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을 땐 조목조목, 메울 땐 두루뭉술…미래기금 향한 국회 사무처 경고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80조원대 대규모 초과 세수를 활용해 정부가 도입하려는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국회 사무처가 “세수 결손 때를 대비한 관련 규정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세수 호황 땐 별도 통장 격인 미래대응기금에 돈을 쌓아두는 규정은 구체적으로 마련한 반면, 세수 결손 때 기금에서 얼마나 떼내 구멍 난 재정을 메울지를 놓고는 이렇다 할 규정이 미래대응기금법 제정안에 없다는 경고다.

유인규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문위원은 최근 ‘미래대응기금 법률안 검토 보고’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재정안정화 재원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은 여당이나 야당 소속이 아닌 국회 사무처 소속 일반직 공무원이다. 통상 법률안 심사를 앞두고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은 법안의 기대와 우려를 비교적 중립적으로 정리한 검토 보고서를 의원들의 찬반 토론을 위한 참고 자료로 제출하는데, 유 전문위원은 이례적으로 이 법률 제정안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88조원대 초과 세수가 예상되자 청년·성장 동력·지방·교육 인재 등에 투자할 미래대응기금을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달 초 이런 내용을 담은 미래대응기금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62조3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만들고 당장 내년에만 45조4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미래대응기금은 실제 확인된 초과 세수(당초 예상 대비 실제 걷힌 세수 초과분)가 아니라 정부가 지난 10년 추세를 토대로 자체 추정한 추가 세수를 따져 적립한다. 추가 세수가 플러스(+)인 경우 가계의 급여 계좌 격인 일반회계에서 미래대응기금으로 돈이 넘어간다. 반면, 추가 세수가 마이너스(-)인 경우 미래대응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돈을 되돌려놓을지, 되돌려놓는다면 그 규모는 얼마나 될지를 두고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유 전문위원은 지적했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법안을 만들며 고안한 추가 세수 개념 자체의 문제점도 유 전문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상당한 규모의 추가 세수를 기금 재원으로 편성한 이후 실제 세수가 세입예산에 미달하는 경우 기금에 반영한 재원과 실제 확보되는 세입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세수 변동성을 흡수하려는 장치가 오히려 세수 전망 오차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미래대응기금을 활용해 나라 살림 적자를 메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각각 56조원대, 30조원대 세금이 덜 걷힌 2023년이나 2024년처럼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청년미래적금, 아동기본수당, 지방국립대 장학금 등 단기간에 지출을 줄이기 힘든 사업들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유 전문위원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재원인 추가 세수·초과 세수 등은 경기와 주요 산업의 업황 등에 따라 변동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기금 일부 사업은 일단 도입되면 단기간에 축소하기 어려운 계속적·반복적 지출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그는 “(추가 세수) 산정의 객관성을 높이고 미래 대응투자에 지속해 사용할 수 있는 연간 지출 규모를 중장기 추가 세수 전망에 따른 연평균 재원 유입액을 고려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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