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쇠솔새가 남긴 것 [임보 일기]

박임자 2026. 10. 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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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에 '빈칸놀이터'라는 작은 책방이 있어.

번식을 마치고 겨울을 날 월동지로 돌아가는 길, 나는 유리창에 부딪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건너고 말았어.

그날만 전국에서 나 같은 쇠솔새가 네 마리나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그날 하루 전국에서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가 11종 17마리였어.

탐조책방 사장님이 나를 박제로 만들어 유리창 조류 충돌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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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동네에서 쌍안경을 쓰고 걷던 아이들이 시멘트 바닥 위의 새를 발견하고 이름을 물었다. 죽은 새의 이름을 기록하는 일이 법을 바꾸는 일과 이어진다는 걸, 그날 아이들은 배웠다.
경기도 용인의 한 작은 책방에서 만난 사람들과 동네 탐조를 했다. ⓒ박임자 제공

경기도 용인에 ‘빈칸놀이터’라는 작은 책방이 있어. 책방 사장님이 건물주인 부모님을 꾀어서 1층은 책방으로, 2층은 모임이나 전시를 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지. 나도 이곳을 지나가는 새 친구들에게 들어서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어. 한적한 일요일, 동네 사람들이 책방에 모였어. 6년 동안 아파트 탐조단에서 관찰한 154종의 새 중 100종을 담은 책 〈아파트 새 도감 100〉이 얼마 전에 나왔거든. 책을 펴낸 탐조책방 박임자 작가님을 모시고 동네에서 새를 관찰하고 북토크도 하기 위함이었지.

쌍안경 쓰고 도감을 보면서 동네를 탐조하는 시간에 중학생인 지수와 재인이도 참여했어. 한 친구는 몇 년 전에 쌍안경을 쓰고 탐조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 후 새를 좋아하게 됐다고 해.

익숙한 동네를 쌍안경으로 보면서 걸었어. 늘 걷는 길인데도 새를 찾으며 가니 신기했나 봐. 교회와 체육관을 지나 아파트 단지를 걷는데 방음벽이 쭉 이어졌어.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새를 설명해주느라 바빴어. 직박구리가 날아갈 때 내는 소리를 알려주거나, 귀를 열고 소리에 집중하면 새를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어. 예쁜 소리를 내는 밀화부리라는 새, 깃털갈이를 하고 있는 까치도···. 경안천에는 왜가리와 흰뺨검둥오리 같은 물새들이 살고 있었고, 뱁새로 알고 있는 붉은머리오목눈이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지. 사람들은 참 신이 났고, 지수랑 재인이도 점점 새의 아름다움에 빠져들 무렵, 지수와 재인이가 바닥에 죽어 있는 나를 발견한 거야.

참 쓸쓸했지. 번식을 마치고 겨울을 날 월동지로 돌아가는 길, 나는 유리창에 부딪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건너고 말았어.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 홀로 내동댕이쳐 있는 나를 발견한 아이들이 사진을 찍어 앞서가던 작가님에게 보여주며 내 이름이 궁금하다고 했어. 작가님은 어디에 새가 있는지 묻고 나에게 다가왔어. 주위를 둘러보며 어디에 부딪혔을까 살펴보기도 했지.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를 사진으로 찍고 주변 건물들도 찍었어. 아직은 온기가 남아 있는 나를 들어 올렸어.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겠지. 아이들은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했어. 도감에 나온 모습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워 전문가에게 문의하니 ‘쇠솔새’ 같다고 알려주셨지.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쇠솔새. ⓒ박임자 제공

작가님은 학생들에게 온라인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에서 진행하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조사’ 미션을 통해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법을 알려줬어. 놀라지 마. 그날만 전국에서 나 같은 쇠솔새가 네 마리나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그날 하루 전국에서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가 11종 17마리였어.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새가 죽었는데 얼른 묻어주고 애도를 해야지 이름이 뭐가 궁금하냐’고 할 수도 있을 거야. 그런데 나는 내 이름을 궁금해하고 나의 죽음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참 고마워. 듣자 하니 유리창 조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 그래서 고마워. 그날 나를 본 학생은 내 깃털을 하나 간직하고 싶어 했어. 탐조책방 사장님이 나를 박제로 만들어 유리창 조류 충돌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 그때 이 친구들도 초대하기로 했고.

세상의 모든 유리창을 없앨 순 없지만 유리창 충돌로 죽는 새가 없도록 애써주는 모든 인간 친구들 고마워!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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