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징역 8개월 받은 사람이 병원에서 11년…치료감호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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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유호균(60) 씨는 술을 마시고 상습적으로 돈을 내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치료감호란 △정신질환이나 약물·알코올 중독 등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고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동시에 있다고 판단된 사람을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시설(국립법무병원)에 수용해 치료하는 조치를 말합니다.
유 씨가 치료감호를 마치고 병원을 나선 건 11년 뒤인 2019년이었습니다.
치료감호 가종료로 병원을 나온 사람은 3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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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유호균(60) 씨는 술을 마시고 상습적으로 돈을 내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유 씨는 1996년 어머니를 잃고 술에 기대 살아왔습니다. 법원은 '알코올 의존에 따른 심신 미약'을 인정해 징역 8개월과 치료감호를 선고했습니다.
치료감호.
"저는 징역 8월 받았으니까 한 8개월만 (치료감호를 받고) 살면 되겠지, 그 기간만 살 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8개월이 지난 다음에 보니까 나갈 때가 됐는데 안 나가는 거예요."
유 씨가 치료감호를 마치고 병원을 나선 건 11년 뒤인 2019년이었습니다.
치료감호, 일반인들에게는 참 생소한 단어입니다. 정신질환이나 중독 때문에 죄를 지은 사람을 가두는 데서 끝내지 않고, 치료해서 사회로 돌려보내 재범을 막자는 것이 치료감호의 취지입니다.
징역형과 함께 선고되면 치료감호가 먼저 집행되고, 그 기간은 형 집행 기간에 포함됩니다. 정해진 형기가 지나도 치료 필요성과 재범 위험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되면 치료감호는 최장 15년까지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를 치료감호로 보낼지, 언제 치료를 마치고 사회로 돌려보낼지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 걸까요.
■ 교정시설 정신질환자는 늘었는데…치료감호 청구는 감소
공주 소재 국립법무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한 치료감호시설입니다. KBS 시사기획 창은 국내 언론 최초로 병원 내부를 영상으로 촬영, 공개했습니다. (KBS 1TV 9월 22일 보도 시사기획 창 '죄와 병: 사라진 사람들' 편)
이곳 국립법무병원에 들어오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검사의 청구로 법원에서 치료감호를 선고받는 것입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교정시설의 정신질환 수용자는 2016년 3296명에서 올해 6월 6180명으로 87.5% 늘었습니다.
하지만 검사의 치료감호 청구는 2021년 78건에서 지난해 42건으로 줄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일곱 건에 그쳤습니다.
치료감호가 선고되기 위한 절차는 이렇습니다.
치료감호는 검사만 청구할 수 있는데, 먼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언동에서 정신질환이 의심될 경우, 검사가 과거 정신질환을 앓았는지 등을 살펴보게 됩니다. 통상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살펴보게 됩니다.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치료감호대상자에 대한 치료감호를 청구할 때에는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鑑定)을 참고하여야 한다.
이어 재판에서 치료감호를 청구하려면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을 참고해야 합니다. 정신감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상자를 병원으로 옮겨 상태를 관찰하고 평가하는 절차를 거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형사재판에서의 정신감정은 90% 이상이 공주 국립법무병원에서 이뤄지는데, 피고인이 최소한 한두 달 정도는 병원에 이송되어 정신 감정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인 재판보다 더 오래 걸리게 되는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호송·행정 부담 등을 치료감호 청구의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당국 관계자는 "검사가 치료감호를 청구할 유인이 전혀 없다"면서, "통상의 사건처리보다 추가적인 절차를 거쳐야 해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다, 치료감호를 보낸다고 해서 칭찬받는 것도 아니다. 강력사건의 경우엔 치료감호를 청구하는 데 눈치도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교정시설장이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수용자를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국립법무병원으로 '이송'하는 방법입니다.
치료감호는 아니지만,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국립법무병원에 수용된 사람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습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37조
② 소장은 수용자의 정신질환 치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치료감호시설로 이송할 수 있다.
③ 제2항에 따라 이송된 사람은 수용자에 준하여 처우한다.
법무부는 검사의 치료감호 청구 감소 원인을 묻는 시사기획 창의 질의에 "병원의 수용 여건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는 치료감호시설의 수용정원 한계와 과밀 여부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치료명령이나 보호관찰, 수강명령 등 대체 제도가 활용되는 점도 청구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국립법무병원은 얼마나 차 있는 걸까요.

■ 재원자 3명 중 2명, 이미 형기 넘기고도 수용
올해 6월 30일 기준 국립법무병원 재원자는 823명입니다. 현재 가용 병상은 900병상으로, 91%가 찼습니다.
총 1200병상 규모지만 300병상은 의료진이 없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재원자 823명을 담당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아홉 명으로, 한 사람이 90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합니다.
이영렬 국립법무병원장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정신과 전문의 한 사람이 담당할 수 있는 환자는 60명인데, 이곳에선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병원에 사람을 더 보내기도 어렵고, 병원에 이미 들어온 사람을 충분히 치료해 내보내기도 쉽지 않은 구조인 셈입니다.

시사기획 창이 재원자의 수용 기간을 분석해보니, 함께 선고된 징역형에 해당하는 기간을 이미 치료감호시설에서 보낸 재원자는 543명, 전체의 66.0%였습니다.
형기에 해당하는 기간을 지난 재원자는 2021년 552명, 2022년 496명, 2023년 499명, 2024년 528명, 지난해 519명으로 최근 5년 동안 전체 재원자의 60%를 넘겼습니다.
법무부는 형기에 해당하는 기간을 지난 사람들의 추가 치료감호 기간별 현황은 별도로 작성·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확보한 집계자료만으로는 이들이 형기를 넘긴 뒤 얼마나 더 수용됐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치료감호 기간이 5년 이상 10년 미만인 사람은 220명, 10년 이상인 사람은 83명이었습니다. 전체 재원자의 36.8%가 5년 이상, 10.1%가 10년 이상 병원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장기수용이 고착화되고 있는 겁니다.
■ 5년 사이 허가율 절반 수준으로…퇴원 심사 기준은?
그렇다면 병원을 나가는 절차는 어떨까요.
치료감호를 받는 사람은 집행을 시작한 뒤 6개월마다 종료 또는 가종료 필요성을 심사받습니다.
'종료'는 치료감호를 완전히 끝내는 결정입니다. '가종료'는 3년의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시설 밖으로 내보내는 조건부 결정입니다. 실제 출원은 대부분 가종료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법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종료 허가와 불허 결정 가운데 허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13.3%에서 지난해 6.7%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습니다.
2021년에는 270건이 허가되고 1천761건이 불허됐습니다. 지난해에는 허가가 115건으로 줄었지만 불허는 1천599건이었습니다. 2021년은 코로나19 여파로 가종료 허가를 높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후 허가율은 10.8%, 8.0%, 7.2%, 6.7%로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실제 가종료로 병원을 나간 사람도 2021년 263명에서 지난해 126명으로 52.1% 감소했습니다. 조건 없는 치료감호 종료 결정으로 출원한 사람은 최근 5년간 13명뿐이었습니다.
치료감호법 시행규칙 제27조(가종료 등의 결정기준)
위원회가 법 제37조제3항에 규정된 사항(이하 “치료감호사안”이라 한다)을 심사·결정할 때에는 피치료감호자의 연령·건강상태·경력·가족관계·가정환경·범죄경력·치료 경과·준수사항의 이행 여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고려하여야 한다.
치료감호법 시행규칙은 가종료를 심사할 때 연령과 건강 상태, 가족관계, 가정환경, 범죄경력, 치료 경과와 준수사항 이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심의 경험자들은 이러한 규정 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고 말했습니다.
한 심의위원은 "법조위원들은 범죄가 중대했다면 처음 (법원에서) 선고된 형기가 적정했는지부터 따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위원은 "주치의가 증상이 안정됐다고 판단한 사안에서도 범죄 결과의 참혹성을 고려해 징벌적인 요소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가종료를 불허한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심의 경험자는 "심사 당시 피감호자의 전과와 비슷한 범죄가 사회에서 발생하면 더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치료 상태와 개인별 재범 위험성을 따지는 법적 요건 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퇴원 심사에 작용한다는 사실. 하지만, 재원자들이 받는 불허 결정문만으로는 이러한 사실을 알기 어려웠습니다.
시사기획 창은 심의위의 심사기준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별도의 심사 기준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치료감호심의위의 결정은 사실상 다투기 어렵습니다. 취재진과 통화한 한 재원자의 부친은 "(자식이) 몇 번 정도 가종료 불허가 됐다. 그런데 이제 나올 차례인데 소송이라든지 했다가 못 나오면 어떡하느냐"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재원자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가종료 불허 결정에 소송을 낸 사례는 10여 건 있지만, 이러한 행정소송에서 수용자가 이긴 사례는 2017년 단 한 차례 뿐입니다.
■ 병원을 나오면 치료는 스스로의 몫
나온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치료감호 가종료로 병원을 나온 사람은 3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습니다. 치료 준수사항이 부과되면 보호관찰관이 병원 진료와 약물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합니다.
현행법은 법무부와 복지부의 공조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호관찰소장과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이 치료감호를 마치고 보호관찰기간 중인 사람의 치료 및 재범방지, 사회복귀를 위해 상호 협조해야 하는 겁니다.
치료감호법 제36조의4(보호관찰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공조)
① 보호관찰소의 장과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장은 피보호관찰자의 치료 및 재범방지, 사회복귀를 위하여 상호 협조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보호관찰소장은 치료감호를 마치고 나온 사람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 상담, 진료, 사회복귀훈련 등 정보를 센터 측에 요청할 수 있고,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치료감호를 마치고 나온 사람의 공동 면담 등을 보호관찰소에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법무부는 치료감호 관련 보호관찰 대상자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몇 명 등록됐는지, 이 가운데 몇 명이 상담·진료·사회복귀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했는지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보호관찰소가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정신보건 정보를 요청하거나 회신받은 인원과 횟수에 관한 통계도 없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치료감호를 마치고 나온 사람을 별도로 분류해 관리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조 의무가 규정된 보호관찰기간에 이렇다면, 보호관찰이 끝난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치료와 사회복귀는 개인 스스로의 의지에 맡겨지게 됩니다.
한 보호관찰관은 "보호관찰이 끝난 뒤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치료감호제도의 개선안을 묻는 KBS의 질의에, 법무부는 "올해부터 한국판 폭력위험성 평가도구인 HCR-20을 가종료 심사자료로 활용하고 있다"며, "재활·직업훈련·근로활동 등 사회 적응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도 가종료 심사자료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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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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