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하고 운동신경 없다”며 방출…오기 하나로 버텨 연 570억 슈퍼스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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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금 통통했고 운동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실수했다."
다만 그때 아버지가 해준 말만은 또렷이 기억한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케인이 방출될 당시 아스널 유소년 아카데미의 책임자였던 리엄 브래디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실수했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놀라운 커리어를 일궈냈고,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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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승 이어 발롱도르 정조준…33세에도 멈추지 않는 ‘골 시계’

영국 런던 북동쪽의 작은 동네. 집 뒤 공원에 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다. 소년의 골대였다.

“해리… 아스널이 널 내보내기로 했단다.”

그로부터 20여년. 나무 사이로 공을 차던 소년, 해리 케인(33·바이에른 뮌헨)은 한 해 수백억원을 버는 세계적인 골잡이가 됐다. 다음 달 런던에서 열리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는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계속 열심히 하면 돼”
케인은 방출 소식을 들은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그때 아버지가 해준 말만은 또렷이 기억한다.
“아스널은 널 내보내지만, 우린 리지웨이로 돌아가서 하던 대로 계속 열심히 하면 돼.”
케인은 원래 뛰던 동네 클럽 리지웨이 로버스로 돌아갔다. 우상 데이비드 베컴이 어린 시절 공을 찼던 팀이다.
다음 문도 쉽게 열리진 않았다. 케인은 토트넘 입단 테스트에 도전했지만 또 떨어졌다. 손을 내민 건 왓퍼드였다. 그런데 왓퍼드 유니폼을 입고 나선 경기의 상대가 하필 토트넘이었다. 케인은 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토트넘은 그제야 입단을 제안했다. 11세였다.
아스널에 이어 토트넘에서도 거절당했지만 케인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케인은 훗날 아스널 방출이 “내게 일어난 최고의 일”이었다고 했다. 자신에게 없던 오기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뒤늦게 인정한 ‘실수’
오기는 프로가 된 뒤에도 필요했다. 토트넘 유소년팀에서 성장해 프로 계약까지 맺었지만, 1군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레이턴 오리엔트, 밀월, 노리치시티, 레스터시티를 돌며 임대 생활을 했다.
기회는 2014~2015시즌 찾아왔다. 토트넘 주전 공격수로 자리 잡은 케인은 그해 리그에서 21골을 터뜨렸고, 이후 2년 연속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기자는 2018년 1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케인이 뛰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손흥민과 케인이 나란히 선발로 나선 토트넘과 웨스트햄의 경기였다. 관중석의 눈을 끈 것은 케인의 움직임이었다. 공이 없는 곳에서도 쉴 새 없이 뛰었다. 넓은 경기장에서 유독 케인만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그때는 그저 많이 움직이는 공격수라고 생각했다. “운동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로 방출됐던 선수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조금 다르게 보이는 장면이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케인이 방출될 당시 아스널 유소년 아카데미의 책임자였던 리엄 브래디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실수했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놀라운 커리어를 일궈냈고, 그럴 자격이 있다.”

케인은 이후 러시아월드컵 득점왕에 올랐고 토트넘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오랫동안 따라오지 않던 우승컵도 마침내 손에 넣었다. 2023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지 2년 만에 분데스리가 정상에 서며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30대의 골 시계는 오히려 빨라졌다. 지난 18일 분데스리가 역대 최단인 98경기 만에 통산 100골을 채웠다. 종전 기록보다 무려 31경기 빨랐다.

한 해 570억원 버는 축구 스타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6월 케인의 최근 1년 수입을 4100만달러(약 570억원)로 추산했다. 광고 등 경기장 밖에서 번 돈만 1200만달러(약 167억원)에 이른다.
한때 가능성을 의심받았던 케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입을 올리는 축구 스타가 됐다.
이제 케인 앞에는 또 하나의 트로피가 놓여 있다. 2026 발롱도르 시상식은 다음 달 26일 런던에서 열린다. 외신과 베팅 시장은 케인을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는다.
아스널이 그때 보지 못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계속 나아가는 힘이었다.
방출되고, 거절당하고, 여러 팀을 떠돌았다. 수없이 골을 넣고도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했다. 그래도 케인은 계속 골을 넣었다.
20여년 전 공원에서 아버지에게 방출 소식을 들었던 케인. 그 여정의 끝에 황금빛 공 하나가 남아 있다.
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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