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것만 해”… 김주형 ‘AG 金’ 이끈 ‘골프황제’ 우즈의 한마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최종 라운드를 앞둔 3일 아침.
"더 하지도, 덜 하지도 말고 네 것만 해라." 스크린골프리그 TGL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우즈가 건넨 짧은 한마디는 극심한 피로와 부담감 속에서 결전을 준비하던 김주형의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게 했다.
김주형은 3일 일본 아이치현 가스가이 컨트리클럽 동코스(파70)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4타를 쳤다.
김주형은 "2022년 첫 우승을 했을 때가 제 커리어에서 가장 기쁜 해였다면 올해는 짐이 다 떨어지는 해인 것 같다"며 "가방에서 물통을 하나씩 빼는 것처럼 무게가 떨어졌다. 이제는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韓골프 16년만의 남자 개인전 금메달
프레지던츠컵 직후 일본행 강행군
“죽는 줄 알았다” 시차·피로 견뎌
파리올림픽 눈물도 2년 만에 씻어
결전 아침 우즈가 직접 문자 응원
“금메달 물고 사진 보내줘야죠”

그의 메시지는 이랬다. “더 하지도, 덜 하지도 말고 네 것만 해라.” 스크린골프리그 TGL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우즈가 건넨 짧은 한마디는 극심한 피로와 부담감 속에서 결전을 준비하던 김주형의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게 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김주형은 정말 자신의 골프를 해냈다. 김주형은 3일 일본 아이치현 가스가이 컨트리클럽 동코스(파70)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62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 히가 가즈키(일본), 딩원이(중국), 사돔 깨우칸자나(태국·이상 15언더파)를 3타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골프 선수가 아시안게임 개인전 정상에 오른 것은 2010 광저우 대회 김민휘 이후 16년 만이다.
금메달을 확정한 뒤 국내 취재진과 만난 김주형은 기쁨만 앞세우지 않았다. 문도엽, 김성현과 나선 단체전에서 중국에 밀려 은메달에 그친 아쉬움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주형은 “개인적으로는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지만 단체전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며 “그래도 이번 주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일본에서 한국 선수가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는 것만으로도 제 커리어에서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해본 김주형에게도 이번 대회가 주는 긴장감은 달랐다. 그는 “일반적인 투어 대회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 순간 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주는 시작하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순간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스스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인생에서 가장 긴 일주일이 될 것’이라고 각오했다. 실제로 그랬다. 김주형은 미국에서 프레지던츠컵을 마친 뒤 곧바로 일본으로 향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현지에 도착한 것은 경기 1라운드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새벽 5시께였다. 시차 적응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곧바로 비를 맞으며 코스를 돌아보고 연습한 뒤 이튿날부터 대회에 나섰다. 금메달을 딴 뒤 ‘얼마나 힘들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웃으며 “죽는 줄 알았다”고 했다.
“정말 힘들었다. 새벽 5시에 도착해 그날부터 바로 움직였고 비가 오는데도 연습했다.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날 바로 경기였다. 사실 제 능력만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정작 김주형은 이글을 넣은 순간에도 크게 들뜨지 않았다. 그는 당시 마음을 묻자 “똑같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리더보드가 많지 않았던 것도 오히려 도움이 됐다. 경쟁자들의 스코어 대신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주형은 “전반에 잘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앞서 있다는 걸 보면 오히려 긴장감이 커질 수 있었다. 리더보드가 잘 보이지 않아 계속 ‘버디를 쳐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며 “17번홀을 끝내고 3타 차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조금 안정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피로는 마지막까지 그를 괴롭혔다. 17번홀에서는 티샷이 흔들리면서 이날 유일한 보기를 범했다. 김주형은 “17번홀쯤에서는 확실히 피로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갈수록 그런 샷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18번홀까지 버텼고 결국 금메달을 품었다. 대회를 마친 직후 “오늘은 몇 시간이나 잘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잠이 안 올 수도 있다”며 웃었다.
이번 금메달은 김주형에게 유독 의미가 크다. 2년 전 2024 파리올림픽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그는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당시의 눈물은 자신의 성적에 대한 아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김주형은 “아마추어 때 국가대표를 하지 못해 파리올림픽이 사실상 처음 나라를 대표한 무대였다”며 “많은 분은 제가 메달을 못 따서 울었다고 생각했지만, 개인적인 욕심보다 나라를 대표해 메달을 드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었다. 그런데 나라에 아무것도 드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너무 버거웠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이번에는 외부의 시선도 철저하게 차단했다. 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가 쏟아졌지만 뉴스와 소셜미디어(SNS)를 최대한 멀리했다. 그는 유튜브를 덜 보고 포털 사이트에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소음 대신 눈앞의 한 샷에만 몰두했다.
가족도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특히 지난해 말 결혼한 아내와 매일 통화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김주형은 “아내가 이번 주 내내 기도해줬고 같이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며 “제 인생이 제 것이 아니니 모든 걸 맡기고 편하게 하라는 말을 해줬다. 그 말을 많이 의지했다”고 했다.

이제 시선은 2028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으로 향한다. 파리에서 아쉬움을 삼켰던 김주형은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국가대표로서의 오랜 숙제 하나를 풀었다. 그는 “이번에 금메달을 따면서 올림픽에는 훨씬 마음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LA올림픽 금메달은 메이저 대회만큼, 어쩌면 메이저보다 더 중요한 목표다. 미국에서 열리고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도 많이 경기해봤다.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시 우즈 얘기를 꺼낸다면, 우즈는 중요한 순간마다 김주형에게 연락을 보내왔다. 김주형이 PGA 투어에서 우승했을 때도 빠르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이번 아시안게임 최종 라운드 아침에도 먼저 김주형을 찾았다. 그는 “신기하게 타이거는 어디서든 다 보고 있는 것 같다. 제가 우승했을 때도 바로 연락이 왔고 이번에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문자가 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책임감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여기서 내 것만 하면 알아서 잘 끝날 거라는 마음으로 왔다. 타이거의 문자를 보고 ‘그래, 내 것만 하면 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이제 김주형에게 남은 일은 우즈에게 답장을 보내는 것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아직 답장을 하지 못했다는 김주형은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웃었다.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아직 못 했어요. 이제 금메달 물고 사진 찍어서 보내줘야죠.”
가스가이 김지한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트럼프, 이란 군사작전 재개 임박했나…안보수뇌부 극비 회동 - 매일경제
- “美 테슬라같은 자율주행 우린 언제쯤”…국내 3사 서비스 비교해보니 - 매일경제
- 나스닥 1%, 美반도체지수 2% 상승…연휴 뒤 韓증시도 따라 웃을까 - 매일경제
- 쯔양도 “적당히 먹겠다”...유튜브 정책에 흔들리는 먹방 수익 [스테크] - 매일경제
- 아파트 놀이터서 ‘뻑뻑’…“담배 꺼달라”했더니 아이 안은 아빠 쫓아가 폭행 - 매일경제
- “고등학생들은 이미 다 했다”…주진우, ‘암살자들’ 배우·감독 공개 비판 - 매일경제
- “서울보다 더 뜨겁다”…수원 팔달·영통, 용인 수지까지 ‘핵심지 행진’ - 매일경제
- “마! 쫌 집에 가라”…‘부캉이’ 그물 뚫고 북항친수공원 리턴 - 매일경제
- [영상] “신발에 흙 묻을까봐?”…수해 현장서 업혀 간 구청 직원 ‘시끌’ - 매일경제
- [속보] 김주형, 16년 만의 AG 남자 골프 개인전 金…단체전은 은메달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