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십 도박’ 성공한 스페이스X, NASA와 DNA 달랐다 [김기혁의 테슬라월드]

김기혁 기자 2026. 10. 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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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미국 우주 산업의 겉모습은 화려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으로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우주로 향하는 길을 뚫었습니다.

저서 '로켓 드림'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 관계를 파헤쳤습니다.

'로켓 드림' 저자인 크리스천 데이븐포트는 미국 유력 매체 워싱턴포스트의 우주 전문 기자로 현대 우주 산업을 대표하는 기관과 기업을 가장 가까이서 심층 취재해 온 인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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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보수적 관료주의
실리콘밸리식 스페이스X
우주탐사 접근법 근본적 달라
리스크 딛고 스타십 첫 지구 궤도 진입
일론 머스크(오른쪽) 스페이스X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옆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미국 우주 산업의 겉모습은 화려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으로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며 우주로 향하는 길을 뚫었습니다. 올해 상장으로 이 회사는 2조달러 가량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우주 산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최근에는 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처음으로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우주 산업의 아이콘으로 올라서기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10년 간 경쟁과 정부와의 긴장 관계가 있었습니다. 저서 ‘로켓 드림’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 관계를 파헤쳤습니다.

‘로켓 드림’ 저자인 크리스천 데이븐포트는 미국 유력 매체 워싱턴포스트의 우주 전문 기자로 현대 우주 산업을 대표하는 기관과 기업을 가장 가까이서 심층 취재해 온 인물로 꼽힙니다. 책은 우주가 더 이상 단순한 과학적 탐사의 대상이 아니라 채굴과 운송, 전력, 생산 시설이 들어설 거대한 경제권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줍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스페이스X와 NASA의 관계입니다. 아폴로 달 착륙 당시만 해도 우주 탐사는 국가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NASA가 민간에도 우주 탐사 접근권을 차츰 내려놓으면서 스페이스X와 같은 혁신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두 조직의 DNA는 근본적으로 상극입니다. 책의 12장 ‘NASA와 스페이스X가 맞붙은 이유’에서 다루듯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며 실패를 극도로 회피하는 NASA의 보수적 관료주의와 ‘빠르게 실패하고 수정하라’는 실리콘밸리식 스페이스X의 접근법은 끊임없이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특히 머스크가 구상하는 우주 개척 속도는 기존 상식을 파괴하는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머스크는 달이나 화성에 기지를 세우려면 “수천 기의 우주선, 수만 번의 연료 충전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루에도 수차례 로켓을 발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스페이스X의 수석 엔지니어들은 주 100시간씩 일하며 발사대에 매달렸고 끊임없는 폭발과 실패를 겪어야만 했죠. 머스크 본인조차 인터뷰에서 “로켓 사업은 감정적으로 엄청난 상처를 남기는 일”이라며 로켓이 폭발해 버릴 때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감정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연방항공청(FAA)의 끝없는 조사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리스크 관리를 우선시하는 NASA 수뇌부에게는 스페이스X가 통제하기 어려운 골칫거리이면서도 엄청난 혁신을 불러올 잠재력 있는 존재로 양립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븐포트는 NASA 국장이 단순히 우주 탐사를 지휘하는 직책이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고도의 정치적 책략이 필요한 자리였다는 설명입니다. 짐 브라이든스타인(Jim Bridenstine, 제13대 NASA 국장)은 정치인 출신 최초의 NASA 국장으로 임명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도했던 달 개척 프로젝트(아르테미스)가 조 바이든 행정부로 넘어가는 정권 교체기에도 폐기되지 않고 살아남도록 치밀한 막후 공작을 펼쳐야만 했습니다.

책 ‘로켓 드림’ 표지

이런 가운데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우주 탐사 경쟁에 참전했습니다. 베이조스는 2016년 봄을 기점으로 머스크를 더 이상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자신의 원칙을 깨면서까지 스페이스X를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충돌은 2020년경 본격화된 NASA의 달 착륙선 사업 수주전이었습니다.

스페이스X가 발사 횟수를 늘리고 기체를 재사용하며 로켓 시장을 실질적으로 장악해 나가자 베이조스는 NASA의 입맛에 맞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블루 오리진을 주 계약 업체로 내세운 뒤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아폴로 임무를 수행했던 드레이퍼 등 미국의 거대 전통 항공우주 기업들을 끌어모아 이른바 국가대표 팀을 꾸린 것이죠. 베이조스는 이 연합군을 내세워 스페이스X를 고립시키려 했지만 결국 이 치열한 수주전의 승자는 기술력과 비용 효율성에 앞선 스페이스X였습니다.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경쟁이 치열해진 데엔 결국 결정권자인 NASA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엔 중국이라는 변수도 한몫했습니다. 미국이나 소련보다 40년 이상 늦은 2003년에야 첫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했던 중국은 이후 무섭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창어 5호는 달의 폭풍의 대양 인근에 성공적으로 착륙했고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톈궁(하늘의 궁전)’을 건설하며 2030년까지 첫 유인 달 착륙을 실현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NASA와 미 국방부는 중국이 달의 핵심 자원 지대를 선점할 경우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영유권 분쟁과 같은 위협이 우주에서 재현될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이 신냉전 구도 속에서 미국 정부는 압도적인 속도로 기술을 혁신하는 민간 기업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중국을 따돌릴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죠.

9월 28일(현지 시간)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스타십이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럴수록 스페이스X는 위험을 무릅쓰고 혁신적인 우주 탐사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입니다. 대형 우주선 스타십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비행 중 엔진 결함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처음으로 지구 궤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재사용 기반의 우주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죠.

이륙 과정에서 스타십의 ‘랩터’ 엔진 6기 중 1기가 예정보다 일찍 작동을 멈추면서 초기 생중계 당시 궤도 진입이 무산되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들이 비행 데이터를 긴급 검토, 궤도 진입을 위한 핵심 엔진 재점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계획을 이어갔죠.

궤도 진입은 로켓의 핵심 관문입니다. 2023년 첫 시험비행 이후 진행된 이전 13번의 비행은 로켓이 하늘로 높이 솟구쳐 우주 공간에 진입했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다시 바다로 떨어지는 준궤도 비행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14차 시험 비행에서는 처음으로 우주에 올라가 충분한 수평 속도를 확보해 지구 주위를 도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페이스X는 이번 비행을 통해 차세대 ‘스타링크 V3’ 위성 26기를 궤도에 성공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이 위성은 기존 ‘V2’ 위성보다 10배 이상의 통신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타십이 실제 운용 위성을 싣고 궤도에 오른 상업 비행은 처음입니다. 스타십은 높이 약 124m, 지름 9m로 현존하는 가장 큰 로켓입니다. 팰컨9는 V2 미니 위성을 한 번에 20~30기씩 쏘아올리지만 스타십이 본격 운용되면 V3 위성을 한 번에 최대 60기씩 발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통신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연히 향후 달과 화성 등으로의 유인 탐사 임무에도 스타십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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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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