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이름 걸고 굽는 ‘기본의 맛’… 여주 ‘썬이스트버거’ [로컬큐레이터가 간다]

양동민 2026. 10. 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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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가볼만한 곳
할아버지 ‘마선동’ 이름 풀어 지은 수제버거집
먹물번에 수란·리코타 ‘썬이스트’ 시그니처
여주 가지로 튀긴 한정 사이드 메뉴까지

마정혁 셰프가 햄버거를 든 캐릭터 피규어와 조리 자격증이 진열된 매장 한쪽에 서 있다. 피규어는 군 전역 무렵부터 조금씩 모은 것이다. 2026.9.29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낯선 여행지에 가면 누구나 ‘현지 맛집’ ‘현지인이 즐겨 찾는 곳’ ‘현지인 픽’ 등을 찾아 나선다. 마치 지역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듯 말이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경기 동부 대표상점 발굴 및 로컬큐레이터 지원사업’은 이러한 발품을 대신해 준다. 로컬큐레이터들이 경기 동부권 곳곳을 누비며 지역의 숨은 맛집과 상점을 발굴해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여주를 대표하는 이단아 로컬큐레이터가 발굴해 낸 여주의 로컬 명소를 소개한다.

“두툼한 소고기 패티에 어니언잼과 하우스 소스를 더한 아메리칸 버거. 기본에 충실한 한 접시”

두툼한 소고기 패티 위로 아메리칸 치즈가 녹아내린다. 로메인과 토마토, 적양파를 겹쳐 쌓고 어니언잼과 하우스 소스로 마무리했다. 겉은 바삭해 보이지만 한 입 베어 물면 부드럽고, 채소와 소스가 받쳐줘 느끼함이 남지 않는다.

여주 천송동 KCC스위첸 상가의 수제버거집 ‘썬이스트버거’가 처음 온 손님에게 권하는 아메리칸 버거다. 마정혁(28) 셰프는 “기본적인 버거지만 우리 가게가 기본을 다하고 있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메뉴”라고 말했다.

썬이스트 버거 메뉴


가게 이름은 할아버지 마선동 씨에게서 왔다. 이름 ‘선동’을 영어로 풀어 썬이스트(Sun East)가 됐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오토바이를 타고 가 처음 햄버거를 먹었던 기억이 그에겐 유독 선명하다. 개업을 준비하던 무렵 할아버지 건강이 나빠지자, 할아버지를 기억할 방법을 고민하다 상호로 정했다.

전문학교를 나와 군 복무를 마친 그는 혼자 서울로 올라가 고든램지버거와 성수동 치킨버거집 ‘르프리크’에서 2년가량 일했다. 쉬는 날엔 서울의 웬만한 수제버거집을 다 찾아다녔다. 그는 “패스트푸드가 빠른 음식이라면 수제버거는 빠르기보다 바르게 만드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2025년 3월, 마음가짐이 달라질 것 같아 고향 여주에 가게를 열었다.

마정혁 셰프가 주방에서 패티용 소고기를 저울에 달아 한 덩이씩 나누고 있다. 2026.9.29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그가 가장 아끼는 메뉴는 가게 이름을 단 ‘썬이스트’ 버거다. 먹물번 사이에 패티와 베이컨 칩, 아메리칸 치즈를 쌓고 리코타 치즈와 수란을 올린 뒤 콘버터 소스를 둘렀다. 서울에서 배운 소스를 자기 방식으로 다시 구현했다. 패스트푸드에선 보기 힘든 조합으로, 포장 없이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다.

패티와 치즈를 두 장씩 겹친 더블 쥬시는 피클과 스리라차 마요가 매콤함을 더해 무게감에 비해 물리지 않는다. 아메리칸과 함께 가장 많이 나가는 내슈빌 핫 치킨은 두툼한 치킨 패티에 적양배추·적양파·당근 코울슬로를 듬뿍 얹었다. 맵기는 0~3단계 중 고르는데, 2단계가 신라면 정도다.

사이드엔 여주가 들어 있다. 여주 가지로 만든 가지튀김은 하루 정해진 양만 판다. 그날 들어온 가지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아예 메뉴에서 뺀다. 그는 앞으로 여주 땅콩과 고구마로도 메뉴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께 드린다며 늘 포장해 가는 손님은 부모님이 이 집 버거만 찾는다고 전했다. 교복 차림으로 혼자 왔던 고등학생은 며칠 뒤 친구들을 데리고 와 테이블을 절반 넘게 채웠다.

손님의 반응은 말보다 몸짓으로 온다. 자전거를 타고 온 한 외국인 여성은 리얼 치즈버거를 먹고 아메리칸 버거를 다시 주문했다. 그는 두 번째 버거까지 비운 뒤 아무 말 없이 엄지를 들어 보이고 나갔다. 마 셰프는 “한국 손님들은 맛있으면 말 대신 첫 입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여주 천송동 KCC스위첸 상가 1층의 ‘썬이스트버거’ 외관. 2026.9.29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가게는 직원 없이 형 마동혁 씨와 둘이 꾸린다. 동생이 주방을, 형이 주문 응대와 보조를 맡는다. 주문이 들어온 뒤에야 굽기 시작해 음식이 빨리 나오지는 않는다. 쉬는 날은 일요일 하루뿐이고, 매출은 가게를 유지하는 정도라고 했다.

그는 “성냥개비처럼 확 타올랐다 꺼지는 가게보다 촛불처럼 작게, 천천히 오래 녹아드는 가게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이름을 단 작은 버거집이 여주에서 천천히 불을 밝히고 있다.

여주 천송동 수제버거집 ‘썬이스트버거’의 마정혁(왼쪽) 셰프가 이단아 로컬큐레이터와 매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6.9.29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여주/양동민 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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