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신이 아닙니다”…‘고객 갑질’에 칼 빼든 일본 [재패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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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하라'라는 단어가 자주 쓰입니다.
최근에는 이른바 '고객 갑질', 즉 카스하라(Customer Harassment)가 화두가 됐습니다.
기리우 마사유키 도요대 교수(심리학)는 고객 갑질 관련 강연에 참석한 이들에게서 회사 측 대응에도 불만이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많은 경영진이 '조금 곤란한 고객에게도 잘 대응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한 명 몫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통념처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님은 신'이라는 과도한 오모테나시 문화와 이를 당연시하는 소비자 사이의 균형이 깨진 것이 고객 갑질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폭언·폭행·협박이나 집요하게 반복되는 요구, 도게자 요구, 퇴거 거부·눌러앉기, 직원 개인에 대한 공격 등을 고객 갑질이라고 명시하고 "카스하라를 저지른 고객에게는 대응하지 않겠다. 악질적인 경우 경찰·변호사 등과 상담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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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고객 갑질 대책 의무화
JR동일본 “악질 고객 상대 않겠다”
‘손님은 신’→직원 보호 중심 변화
일본에서는 ‘○○하라’라는 단어가 자주 쓰입니다. 괴롭힘을 뜻하는 영어 하라스먼트(Harassment)와의 합성어인데요. 가령 직장 내 갑질은 ‘파와하라’(Power+Harassment), 성희롱은 ‘세쿠하라’(Sexual Harassment)라고 부릅니다. 얼마 전 요미우리신문에는 PC 자판을 거칠게 치거나 한숨, 혀차는 소리가 큰 것은 직장 내 ‘오토하라’(音·오토+Harassment)가 될 수 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른바 ‘고객 갑질’, 즉 카스하라(Customer Harassment)가 화두가 됐습니다.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의 하반기가 시작된 10월1일부터 기업의 ‘카스하라 방지 조치’가 의무화됐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최근 금융·외식·의료 등 고객 응대가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고객의 폭언·폭행, 부당한 요구, 반복적이고 집요한 언행 등 피해가 확산하자 노동시책종합추진법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이 법이 10월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각 기업은 직원 보호 방침을 정하고 상담 창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도대체 고객 갑질이 얼마나 심하기에 대책 마련을 법제화하기에 이르렀을까요.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 농기계 회사의 도치기현 영업소 소장이었던 남성은 2006년 거래처와 자재 납품 문제로 갈등이 빚어져 이른바 ‘도게자’(土下座·바닥에 엎드려 조아림)를 강요받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회사 쪽에 상담을 했지만 “경찰서까지 가게 되면 네 미래는 없다”, “알아서 해결하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고 하네요. 이 일로 우울증을 앓게 된 남성은 휴직 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회복되지 않았고, 이후 다른 질병이 겹쳐 2024년 사망했습니다. 이 남성의 부인(70)은 최근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가장 인상에 남은 고객 갑질 유형’으로 ‘폭언’(39.8%), ‘위협·협박’(14.7%), ‘몇번이나 같은 요구를 반복하는 행위’(13.8%), ‘장시간 눌러앉기’(11.1%), ‘권위적 태도나 훈계’(10.2%) 등을 꼽았습니다.
◆“잡아넣을 테니 각오해”…3년간 641차례 민원도
기업이 아닌 공무원 사회의 문제이긴 하지만, 최근 오사카시가 법적 대응 방침을 굳힌 악성 민원인 사례도 고객 갑질의 심각성을 잘 보여줍니다.
오사카시에 거주하는 한 남성은 시립수영장의 설비 결함 등을 문제 삼아 여러 시청 부서를 상대로 사과와 상세한 설명을 요구했는데요, 시청 측이 기록을 시작한 2023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시청 직원들은 전화로 548차례, 직접 면담으로 93차례 이 남성을 응대해야 했다고 합니다.

오사카부가 지난 6월25일∼7월9일 직원 1만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6007명 중 23%(1365명)이 ‘카스하라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빈도는 ‘1년에 몇 번 정도’가 64%, ‘한 달에 몇 번 정도’가 18%, ‘일주일에 몇 번 정도’가 4%였고, ‘거의 매일’도 1% 있었습니다. 이들 중 50%가량은 악성 민원인을 한 번 상대하는 데 ‘1시간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고 답했고,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꼈다’(80%)거나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다’(16%)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가수 미나미 하루오는 1961년 지방 공연 당시 사회자로부터 ‘손님(관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손님은 신”이라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신 앞에서 기도하듯 잡념 없이 관객 앞에서 노래하겠다는 자세를 나타낸 말이었지만, 이후 ‘고객은 절대적 존재’라는 의미로 확대돼 사용됐습니다. 손님을 극진히 환대하는 오모테나시와 함께 일본의 접객 문화를 상징하는 문구가 된 것이죠.
아울러 일본 호텔이나 식당, 카페 등에서는 손님에게 극존칭을 쓰고, 서비스 제공자는 스스로를 낮추는 언어 관습이 있는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고객 우위’ 문화가 고객 갑질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곤 합니다.
기리우 마사유키 도요대 교수(심리학)는 고객 갑질 관련 강연에 참석한 이들에게서 회사 측 대응에도 불만이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많은 경영진이 ‘조금 곤란한 고객에게도 잘 대응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한 명 몫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통념처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님은 신’이라는 과도한 오모테나시 문화와 이를 당연시하는 소비자 사이의 균형이 깨진 것이 고객 갑질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이제 이런 문화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아키타현의 다이이치 관광버스는 2023년 지역신문에 게재한 ‘그 불만, 지나친 것 아닙니까?’라는 지면 광고에서 “최근 몇 년간 사소한 일로 불합리한 클레임을 넣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는 고객들이 있다”면서 “손님은 신이 아닙니다”라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호텔이나 료칸(旅館) 등 숙박시설에서는 이미 2023년 여관업법 개정을 통해 부당한 숙박료 할인이나 무료 업그레이드, 레이트 체크아웃 등 계약에 없는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고객의 숙박을 거부할 수 있게 됐습니다.

10월1일 ‘카스하라 대책’ 시행이 의무화하면서 이제 일본 기업들은 ‘더 친절하게’가 아니라 ‘어디까지 친절할 수 있는가’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됐습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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