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폭탄발언, '알래스카 투자 압박' 벼랑 끝 몰리나

정용진 2026. 10.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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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투자 아직 검토 단계로 선 그어
500억달러 사업 경제성 논란 속 관세 연계 압박 우려 확산
정치적 통상 압박보다 사업성·법적 절차 검증이 우선 과제
[지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를 압박하며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놔 파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를 압박하며 불참 시 청구금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투자 확정은 없다며 사업성·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픽사베이

한국 정부가 아직 투자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나온 발언이라 한미 간 투자 협의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무엇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대상과 금액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관세 등 통상 분야의 부담을 겨냥한 압박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일 백악관에서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이 아직 투자계약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질문에는 자신의 발표가 성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서 언급한 ‘더 많은 비용’이 관세인지, 투자금인지, 별도의 통상·경제적 부담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알래스카 LNG 사업의 투자 확정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LNG 사업에 500억달러를 웃도는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측 발표에서는 한국의 투자 계획이 이미 합의된 사업처럼 제시됐지만, 한국 정부는 투자 참여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한국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사업성 검토가 자리 잡고 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약 1298㎞ 길이의 파이프라인으로 남부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 해외로 수출하는 대형 에너지 사업이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막대한 초기 자금과 장기간의 운영비가 필요하며, 가스 가격과 운송비, 장기 구매계약, 파이프라인 건설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투자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다.

특히 경제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로이터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비용이 미국 걸프만 지역에서 추진되는 비슷한 규모의 LNG 시설보다 두 배 이상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더라도 향후 가스 가격이나 아시아 시장의 수요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면 투자수익률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한미 양국이 지난해 합의한 대미 투자 패키지는 전체 3500억달러 규모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 나머지는 전략적 투자에 배정됐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을 낮추는 대가 성격도 포함돼 있다. 이번 알래스카 LNG 논란은 이처럼 거액의 투자와 통상 조건이 서로 연결된 협상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문제는 투자 결정의 원칙이 정치적 압박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 투자는 수십 년에 걸친 수익성과 공급망 안정성을 따져야 하지만, 관세나 추가 비용을 지렛대로 특정 사업 참여를 재촉하면 경제성보다 통상 압력이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한국 정부 역시 대미 투자 약속의 큰 틀을 존중하면서도 개별 사업마다 상업적 타당성과 법적 절차를 따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미 경제협력에서 발표와 확정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이 투자 계획을 확정된 계약처럼 공개하고 한국이 뒤늦게 검토 단계라고 설명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시장과 기업의 혼선도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 협상에서는 투자 규모보다 각 사업의 조건과 책임, 손실 위험, 수익 배분 구조를 명확히 공개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