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대책 나온 지 1년…올해 착공은 목표치 29%뿐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석 달 뒤인 9월 7일, 집권 후 처음으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9·7 부동산 대책’에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에 공공·민간 합해 연평균 약 27만 가구, 총 135만 가구의 주택을 착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공이 48%(한국토지주택공사(LH) 55만6000가구, 지방공사 9만6000가구), 민간이 52%를 맡기로 했다. 과거 공공부문 착공 비중이 10~20%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공공의 역할을 확 늘린 것이다.
특히 과거 부동산 공급 대책은 인허가를 중심으로 관리돼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 시차가 발생, 정책대로 제때 공급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컸다. 착공이 늦어지면 3~5년 뒤 입주 물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택 수요 자극이 계속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는 등 정책의 효과가 미미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9·7 부동산 대책에서는 착공을 핵심 관리 지표로 내세우면서 차별화에 나섰다. 공공택지에선 LH가 직접 주택사업을 시행하면서 노후 공공임대와 공공청사 및 미사용 학교용지 등 도심 가용부지를 활용하려고 했고, 민간 현장의 금융 지원과 세제 인센티브 제공에도 나섰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까지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친다. 첫해부터 착공 진도가 더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도권 주택 착공은 7만7894가구로, 아직 연간 목표치인 26만8000가구의 29.1% 수준이다. 9·7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인 전년 동기(지난해 1~7월) 수도권 주택 착공이 7만6339가구였던 것과 비교해도 1년 사이 2%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8월부터 12월까지 약 19만 가구를 추가로 착공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수도권에서 1~7월 주택 착공이 연간 실적의 45~50%를 차지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올해 전체 착공은 약 16만 가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건설 업계의 전언이다.

그렇다고 정부 계획처럼 공공주택 착공이 지금보다 빨라지기도 쉽지 않다. 공공택지는 민간 토지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에 대한 보상이 중요한데 가격 협의와 이주 대책 마련이 당장에 쉽지 않고, 지구 조성과 도로·통신망 등 기반 시설 구축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지난달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LH가 조성하는 3기 신도시 5곳(고양창릉·남양주왕숙·부천대장·인천계양·하남교산)에서 집행한 보상액은 13조1726억원으로 당초 예상치(12조1450억원)의 8.5%인 1조276억원이 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땅값이 오른 데다, 보상액을 산정하면서 조정이 더해진 때문이다. 이주 과정에서 발생한 명도소송도 2718건에 달했다.
이러다 보니 일부 지구는 입주 계획이 예정일보다 2년 넘게 밀렸다. 올해 입주 예정이던 남양주왕숙 2지구는 2029년 2월로, 내년 입주 예정이던 하남교산은 2029년 6월로 각각 늦춰졌다. 정부가 보상금 관리와 이주 협의, 명도소송 장기화 방지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이뿐 아니라 2021년 이후 사전청약을 진행한 수도권 공공주택 99개 블록 가운데 70개 블록에서 본청약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의 70.7%에 해당하는 규모로, 본청약이 밀린 사업장의 평균 지연 기간은 12.8개월이었다. 주택 공급이 이처럼 늦어지면서 그사이 물가 상승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 공공기관 기관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토지 계약 체결 목표치는 약 2만8400가구였지만 실제 달성률은 약 50%에 그쳤다”며 “공공 추진 강화가 외려 민간 공급 기회를 줄여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새로운 숫자와 공공을 앞세운 추가 공급 대책 마련에 급급하기보다, 민간의 기존 사업지에서 실제 착공까지 빠르게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 지원과 세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한층 강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수요자가 선호하는 입지에서 착공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정부가 규제 완화에 힘써야 한다”며 공공주택의 경우 정부가 차량기지 등 도심 유휴부지를 더 적극 활용해야 정책의 실효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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