도 없는 유령 간병업체…보험금 청구용 '서류공장'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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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기자가 찾아간 전남광주 나주의 A간병업체.
특약 보험 가입자에게 간병인을 알선하는 이른바 '간병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일부는 사실상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한 '서류 발급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는 간병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일반적으로 △간병인이 간병업체에 등록돼 있는지 △피보험자가 간병인에게 실제 간병비를 지급했는지 등을 확인한다.
문제는 정작 서류를 발급하는 업체에 실제 간병 여부를 확인할 책임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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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업체 5년사이 2배 육박
사업장 형식만 갖춘곳 수두룩
자격 등록·서류 발급하면서
실제 간병여부 확인 의무없어
간병보험금 허위 청구 돕는꼴
"사회보장 영역 제도화 필요"

지난 2일 기자가 찾아간 전남광주 나주의 A간병업체. 컨테이너 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인 채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업체 상호명과 전화번호만 문 앞에 적혀 있었다. 옆 건물 식당 관계자는 "컨테이너가 생긴 지 1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드나드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A업체에 직접 전화하자 관계자는 "사업장에는 직원이 상주하지 않고 비대면 업무만 이뤄진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방문한 전북 김제의 B간병업체 주소지에는 논밭에 마당이 딸린 가정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간병업체임을 알 수 있는 간판이나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약 보험 가입자에게 간병인을 알선하는 이른바 '간병업체'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일부는 사실상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한 '서류 발급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병인을 등록하고 관련 서류를 발급하면서도 실제 간병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거나 관리할 의무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A·B업체를 조사한 보험사 관계자에 따르면 두 곳 모두 대표자가 자택 등에서 비대면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B업체는 한 보험설계사에게서 고객을 집중적으로 소개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일반 간병인 중개 애플리케이션 검색에서는 찾기 어려운 업체로, 지인이나 소개를 통해 고객이 유입되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보험사는 간병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일반적으로 △간병인이 간병업체에 등록돼 있는지 △피보험자가 간병인에게 실제 간병비를 지급했는지 등을 확인한다. 간병인이 유료 직업소개 사업소에 등록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중개계약서나 사용확인서 등 서류도 제출하도록 한다.
보험사가 병원에서 간병 행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직업소개 사업소를 거친 기록을 간병 사실을 판단하는 자료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작 서류를 발급하는 업체에 실제 간병 여부를 확인할 책임은 없다는 점이다.
간병 수요와 간병보험 시장이 커지면서 유료 직업소개 사업소로 분류된 사업장 중 간병업체 업무를 주로 맡는 곳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국내 유료 직업소개 사업소 현황'에서 사업장명에 '간병'이나 '케어'가 포함된 사업장을 추출해본 결과 해당하는 업체는 2020년 458곳에서 2025년 850곳으로 5년 새 8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501곳, 2022년 527곳, 2023년 584곳, 2024년 679곳으로 증가세도 꾸준했다.
하지만 이른바 '간병업체'는 별도의 간병 전문기관으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유료 직업소개 사업소 형태로 운영된다. 유료 직업소개소로 등록하려면 직업상담사 자격을 갖추거나 관련 분야에서 일정 기간 경력을 쌓는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간병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과는 별개다.
업체가 등록한 간병인이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병원에서 실제로 간병을 했는지, 작성된 간병일지가 사실과 일치하는지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 개인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는 업체가 많은 만큼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이 같은 관리 공백은 보험금 허위 청구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골절 진단을 받고 35일간 입원한 70대 이 모씨는 실제 간병인과 다른 사람이 기재된 간병 확인서를 보험사에 제출했다. 보험사가 추가 조사한 결과 실제 간병인이 신용불량으로 계좌를 사용할 수 없자 다른 사람 명의로 간병인 서류를 발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간병일수까지 부풀려 간병비를 나눠 가지려 한 정황도 확인돼 465만원 상당의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허위 청구 정황이 확인돼도 간병업체에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업체가 '고객과 간병인이 실제로 간병했다고 알려와 서류를 발급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면 이를 제재할 명확한 근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간병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간병 서비스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필요성이 커지는 간병 분야가 사회보장의 영역으로 충분히 들어오지 못한 채 개인이 해결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간병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이 직접 고용하는 방식 등 제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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