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회사가 K팝·네일·친환경 옷에 꽂힌 이유…117억 스타트업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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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소주를 만드는 하이트진로가 스타트업 투자 영역을 K팝과 뷰티, 친환경 패션까지 넓히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2020년 이후 투자한 스타트업은 32곳, 투자 규모는 약 117억원이다.
올해 쿨베어스와 비전브릿지파트너스까지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투자가 실제 R&D 자금 확보로 다시 연결되는 구조도 이어지게 됐다.
하이트진로가 패션·뷰티·K팝까지 넓힌 스타트업 투자를 본업과 실제 사업 시너지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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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와 소주를 만드는 하이트진로가 스타트업 투자 영역을 K팝과 뷰티, 친환경 패션까지 넓히고 있다. 단순히 지분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투자 기업을 정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추천하고 후속 투자와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일부 투자사는 이미 글로벌 유통망 진입과 브랜드 사업 확장으로 이어졌다.

올해도 투자사 두 곳이 팁스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트진로는 친환경 섬유 소재 기업 쿨베어스와 K팝 팬덤 플랫폼 운영사 비전브릿지파트너스가 자사 추천을 받아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팁스에 최종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쿨베어스는 지난 4월 팁스 딥테크트랙에 선정됐다. 2023년 8월 일반트랙에 선정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선정으로 앞으로 36개월간 최대 15억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불가사리와 패각을 재활용한 친환경 비건 충전재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쿨베어스가 실제 사업에 활용하고 있는 소재도 독특하다. 해양 폐기물인 불가사리 등에서 탄산칼슘을 추출한 뒤 섬유 가공제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섬유의 내염소성과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기술만 개발하는 회사도 아니다. 자체 스포츠웨어 브랜드 '에이븐(AVEN)'을 운영하며 친환경 소재를 의류에 적용하고 있다. 골프와 카페를 결합한 복합 공간 '에이븐하우스'도 선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앞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쿨베어스를 주요 투자기업으로 공개했다.
하이트진로의 투자 영역은 주류나 식품과 직접 관련이 없는 K팝으로도 번졌다.
지난 6월 팁스 일반트랙에 선정된 비전브릿지파트너스는 글로벌 K팝 팬덤 플랫폼 '하이어(HIGHER)'를 운영한다. 앞으로 24개월 동안 최대 8억원의 R&D 지원을 받아 AI 기술과 디지털 컬렉션, 실물 상품, 글로벌 커머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 이 회사에 직접 지분 투자했다. 하이어는 K팝 콘텐츠와 팬덤 활동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회사 측은 약 120개국에서 이용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향후 팬덤을 기반으로 디지털 상품과 실물 상품 판매까지 수익모델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해외 소주 사업과 접점을 만들 여지도 있다. 회사는 글로벌 사업 전략으로 '진로의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어 K팝 팬덤을 활용한 콘텐츠·굿즈·행사 협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 투자 기업 가운데 실제 브랜드가 해외 시장까지 진출한 사례도 있다.
셀프 젤네일 브랜드 UUUUU(유유유유유)가 대표적이다.
하이트진로는 UUUUU에 지분 투자한 뒤 팁스 운영사로 추천했고, 이 회사는 2023년 팁스에 선정됐다. 당시 함께 선정된 디캔트는 와인 부산물 등 농가공 부산물을 화장품·식품 소재로 바꾸는 업사이클링 업체였다.
UUUUU는 이후 사업을 해외로 확대했다.
회사 공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코스트코 홀세일에 입점했고, 독일 네일 브랜드와 100만달러 규모 수출 계약을 맺었다. 2024년에는 아마존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샤넬 R&I팀과 개념검증(PoC)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올해는 미국 대형 뷰티 유통업체 샐리뷰티의 공식 벤더사 계약까지 체결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자체 브랜드 판매와 OEM·ODM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소비자가 이미 접하고 있는 서비스도 적지 않다.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eSIM 로밍 서비스 '유심사'를 운영하는 가제트코리아, 피트니스 예약·관리 플랫폼 '다짐' 운영사 스톤아이,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 '충전돼지' 운영사 백퍼센트 등이 투자 기업에 포함돼 있다. 스마트팜 기업 퍼밋과 나물 유통업체 엔티에는 후속 투자까지 진행했다.
투자 분야도 변하고 있다.
초기에는 스마트팜, 농식품, 식품 부산물 재활용 등 본업과 비교적 가까운 분야가 많았다. 이후 여행 플랫폼과 스포츠, 뷰티, 패션으로 범위가 넓어졌고 최근에는 K팝 팬덤 플랫폼까지 들어왔다.
하이트진로는 투자 이후 팁스 추천과 후속 투자, 해외 인프라 활용, 홍보와 마케팅 지원 등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 서초사옥에는 투자 스타트업이 이용할 수 있는 보육 공간도 운영해 왔다.
올해 쿨베어스와 비전브릿지파트너스까지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투자가 실제 R&D 자금 확보로 다시 연결되는 구조도 이어지게 됐다.
다만 투자 기업의 기업가치 상승이나 투자금 회수 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까지 확인되는 성과는 투자 기업의 팁스 선정과 후속 사업 확장이다. 하이트진로가 패션·뷰티·K팝까지 넓힌 스타트업 투자를 본업과 실제 사업 시너지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다음 단계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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