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탄흔 티켓' 정면 비판.. 역사 상품화 논란 속 표현의 자유 충돌
정치권도 전량 폐기·공식 사과 요구…표현의 자유 논쟁으로 확산
공적 비판과 창작 자유 충돌…문화상품 윤리 기준 놓고 갑론을박
[지데일리] 영화 굿즈 하나가 정치권 논쟁으로 번졌다.

메가박스가 선보인 영화 ‘암살자(들)’의 이른바 ‘탄흔 티켓’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인간의 존엄마저 내던진 저급한 상업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다. 역사적 비극을 영화 마케팅의 소재로 활용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표현의 자유와 상업적 윤리 사이의 충돌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탄흔 티켓을 겨냥해 “창작의 자유나 마케팅이 타인의 비극을 팔고 조롱해도 되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관계자들의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특히 육영수 여사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영부인이기 전에 한 사람의 아내였고 세 자녀의 어머니였다”고 강조하고, 피격 당시의 참혹한 순간까지 굿즈의 소재로 소비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논란이 된 탄흔 티켓은 흰색 본체 티켓에 투명 티켓을 겹치면 피격 지점에 총탄 자국이 나타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속 사건과 역사적 인물을 연상시키는 장치를 관객이 소장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든 셈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메가박스에 굿즈 전량 폐기와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과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논쟁의 핵심은 역사적 사건을 어디까지 문화 콘텐츠와 상품의 영역에서 다룰 수 있느냐에 있다. 영화는 허구와 재현을 통해 과거의 사건을 조명할 수 있지만, 이를 소비를 촉진하는 상품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는 별도의 윤리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암살과 피격이라는 폭력의 순간을 시각적 재미와 소장 가치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시민이 적지 않다.
다만 오 시장의 발언에도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시장이라는 공적 지위에서 특정 문화상품을 “저급한 상업주의”로 규정하고 관계자들의 사과와 책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은 문화산업에 대한 과도한 가치 판단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한 존중은 중요하지만, 불쾌함이나 정치적 평가가 곧바로 제작·유통의 제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창작과 표현의 영역에서는 비판과 불매, 소비자의 판단이 우선 작동할 필요가 있다.
오 시장이 강조한 ‘절제와 금도’ 역시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기준을 누가 어디까지 정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특정 사건을 희화화하거나 피해자의 고통을 의도적으로 조롱하는 행위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은 창작물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기업의 마케팅 윤리와 문화계의 표현 자유, 역사적 비극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제작사와 유통업체에는 상품 기획 과정에서 사회적 맥락을 살피는 책임이 요구되고, 정치권에는 논란이 된 콘텐츠를 비판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건 정치적 압박에 따른 일률적인 금지보다 역사와 피해자에 대한 존중, 창작의 자유, 소비자의 판단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적 기준"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