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 중 104조 예치, 쌓아두는 게 능사일까
미래·청년·지방·교육에 투자하라는 대통령 뜻
지방 집중 투자한다면서 지방 자율재원은 축소
기존 해왔던 사업을 기금 넘겨 진행하는 사업들
대통령의 지시 방향 맞게 전면 재설계 필요
지방 자율재원 50조원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
공공주택·데이터기본소득·공공일자리 50조씩
대규모·파격적 투자로 이재명표 성과 내야
반도체 초과세수로 만들어진 미래대응기금
AI반도체 호황이다. 영업이익과 세수 추계가 갈수록 늘어난다. 9월 30일 재정경제부가 국세수입을 재추계한 결과, 올해 세수가 지난 3월 전망보다 무려 63.2조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 시장이 전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46.6조 원이었지만 실제는 244.9조 원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기획예산처는 세금이 너무 많이 걷혀 '행복한 고민' 중인 셈이다.
올해 초부터 초과 세수에 대한 논쟁이 있어 왔다.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중에 이재명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쓰기로 결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가 세수를 전략적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고, 미래·청년·지방·교육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성장의 성과를 국민과 미래세대 지원에 적극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기금을 어떻게 쓰겠다는 것일까.
현재 국회로 넘어온 예산안을 살펴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제출된 지출계획을 살펴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미래 투자와 국민 환원의 구상이 충분히 구현됐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 있다.
첫째, 지방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지방의 자율재원은 줄였다. 정부가 지방에 지원하는 재원에는 지방교부세, 지방교부금 등이 있다. 여기서 지방교부세 중 보통교부세는 사업 목적이 정해지지 않고 지방 정부가 재량껏 사용하는 자금을 의미한다. 지방교부세의 비율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한마디로 정부가 걷는 국세의 일정부분을 지방에 '용도 제한없이 자율적으로 쓰라고' 지원하는 것을 법에 명시해둔 셈이다.
지방교부세법 제4조 1항에 따르면 "① 교부세의 재원은 다음 각 호로 한다. 1. 해당 연도의 내국세(…) 총액의 1만분의 1924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되어 있다. 즉, 내국세 총액의 19.24%를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하고, 그중 97%를 용도 제한 없는 보통교부세로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 산식을 유지하면 2027년 보통교부세는 약 97.2조 원으로 추계된다. 그러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면서 오히려 약 29.6조 원이 줄어들었다. 미래대응기금 전입금을 뺀 내국세를 기준으로 교부세를 산정하면서 산정 기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별 감소 추정액은 경북 4.7조 원, 전남 3.8조 원, 경남 3.4조 원, 강원 3.1조 원, 전북 2.7조 원, 충남 2.6조 원, 경기 2.1조 원, 충북 1.9조 원에 달한다. '지방'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마련된 기금 때문에 오히려 지방이 운용할 자율재원이 줄어드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현재 162.3조 원 미래대응기금에 그나마 지방계정이 있고 15.3조 원이 마련되어 있지만, 이 중 5조 원은 '여유자금 예치'이고 나머지 약 10.3조 원이 사업비이다. 그 10.3조 원에도 ▲지방대도시 호텔 지원사업 1523억 원,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 약 1.50조 원 등 목적이 명시된 사업들이 포함되어 자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 사업들 자체가 과연 지방 성장에 기여하는 사업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또한, ▲공공기관·행정부처 이전 관련 지원 사업 2707억 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약 1017억 원은 기존에 추진해온 정책과 연결되는 사업인데, 지방발전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에 넣어 뒀다. 지방 입장에서는 기금 때문에 29조 원이 감액당하고 그나마 기금에 들어 있는 10.3조 원도 목적이 분명한 사업이 대부분이라 재량권이 대폭 축소되는 셈이다.
둘째, 심지어 162.3조 원 중 104.4조 원을 어디 쓸지가 아직도 미정이다. 국회에 넘어온 2027년 예산안을 보면, 162.3조 원 규모의 기금운용계획안에서 사업비는 45.36조 원에 불과하며, 예치·예탁하는 자금은 104.36조 원으로 전체의 64.3%에 달한다. 지방계정 5조 원처럼 교육·인재계정의 24.7%인 2.5조 원도 사업에 쓰지 않고 예치하도록 편성되어 있다. 결국 100조 원을 쓰지 않고 쌓아 두겠다는 것이다.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 100조 원 역시 그런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 분배지표가 6년 만에 가장 악화되었다는 소식이 나오는 이 때, 100조 원이 국민에게 쓰이지 않고 쌓이기만 하는 것이다.
AI 확산으로 청년 고용 불안이 커지고, 높은 주거비로 주거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에 과연 쌓아두는 것이 능사일까.
대통령의 지시와도 맞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가 세수를 전략적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고, 미래·청년·지방·교육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100조 원을 쌓아두기만 한다면 대통령의 취지와 배치되는 것이다. 차라리 100조 원을 빼서 일반회계에 담아 내년에 모두 쓰도록 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셋째, 실제 사업비의 차별성과 집중 투자 목표가 불분명하다. 104.36조 원의 예치·예탁액을 제외한 나머지 약 57.94조 원에는 사업비뿐 아니라 일반회계 전출 12.5조 원, 기금운영비와 예수 이자 상환도 들어 있다. 직접 사업비는 약 45.36조 원이다.
사업 목록에는 KAIST·GIST·DGIST·UNIST 등 4대 과기원의 연구운영비 약 8181억 원이 포함돼 있다. 대학 미래역량 강화에는 약 4조 4046억 원이 편성돼 있으며, 거점국립대 혁신, 산학연 협력, 연구기반 구축, 지방국립대 성장자금과 장학금 등이 함께 들어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 출자 등 정책금융도 포함돼 있다. 대부분 일반회계에서 하던 사업이다. 이것을 굳이 기금으로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백화점 식으로 진행되는 100여개 사업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재설계해야 하는가.
![초과세수 [PG] 김은주 제작 일러스트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4/552865-A1PVkLX/20261004153741175tuhw.jpg)
다음으로 초과 세수를 감안해, 200조원 규모를 전제로 한 새로운 재설계안이 필요하다. 지방 자율재원 50조 원에, 아래 3대 사업에 각 50조 원씩 총 200조 원 규모로 새롭게 설계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처럼 100개 사업을 백화점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정부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가장 국민들에게 필요한 사업 3가지를 정해서 집중투자해야 한다. 필자는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데이터 기본소득, 안정적인 공공일자리를 제안한다.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
첫 번째 집중 투자 대상은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지사 시절 제안한 기본주택과 방향이 같다. 중산층도 적정한 임대료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높은 집값과 주거비는 미래 세대의 선택을 제약하는 대표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민간시장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공공임대를 충분히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3.16조 원 등으로 2030년까지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19만 3천 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가구당 1~4명이 거주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80만 명 규모이다. 광범위한 주거 불안을 줄이고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위해 미래대응기금 50조 원을 투입하고 225조 원에 달하는 주택도시기금 중 100조 원, 총 15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사업을 할 것을 제안한다.
인구의 5%인 국민 250만 명 이상에게 새롭게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정도로 임대규모를 늘려야 또다시 부동산 때문에 민주정권이 교체되는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을 활용해 이번에는 반드시 부동산 민간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국민에게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데이터 기본소득
두 번째는 전 국민 데이터 기본소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자체 장일 때 던진 기본소득은 이미 국민의 삶 속에 자리잡았다. 그리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을 통해 기본소득은 국민 삶 속에 확산됐다. 그런데 이제는, 국민의 삶이 어려우니까 소득을 주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AI호황을 만든 국민에게 직접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방향으로 '데이터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생산한 데이터와 사회적 지식의 축적은 AI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다. 국민이 AI를 발전시킨 셈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국민이 데이터를 만들고 데이터를 AI플랫폼에 입력하고 있다. 이런 국민들이 있기에 AI반도체 호황도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초과 세수는 데이터를 만든 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 인구를 5천만 명으로 가정하면 50조 원은 1인당 약 10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기술 발전의 성과를 국민에게 나눠주는 차원에서 데이터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서 국민들이 AI정책성과와 AI반도체 호황, 정부 정책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돌봄 교육 안전 분야의 대규모 공공 일자리
세 번째는 지방에 안정적인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AI 시대의 고용 대책을 민간기업의 채용 확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이미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상황에서 고용장려금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직무 변화와 채용 축소 위험에 대응해 공공의 역할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국민 일자리 문제는 헌법상 근로의 권리를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AI에 의한 일자리 변동 (PG),[구일모 제작] 일러스트](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10/04/552865-A1PVkLX/20261004153743774babu.jpg)
기본은 교육, 돌봄, 안전 등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분야를 안정적인 고용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영유아·초중고 교육인력, 마을활동 지원인력, 돌봄인력, 소상공인 디지털 지원인력, 공공임대주택 지원인력, 마을 안전전담인력, 지역상권 활성화 지원인력, 근접연구지원인력, 평생학습 교사, 교정·소방·경찰 등 안전 분야의 인력 확충 등으로 반도체 초과 세수로 AI시대 세계 최고의 교육국가, 돌봄국가, 안전국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안정적인 공공 일자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위 사업들은 수익창출도 가능하며 지방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공공임대 공급은 주택관리와 시설안전, 에너지 효율화, 입주자 지원과 돌봄 일자리를 만든다. 임대료 수입은 유지·보수와 금융비용을 우선 충당하고, 잉여가 발생하면 주거복지와 관련 일자리에 재투자할 수 있다. 지방 공공일자리는 지역 균형발전과 부동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며 대한민국의 성장기반이 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미래대응기금은 또다른 은행예치금
미래대응기금은 주거·소득·일자리의 불안을 줄이는 국가적 전환의 재원이 될 수 있다. 효율적으로, 또 제대로 사용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재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대로 두면, 100조원이 넘는 또다른 은행예치금만 될 뿐이다.
AI가 일자리를 빼앗고, 과도한 집값으로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뉴스로 도배되는 오늘, 미래대응기금을 쌓아 두지 말고 제대로 써서 국민 좋은 일을 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했던 방향대로 기금이 운영되어 정부가 반드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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