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골든타임은 48시간이 아니라 6시간"…'국내 1호 탐정'이 말하는, 내 가족이 사라진다면

김태현 기자 2026. 10. 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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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가족을 찾는 데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다. 밤길의 호루라기 하나, 신고 첫마디의 기록 하나가 결과를 가른다. 남의 뒤를 15년간 밟아온 탐정이 일러주는, 가장 절박한 순간의 실전 수칙.

[우먼센스] 강력범죄와 부실수사 논란이 이어지던 올해, 그의 사무실 전화벨 소리가 달라졌다. 배우자를 의심하던 떨리는 목소리 사이로, 사라진 가족을 찾아달라는 절박한 전화가 부쩍 늘었다. 그는 최근 한 실종 사건 이후 의뢰가 두 배로 뛰었다고 했다.

임병수 탐정. 사진 최준필(이오이미지)

15년째 남의 뒤를 밟아온 '국내 1호 탐정' 임병수 한국탐정연맹 대표. 그는 우리 실종 대응 시스템이 "박살났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멀쩡한 성인이 사라져도 제도는 '가출'로 분류하고, 위험도를 가리는 눈은 무디다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골든타임은 경찰이 흔히 말하는 48시간이 아니라 '6시간'이다.

왜 그렇게까지 빠듯하게 봐야 하는가. 내 가족이 사라졌을 때 가족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돈을 들여 누군가를 고용하기 전에, 스스로를 지키는 법은 없는가. 매일 사람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가장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인터뷰는 [인터뷰①] "불륜 의심의 90%는 사실이었다"…'국내 1호 탐정'이 15년간 들여다본 인간의 민낯에서 이어집니다.

내 가족이 사라진다면, 골든타임의 진실

최근 제주에서 실종됐던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잇따른 실종 사건을 계기로 우리 실종 대응 시스템의 문제를 계속 지적해왔습니다.

성인 실종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더 촘촘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행 실종아동등보호법의 주요 대상은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예요. 이들에 대해선 통화 기록이나 카드 사용 내역 같은 '생활 반응'을 의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면 DNA 수사까지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특별한 장애나 질환이 없는 성인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예요. 이 경우엔 아예 근거 법이 없습니다. 범죄 혐의가 뚜렷하지 않으면 '가출인'으로 분류하고 "기다려 보시라"는 답이 돌아오는 거죠.

사진 AI 생성 이미지

수치로 보면 어느 쪽이 더 심각합니까.

실종 아동 신고가 한 해 4만여 건인데, 장애나 질환이 없는 일반 성인 실종은 7만 건이 넘습니다. 합치면 12만 명이 넘는데, 정작 숫자가 더 많은 성인 쪽엔 법이 없는 거예요. 성인은 웬만해선 실종 신고를 안 합니다. 어른이 하루 안 들어온다고 바로 신고하진 않잖아요. 그런데도 신고가 7만 건이라는 건, 그만큼 절박한 경우가 많다는 뜻이에요. 99% 이상, 대부분은 무사히 돌아옵니다. 하지만 끝내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람이 해마다 천 명 안팎이에요. 경찰 자료에 다 잡히는 숫자인데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습니다.

성인 실종법은 왜 아직 없습니까.

입법 발의는 11년 전에 됐습니다. 그런데 사생활 침해 우려 때문에 계속 계류돼 있어요. 가령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을 피해 스스로 숨은 사람을 가족이 '실종'으로 신고하면, 강제 수사가 들어가 오히려 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거죠. 채권·채무 관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요.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이 걱정돼 7만 명을 통째로 방치하면, 그 안에서 살릴 수 있었던 사람까지 놓치게 됩니다.

해외는 어떻게 다릅니까.

제가 찾아보니 실종 기준을 '만 18세 미만'처럼 나이로만 딱 잘라놓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었어요. 영국은 나이가 아니라 사안의 위험도로 나눕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어른이든 아이든 똑같이 보고, 범죄 가능성이 높다 싶으면 '하이(high)' 단계로 분류해 즉시 강도 높은 수사에 들어가요. 중간과 낮음 단계가 따로고요. 일본도 실종자 수색 관련 법이 있어서 사안에 따라 움직입니다.

핵심은 최초 신고를 받을 때예요. 우리나라는 지구대에서 "일단 기다려 보시라"로 끝나는데, 저쪽은 접수 단계부터 심도 있게 파고듭니다. 그래야 이게 상·중·하 어디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도 나이 기준을 걷어내고 위험도 중심으로 바꿔야 합니다.

경찰은 보통 '골든타임'을 48시간을 말하는데, '6시간'을 강조하신다고요. 

제가 찾아보니 실종 기준을 '만 18세 미만'처럼 나이로만 딱 잘라놓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었어요. 영국은 나이가 아니라 사안의 위험도로 나눕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어른이든 아이든 똑같이 보고, 그 사건이 얼마나 위험한지부터 따져요. 범죄 가능성이 높다 싶으면 '하이(high)' 단계로 분류해 즉시 강도 높은 수사에 들어가고, 그 아래로 중간·낮음 단계가 나뉩니다. 일본도 실종자 수색 관련 법이 있어 사안에 따라 움직이고요.

결국 핵심은 최초 신고를 받는 순간입니다. 이때 위험도를 제대로 가늠해야 인력과 수사력을 어디에 집중할지 정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첫 단계가 없다시피 해요. 성인이 사라졌다고 지구대에 가면 "일단 기다려 보시라"는 말부터 돌아옵니다. 범죄인지 사고인지 단순 가출인지 판단하는 절차 없이,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거예요. 골든타임은 거기서 날아갑니다. 나이로 자를 게 아니라, 모든 신고를 위험도에 따라 상·중·하로 분류하고 거기 맞춰 대응해야 합니다.

사진 AI 생성 이미지

가족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우선 신고를 받은 경찰관의 이름과, 언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꼭 기록해두세요. 말로만 하지 말고 시간순으로 타임라인을 만들어 전달하면 좋습니다. 최근 사진도 중요해요. 집집마다 사진은 있어도 몇 년 전 것뿐인 경우가 많은데, 지금의 헤어스타일과 얼굴, 체형을 알 수 있는 사진이어야 합니다. 경찰이 가장 먼저 묻는 것도 "사진 있느냐, 어떤 옷을 입고 나갔느냐"거든요. 마지막 통화 시간과 확인된 위치, 그날 입은 옷, 자주 가던 장소까지 최대한 빨리 정리하세요. 그리고 경찰에만 의존하지 말고 가족이 직접 동선을 따라가며 주변 CCTV 보존을 요청하는 게 좋습니다. 차를 타고 나갔다면 수배 시스템에 차량을 걸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어요. 이런 건 일반인은 잘 모르는데,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밤길 안전을 걱정하는 독자가 많습니다. 전기충격기나 삼단봉, 효과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갖고 다니면 좋긴 한데, 제가 제일 권하는 건 의외로 호루라기예요. 페퍼 스프레이는 뿌리다 뺏길 수 있고, 삼단봉도 익숙하지 않으면 오히려 빼앗겨 무기로 역공당할 수 있습니다. 반면 호루라기는 소리를 내는 순간 상대가 "누군가 올 것"이라 여겨 도망가는 경우가 많아요. 소리를 내면서 그 자리를 벗어나 밝은 곳으로 뛰어 가는 게 핵심입니다. 이면도로보다 대로변으로 다니고, 해가 진 뒤엔 되도록 혼자 다니지 않는 것도 기본이고요. 또 수상한 차량이 보이면 번호판 뒤 두 자리만이라도 외워두세요. 네 자리를 다 외우기 어려우면 뒤 두 자리만으로도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AI 시대, 탐정의 역할

AI가 이렇게 발전한 시대, 발로 뛰는 탐정의 자리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오히려 AI를 활용하는 탐정이 늘 겁니다. 오래 한 장소를 관찰하거나 방대한 영상을 확인하는 단순 반복 작업은 AI가 보조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현장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대상자가 갑자기 택시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고, 예상 못 한 곳으로 움직이죠.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일까지 대체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임병수 탐정. 사진 최준필(이오이미지)

앞으로 탐정의 역할은 더 커질까요.

커질 거라고 봅니다. 특히 최근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변수예요. 예전엔 경찰이 수사해 검찰에 넘기면 검찰이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보완 수사를 지시할 수 있었어요. 피해자 입장에선 두 번의 기회가 있었던 셈이죠. 그런데 그 보완 수사권이 사라지면, 경찰 단계에서 사실상 모든 게 끝납니다. 재판도 1심, 2심, 대법원까지 두는 건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어서잖아요. 그런데 수사는 '원 게임'이 돼버리는 거예요.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이 있습니까.

예전엔 경찰이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덮어도, 검찰에 이의를 제기하면 한 번 더 들여다보게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길이 막히면 고소는 사실상 '원 게임'이 됩니다. 단 한 번의 고소에 모든 게 걸리는 거예요. 게다가 경찰이 쏟아지는 사건을 전부 깊이 있게, 똑같은 무게로 수사해주긴 어렵습니다. 결국 피해자 스스로 증거를 갖춰 가지 않으면, 그 한 번의 기회마저 '혐의 없음'으로 끝나버릴 수 있어요. 그만큼 처음부터 확실한 증거를 쥐고 고소해야 하고, 그걸 적법하게 수집해줄 사람을 찾게 되는 거죠.

지금까지 탐정이 배우자 부정행위 같은 민사 영역에서 주로 활동했다면, 앞으로는 형사 영역에서도 증거 수집 수요가 크게 늘 거라고 봅니다. 다만 탐정이 수사기관을 대신할 순 없어요. 강제수사권은 국가에 있고, 탐정은 어디까지나 민간 조사 영역에 머뭅니다. 그래서 탐정의 업무 범위와 책임, 금지 행위를 명확히 정리하는 제도적 논의가 함께 가야 합니다.

탐정을 교육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법과 윤리입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조사기법이나 영업 능력이 액셀이라면, 법은 브레이크예요. 운전을 배울 때 브레이크부터 배우듯, 탐정도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의뢰인은 절박하니까 때로 불법적인 방법까지 요구해요. 그때 "그건 안 됩니다"라고 말하고 적법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진짜 탐정입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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