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경제는 정책이 아니라 구조로 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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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가가 법으로 사회연대경제를 만들 수 있는가.
법이 만들어졌으니 더 많은 조직을 지원하고, 더 많은 사업을 만들고,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하면 사회연대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논리가 계속된다면 기본법은 사회연대경제를 독립시키는 법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체계 안으로 더 깊이 편입시키는 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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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소유하고, 누가 결정하며, 잉여가 어디에 귀속되고, 그 조직이 누구에게 책임지는가. 결국 사회연대경제는 좋은 일을 하는 경제가 아니라 경제적 권력을 다르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한국의 지난 20년은 이 질문보다 다른 질문에 익숙했다. 몇 개의 조직을 만들었는가, 얼마를 지원했는가, 몇 명을 고용했는가가 정책의 중심이었다. 조직의 수는 늘었고 제도는 확장되었지만, 정작 사회연대경제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는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조직이 시장보다 정책을 먼저 보게 되었고, 조합원보다 행정의 평가기준을 더 의식하게 되었으며, 장기적 축적보다 단 년도 사업에 적응했다.
한국 사회연대경제의 문제는 조직이 약해서라기보다 조직을 둘러싼 제도적 구조가 자율보다 의존을 더 쉽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그래서 기본법 이후의 가장 큰 위험은 역설적으로 기본법 자체에 있다. 법이 만들어졌으니 더 많은 조직을 지원하고, 더 많은 사업을 만들고,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하면 사회연대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논리가 계속된다면 기본법은 사회연대경제를 독립시키는 법이 아니라 국가의 정책체계 안으로 더 깊이 편입시키는 법이 될 수도 있다. 사회연대경제는 정부가 없어도 작동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얼마나 갖추었는가에 의해 강해진다.
여기서 앞으로 시행령이 무엇을 규정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규정하지 않을 것인가이다. 국가는 사회연대경제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직을 만들고, 선정하고, 등급을 나누고, 사업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모든 것을 관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 법과 제도를 만들고, 공정한 시장을 형성하며, 금융과 조달의 문턱을 낮추고, 통계와 정보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도 다시 보아야 한다. 돌봄은 지역에서 일어나고 먹거리와 주거, 에너지와 교통, 지역소멸과 일자리 문제도 지역에서 발생한다. 중앙정부는 법제와 국가적 기준, 통계, 부처 간 조정, 기본적인 재정체계를 맡고, 지역에서는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스스로 자신의 경제구조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주체는 시민과 지역의 조직이다.
사회연대경제가 살아 있는 곳에서는 시민이 단순한 소비자나 복지수혜자가 아니다. 조합원이 되고, 투자자가 되고, 생산자가 되고, 이용자가 되며 때로는 공동자산의 관리자가 된다. 그것은 시민을 경제의 객체에서 소유와 의사결정의 주체로 이동시키는 프로젝트다.
앞으로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평가할 때 사회적 가치라는 추상적 언어만 반복해서는 안 된다. ESG 시대에는 일반기업도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말한다. 탄소를 줄이고, 취약계층을 고용하며,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기업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연대경제는 무엇으로 자신을 설명할 것인가.
다시 구조로 돌아가야 한다. 자본을 많이 출자한 사람이 더 많은 권력을 갖는가, 아니면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권력을 나누는가. 잉여가 투자자에게 집중되는가, 조직이 실패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사회연대경제는 올바른 길을 갈수 없다.
몇 개의 사회적기업을 더 인증할 것인가가 아니라, 사회연대경제 내부의 자산과 인프라가 얼마나 늘어났는가를 보아야 한다. 정부보조금이 아니라 시민과 민간의 자본이 얼마나 들어왔는가를 측정해야 한다. 조직 숫자보다 공동자산이 얼마나 축적되었는지 물어야 한다. 행정기관과의 관계보다 조합원과 이용자의 참여가 얼마나 살아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결국 정책의 언어가 바뀌지 않으면 법이 바뀌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박상하 사회경제연구원장 parksh17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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