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의 가능했던 흥행 [라제기의 슛 &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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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중예산(60억 원 이상 80억 원 미만)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이 감독이 흥행과 거리가 있다고 하나 '가능한 사랑'의 투자 유치 실패 소식은 지난해 한국 영화계를 뒤흔들었다.
'가능한 사랑'은 지난달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가능한 사랑'은 여느 넷플릭스 영화와 달리 극장에서 먼저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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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중예산(60억 원 이상 80억 원 미만)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지원금은 15억 원이었다. 프랑스 투자자가 투자하기로 한 돈까지 포함하면 30억 원 남짓한 돈이 이미 확보됐다. 적어도 제작비의 40%가량은 확보된 셈이었다. 나머지 돈은 국내 투자배급사에서 투자받으려 했다.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 조인성, 조여정이 출연하기로 결정까지 한 상황이었다. 메가폰은 이창동 감독이 쥐었다.
영화계가 아무리 어렵다고 하나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걸림돌은 없으리라 봤다. 하지만 국내 유수 투자배급사는 지갑을 열지 않았다. 흥행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이 감독이 흥행과 거리가 있다고 하나 ‘가능한 사랑’의 투자 유치 실패 소식은 지난해 한국 영화계를 뒤흔들었다.
대신 적극 구애에 나선 곳이 있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였다. 유명 감독들에게 늘 그렇듯 제작비는 대되 창작권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제작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100억 원 넘게 들어갔다. ‘가능한 사랑’은 지난달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내년 3월 열릴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정조준하고 있기도 하다. 넷플릭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가능한 사랑’은 여느 넷플릭스 영화와 달리 극장에서 먼저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 개봉해 21일까지 17만 명 가까이 봤다. 같은 날 개봉한 ‘암살자(들)’(182만 명)에 비하면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수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능한 사랑’은 흥행 전선에서 선전하고 있다. ‘가능한 사랑’은 21일까지 440개 스크린에서 총 3,169회 상영됐다. ‘암살자(들)’은 2,271개 스크린에 상영횟수는 4만6,112회였다.
‘가능한 사랑’의 1회 상영당 관객 수는 53명 정도다. ‘암살자(들)’(39명)보다 14명 정도 많다. 극장들은 ‘가능한 사랑’을 더 상영하고 싶어 하나 넷플릭스는 상영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가능한 사랑’은 14일 동안만 극장 상영을 한다. 넷플릭스로선 가입자들을 위해 만든 영화가 극장에서 지나치게 많이 상영되는 걸 원치 않을 만하다.
‘가능한 사랑’은 태생적으로 흥행몰이가 불가능했으나 흥행 잠재력은 보여줬다. 돈이 안 된다며 투자를 거부한 투자배급사는 씁쓸한 기분이 들 듯하다. 투자받지 못해 애가 탔던 영화들이 대박을 터뜨린 경우는 허다하다. 불확실성 때문에 영화라는 매체가 더 매력적일지 모른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수익이 따르지 않는다. ‘가능한 사랑’은 영화계의 오랜 명제를 의도치 않게 방증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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