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집 없음’의 고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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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리 사회에 '중산층(中産層)'이라는 사회·경제 용어가 널리 쓰이던 때가 있었다. 우리 경제의 허리 부분을 가리키는 이 중산층의 실체적 모델을 찾아 제시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사저널이 창간 초기에 소득·연령 등을 기준으로 '평균 한국인'을 선정해 몇 년간 기획특집으로 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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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한동안 우리 사회에 '중산층(中産層)'이라는 사회·경제 용어가 널리 쓰이던 때가 있었다. 우리 경제의 허리 부분을 가리키는 이 중산층의 실체적 모델을 찾아 제시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사저널이 창간 초기에 소득·연령 등을 기준으로 '평균 한국인'을 선정해 몇 년간 기획특집으로 내보기도 했다. 한국이 경제 선진국으로 올라선 지금, '중산층'이라는 말이 조금은 낡은 개념으로 읽힐 수 있지만, 그렇다고 중산층이라는 형체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그때의 중산층은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부를 축적해 더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살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 달러를 눈앞에 둔 시기를 살면서도 K자형 양극화의 한가운데에 갇혀있는 중산층과 서민, 청년층은 물가고, 주거난 등으로 인해 하루하루가 막막하다. 당시와 달리 아파트 가격이 수십억원대까지 올라 있고 주거 사다리는 크게 불안해져 내 집을 갖는 꿈을 꾸는 일조차 버거워진 상태다.

이번 추석 명절에도 20·30대 청년층과 급여에 소득의 대부분을 의지해 사는 중산층, 서민 계층을 포함한 많은 전세살이, 월세살이 등 주거 걱정에 시름 깊은 모든 고단한 '살이'들이 편치 않은 마음으로 귀성길에 올랐을 것이다. 그들 중에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지들로부터 자신의 주거 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들을까 노심초사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을 터다. 월세를 살아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매달 들어오는 급여의 몇 분의 1을 그냥 날려야 하는 일은 살을 뜯기는 고통만큼이나 깊다. 돈을 모으기는커녕 빚을 지지 않고 사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된다. 이런 삶을 살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는 이들이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월세는 갈수록 더 오르고, 그 월세방을 구하는 일조차 예전과 다르게 큰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고가 주택에 초점이 주로 맞춰진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애먼 전월세가 후폭풍을 맞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주택 보유자들이 전세를 거둬들여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전월세값도 덩달아 뛰어올랐다. 전세 물량은 올 1월에 비해 50% 가까이 줄어들었고, 전셋집이 줄어들자 월셋집도 따라 감소한 데다 값도 지속적으로 올라 이미 400만원짜리까지 등장한 상태다. 이제는 월 100만원 이하의 월세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기존 다주택자들이 떠안은 세금까지 세입자에 전가한 영향이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전월세 문제에 여전히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과거 전세가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하지 않았냐'는 요지의 기자 질문에 "(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질 것이라고 한 걸로 기억한다"라고 답했을 뿐, 전월세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취약계층 중심이던 공공 임대주택의 문턱을 낮춰 무주택 중산층도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최장 20년간 살 수 있게 하는 '보편형 공공임대'를 보급하고, 청년 월세 지원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이 정도의 대책으로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전월세난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고향에서 돌아온 모든 전세살이, 월세살이들이 앞으로는 지금과 다른 삶을 꿈꾸며 살 수 있도록 정부는 지금의 현실에 대해 더 많을 고민을 깊이 있게 해줄 것을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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