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팅을 잊게 만드는 국물…전설의 순댓국 선릉 ‘농민백암순대’[안병익의 식신원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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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의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사람들의 순댓국 사랑은 유독 각별하다. 이른 아침 해장을 즐기는 손님부터 저녁시간 반주 한잔과 함께 하루를 마감하는 손님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뜨끈한 한 그릇을 반긴다. 맛집을 찾아온 미식가들부터 오랜 단골 손님들, 인근 직장인들까지 영업 시작 한참 전부터 가게 앞 작은 하얀색 대기표 한 장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무서운 속도로 쌓이기 시작한다. 백암순대는 백암장이 서던 시절부터 이어진 계열이고 한때 우리나라에서 돼지 사육 농가가 가장 많았던 지역이 바로 백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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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의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사람들의 순댓국 사랑은 유독 각별하다. 이른 아침 해장을 즐기는 손님부터 저녁시간 반주 한잔과 함께 하루를 마감하는 손님까지 많은 사람들이 이 뜨끈한 한 그릇을 반긴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순댓국집들이 많지만 맛 하나로 서울을 평정하고 있는 전설의 순댓국집이 있다. 바로 선릉에 위치한 ‘농민백암순대’다.
선릉역 1번 출구에서 먹자골목 안쪽으로 몇 걸음 가다 보면 멀리서부터 손님들로 북적북적한 골목이 보인다. 맛집을 찾아온 미식가들부터 오랜 단골 손님들, 인근 직장인들까지 영업 시작 한참 전부터 가게 앞 작은 하얀색 대기표 한 장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무서운 속도로 쌓이기 시작한다. 이 집은 웨이팅 기계나 앱을 쓰지 않고 오랜 방식인 수기를 고집한다. 손님들은 익숙하게 대기 순번표에 인원과 이름 한글자를 써놓고 가게 앞의 망부석이 된다. 직원이 이름을 불렀을 때 자리에 없으면 그 즉시 지워지기 때문에 가게 앞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농민백암순대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본관과 별관이 마주보고 있는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양쪽 모두에 이름을 적어두고 부르는 쪽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금세 빠지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방문하는 손님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기본 1시간 웨이팅은 물론이라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와야 하는 맛집이다. 그러나 맛을 보면 또 기다린 보람이 있는 맛이라 용서가 된다.
이름에 들어가는 ‘백암’만 봐도 백암식 순대를 만드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백암’은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서 왔다. 백암순대는 백암장이 서던 시절부터 이어진 계열이고 한때 우리나라에서 돼지 사육 농가가 가장 많았던 지역이 바로 백암면이다. 일반적인 순대는 선지를 중심으로 당면과 채소들이 배합되어 색이 검은데 백암순대는 돼지 부속과 고기, 찹쌀, 야채를 넉넉히 배합하고 선지는 약간 피처링만 되는 수준으로 색이 밝고 잡내가 덜한 것이 특징이다.
이 집이 백암순대 계열 안에서도 정상에 섰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결국 기본기다. 오랜 레시피 연구 끝에 만들어낸 노하우를 통해 순대를 직접 만들어 쓰는데 한 점만 먹어봐도 감동이 밀려오는 맛이다. 순대는 소창으로 빚은 뒤에 입 안이 꽉차게 큼직한 길이로 썰어내는데 속이 촉촉하고 녹진하면서도 다채로운 맛이 살아 있다. 순대소에 청양고추가 약간 들어가 있어 은은하게 매콤한 맛이 감도는 것이 특징. 식감과 풍미가 아주 좋은 잘 만든 순대다.
대표 메뉴인 국밥은 머릿고기, 순대 몇 알, 대파, 들깨가루, 양념장이 올려진 상태로 나온다. 펄펄 끓는 뚝배기 속을 수저로 살살 휘저으면 아주 넉넉하게 들어간 머릿고기에 흡족한 마음이 든다. 국물에 양념장을 잘 풀어서 맛보면 얼큰하면서도 묵직한 맛이 혀를 때린다. 이곳은 사골뼈 세 가지를 넣고 푹 끓여낸 육수를 쓰는데 특유의 쿰쿰하고 진한 맛이 있지만 잡내는 없다.
오히려 깔끔하고 고소함이 올라온다. 가장 맛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맞춘 밸런스 좋은 국물에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실제로 최자, 홍석천, 이원일 등 ‘맛잘알’로 알려진 연예인들도 이 집을 인생순댓국으로 꼽는다.
이 집을 일찍 찾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한정된 시간에만 맛볼 수 있는 ‘정식’을 맛보기 위해서다. 국밥과 함께 순대 4알과 머릿고기 몇 점이 함께 나오는 정식은 오전 11시~오후 1시, 오후 5시 30분~7시 30분, 이 두 시간대에만 주문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준비된 물량이 소진되면 그대로 끝난다. 실제로 7시 좀 넘은 시간에 몇 차례 방문했을 때 정식 주문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참으로 사람을 안달이 나게 만드는 집이다.정식에 딸려나오는 순대는 국물 속 순대보다도 한층 부드럽고 촉촉하다. 머릿고기 수육은 알맞게 삶아져 입에서 녹을 정도로 부드럽고, 잡내 하나 없이 담백하다. 순댓국도 넉넉하게 나와 소주파라면 다른 안주 시킬필요 없이 정식만 시켜서 한잔 하는걸 추천한다.
저녁 시간에는 이집 수육과 순댓국을 놓고 반주를 즐기는 손님들을 왕왕 볼 수 있다. 인기가 좋은 ‘모둠수육’은 뽈살과 목항정 등을 중심으로 순대도 몇 알 들어간 구성으로 이집의 맛있는 머릿고기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따로 양념해서 내놓는 좋은 새우젓을 곁들여 맛보면 입에서 녹아 없어진다. 어떻게 삶았길래 이토록 잡내가 나지 않으면서 육향이 진하고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의 맛이다.
반찬으로는 오이고추와 생양파, 깍두기, 생부추, 토장이 나온다. 야채들은 쿰쿰한 시골 냄새가 나는 토장 (간장을 가르지 않은 된장)을 찍어 맛보면 짭쪼름한 맛이 아주 좋다. 서울식으로 개운하고 깔끔하게 담근 깍두기도 국밥의 맛을 살리는데 일조한다. 부드러운 수육 한 점과 뜨끈하면서도 묵직하고 얼큰한 순댓국 국물, 아삭한 오이고추와 깍두기를 번갈아 맛보다 보면 소주 맛이 기가 막히게 산다. 소주 또한 아주 차가운 상태로 내놓는 것도 만족스럽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이집이 사랑받는 이유는 친절함에 있다. 대기 손님이 수십팀에 이를 정도로 북적이는데도 1인 손님을 절대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한다. 때문에 서울에서 혼밥 즐기기 좋은 맛집으로도 소문이 났다. 또한 직원들과 사장님은 한시도 쉬지 않고 매장 곳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반찬이 떨어진 손님들의 접시를 채운다.
메인 음식, 반찬, 신속하고 체계적인 서빙, 친절함까지. 좋은 음식점이라면 갖춰야 할 디테일들을 깐깐하게 채운다. 때문에 이집을 한번이라도 찾은 손님들은 대번에 만족할 수밖에 없고, 손님이 손님을 물고 계속해서 웨이팅 줄은 늘어난다. 이제는 전설의 순댓국 맛집이 된 농민백암순대. '명불허전'이라는 이름 딱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집이다.
안병익 식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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