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7135번의 타석, 그리고 7135번의 전력 질주…정수빈은 그렇게 베어스 역사가 됐다

정철우 2026. 10. 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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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5번.

정수빈이 프로에 데뷔한 뒤 4일 첫 타석까지 타석에 들어선 횟수다.

정수빈은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8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회 첫 타석에서 개인 통산 1711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정수빈이 베어스의 역사를 바꾼 힘은 결국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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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을 직감해도 멈추지 않았다…17년 동안 이어진 정수빈의 전력질주
1711안타 중 내야안타만 382개…남들보다 한 발 더 뛰어 만든 기록
대기록의 마지막 안타마저 전력질주 내야안타…가장 ‘정수빈답게’ 역사를 썼다
출처:두산 베어스

(MHN 정철우 기자) 7135번.

정수빈이 프로에 데뷔한 뒤 4일 첫 타석까지 타석에 들어선 횟수다. 그 가운데 안타가 되지 않은 타석도 수없이 많았다. 땅볼을 치는 순간 결과가 거의 결정된 타구도 있었고, 평범한 내야 땅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은 타구도 있었다. 그래도 정수빈은 뛰었다. 빠른 발이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조금이라도 더 활용하기 위해 1루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 7135번의 반복이 결국 두산 베어스의 역사를 바꿨다.

정수빈은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8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회 첫 타석에서 개인 통산 1711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김동주의 1710안타를 넘어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낸 선수가 됐다.

흥미로운 것은 역사를 바꾼 마지막 한 걸음이었다.

1-0으로 앞선 2회 1사 1루. 정수빈은 삼성 선발 이승현과 풀카운트까지 승부한 뒤 타구를 내야에 보냈다. 그리고 곧바로 달렸다. 1루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한 뒤 마지막에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까지 했다. 결과는 내야안타였다.

정수빈의 야구 인생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1711번째 안타가 또 있었을까.

그의 1711안타 가운데 내야안타가 무려 382개다. 그중 번트안타도 83개나 된다. 전체 안타의 22%가 넘는 안타를 내야에서 만들어냈다. 단순히 방망이로만 만든 안타가 아니었다. 치고 달리고, 남들이 포기할 수도 있는 순간에 한 걸음을 더 내디뎌 만들어낸 안타가 382개나 쌓였다.
출처:두산 베어스

만약 정수빈에게 그 내야안타들이 없었다면 베어스 최다안타라는 기록 역시 지금 만들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수빈은 전형적인 거포도 아니었고 타격 하나만으로 리그를 지배했던 선수도 아니다. 대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찍 알았다. 빠른 발이었다. 그리고 그 재능을 기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뛰어야 했다.

빠르다는 것과 빠른 발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타자는 공을 치는 순간 어느 정도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잘 맞은 타구인지, 평범한 땅볼인지 몸으로 먼저 느낀다. 내야수가 여유 있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라는 판단이 들면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긴 시즌이라면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도 충분히 성립한다.
출처:두산 베어스

실제로 한 레전드는 현역 시절 "뻔히 아웃될 것을 알면서 매번 1루까지 전력으로 뛰는 것은 체력 낭비"라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아껴야 할 때 체력을 비축해야 긴 시즌을 버틸 수 있고 선수 생활도 오래 이어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것 역시 틀렸다고 할 수 없는 하나의 야구 철학이다.

정수빈은 정반대 길을 선택했다.

아웃이 될 것 같아도 뛰었다. 자신의 스피드라면 상대가 조금만 실수해도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평범한 땅볼 하나를 안타로 바꾸기 위해 매번 체력을 썼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씩 건져 올린 안타들이 쌓이고 쌓였다.

382개의 내야안타가 그 증거다.

KBO리그 최초로 통산 2000안타를 돌파했던 '양신' 양준혁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이 많은 안타를 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매 타석 1루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던 것을 꼽았다. 평범한 땅볼을 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달리다 보면 하나씩 내야안타가 만들어졌고, 그렇게 얻은 안타들이 쌓여 결국 2000안타라는 대기록으로 연결됐다는 설명이었다.
출처:두산 베어스

정수빈의 1711안타도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통산 안타는 타격 기술만으로 만들어지는 기록이 아니다. 하루 잘 쳤다고 크게 늘어나는 숫자도 아니다. 수천 번 타석에 들어서고 수천 번 1루를 밟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슬럼프와 부상을 견뎌야 하고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야 한다.

정수빈은 2009년 프로에 데뷔했다. 공교롭게도 프로 첫 안타 역시 삼성을 상대로 기록했다. 2009년 4월17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삼성전 첫 안타를 신고했고 17년이 흐른 뒤 대구에서 다시 삼성을 상대로 베어스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선수가 됐다.

100번째 안타는 2010년 9월20일 목동 넥센전에서 나왔고, 2020년 10월24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1000안타를 채웠다. 그리고 마침내 김동주의 1710안타를 넘어섰다.

김동주는 베어스를 대표했던 천재 타자였다. 강력한 장타력에 정교함까지 갖췄던 중심 타자였다. 정수빈의 타격 스타일은 김동주와 전혀 다르다. 홈런으로 투수를 압박하는 타자도 아니고 압도적인 장타율을 기록하는 선수도 아니다.

그런 정수빈이 결국 김동주보다 많은 안타를 쳤다.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출처:두산 베어스

정수빈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들려고 하기보다 자신에게 있는 것을 극대화했다. 빠른 발을 갖고 태어났고 그 발을 쉬지 않고 사용했다. 번트가 필요하면 번트를 댔고 땅볼을 치면 1루까지 달렸다. 상대 내야수가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리면 그 틈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번트안타 83개를 포함해 382개의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수비수가 정상적으로 잡았다고 생각했던 공도 정수빈이 뛰기 시작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송구를 조금 서두르다 보면 실수가 나올 수 있고, 한 발 늦으면 세이프가 된다. 기록에는 단순히 '1안타'라고 남지만 그 안타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격 기술만이 아니다.

그래서 382라는 숫자는 정수빈에게 특별하다.

1711개의 안타 가운데 홈런이나 외야를 가르는 장타가 화려한 장면으로 더 많이 기억될 수 있다. 그러나 정수빈을 베어스 최다안타 타자로 만든 것은 오히려 가장 평범해 보였던 타구들이었다. 남들이 아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끝까지 달려 세이프로 바꿔놓은 안타들이 모여 역사가 됐다.

그리고 1711번째 안타까지 그렇게 만들었다.

내야 타구를 친 정수빈은 자신의 기록이 걸려 있다고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전력으로 1루를 향했고 마지막에는 몸까지 던졌다. 세이프가 선언되면서 김동주의 이름이 있던 베어스 최다안타 1위 자리에 정수빈의 이름이 올라갔다.

어쩌면 너무나 정수빈다운 신기록이었다.

천재적인 타격 능력만으로 만들어낸 기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자신의 장점을 알고 그것을 17년 동안 반복할 수 있었던 체력과 투혼, 그리고 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7135번 타석에 들어섰다면 사실상 그만큼 1루를 바라봤다는 뜻이다.

모든 타석에서 실제 전력질주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정수빈의 야구는 언제나 1루를 향해 있었다. 땅볼 하나에도 끝까지 달렸고, 번트 하나를 안타로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속도를 냈다. 한 시즌도 아니고 17년 동안 그 원칙을 지켜왔다.

쉬운 일이 아니다.
출처:두산 베어스

빠른 발은 타고날 수 있다. 그러나 그 발을 매일 사용하는 것은 의지의 영역이다. 시즌이 길어지고 몸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하면 한 걸음이라도 아끼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베테랑이 될수록 체력 관리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커진다.

정수빈은 그래도 달렸다.

그 선택이 하나의 내야안타가 됐고, 그 안타가 382개까지 쌓였다. 그리고 마침내 1711이라는 숫자를 만들었다.

정수빈의 기록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그는 은퇴하는 순간까지 자신이 해왔던 방식으로 1루를 향해 뛸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온 방법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베어스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선수.

그 타이틀의 주인은 타격 천재가 아니었다. 남들이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한 발을 더 내디뎠던 선수였다.

7135번의 타석, 382개의 내야안타, 그리고 1711개의 안타.

정수빈이 베어스의 역사를 바꾼 힘은 결국 단순했다.

치면, 뛰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한 걸음들이 17년 뒤 대기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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