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부메랑 우리가 맞았다”… 트럼프 텃밭 중서부 표심 요동
김은중 특파원 르포

“트럼프 행정부가 장기적인 전략 없이 관세를 도끼나 망치처럼 휘두른데다 연료값이 올라 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州) 소도시 뉴턴에서 만난 맷 러셀 아이오와농민연합(IFU) 사무총장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아이오와에서 5대째 농사를 짓는 집안 출신이라는 그는 “농민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일본·중국 등에 무역 사절단을 보내 관계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옥수수, 대두, 돼지고기 등을 많이 수출했다. 그런데 이 나라들이 우리가 아닌 다른 신뢰할 수 있는 구매처를 찾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며 각국에 관세를 부과했지만 단기적인 여파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맞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오와주는 인구가 약 320만명에 불과하지만 전국에서 대선 경선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으로, 전체 판세를 읽는 ‘정치 풍향계’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곳에서 약 13%포인트 차로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1월 중간선거에서 주요 선거 분석 업체들은 아이오와 상원, 하원 4곳 중 2곳을 ‘경합’으로 분류하고 있다. 트럼프의 명운을 가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텃밭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공화당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이란 상황 장기화, 트럼프가 주도한 관세 전쟁 속 물가 상승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의 농장 70곳에서 식품을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비영리 단체 ‘그린넬 팜 투 테이블’의 토미 헥스터씨는 “소비자가 식품에 쓰는 1달러 중 농민 몫은 12센트 미만”이라며 “물가는 올라 식품은 비싸게 사는데 정작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 지원) 같은 사회적 안전망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도 지역 민심을 흔들고 있다. 아이오와시티를 지역구로 하는 애덤 재브너 민주당 주하원 의원은 “법안이 통과된 뒤 분만 시설 5곳이 폐쇄됐다”고 했다. 뉴턴에서 의료업에 종사하는 로리씨는 “보험료 부담으로 보장 수준을 낮추면서 진료비와 본인 부담금이 늘었고, 검사를 포기하는 환자도 많아졌다”며 “가벼운 증상이 있어도 치료를 미루면 더 비싼 응급실 진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의 각종 정책에 대한 불만이 민주당 지지로 직결되고 있지만은 않은 분위기였다. 트럼프가 내건 ‘제조업 부활’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에 여전히 공감하는 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1952년부터 영업한 샌드위치 전문점 ‘스미티스’에서 만난 리처드씨는 트럼프가 최근 아이오와에서 20조원짜리 제철소 건설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 “실제로 제철소가 들어서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건설이 시작되면 당장 수천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며 “우울하고 침체돼 있던 지역 사회에는 모처럼의 굿 뉴스”라고 했다. 그는 “기름값이 갤런당 4달러가 넘어가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내 주변에선 차라리 투표장에 나가지 않거나 투표 용지를 빈칸으로 비워둘지언정 민주당을 찍지는 않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트럼프가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선거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도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1일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오클라호마를 방문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나는 우리에게 정부 운영과 경제 등 모든 면에서 A+를 주겠다”며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선거까지 남은 30여 일 동안 거의 매일 미 전역을 돌며 공화당 후보 지원 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이번 주 오하이오·앨라배마에 이어 다음 주 네브래스카·뉴욕 등을 찾을 예정이다. 공화당이 민주당을 압도하는 선거 자금을 들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변수다.
1일 아이오와 주도인 디모인 근교에서도 트럼프의 특명을 받은 더그 버검 내무장관이 참석해 수백 명 앞에서 트럼프 정부의 경제 성과를 강조했다. 버검은 “아이오와가 민주당의 손에 떨어져 공화당이 상·하원을 잃으면 규제 완화는 중단되고, 각료 소환과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버검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상승해 연료비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년보다 가격이 오른 건 앞서서 가격을 빠르게 낮췄기 때문” “여전히 바이든 정부 수준보다는 낮고, 민주당은 ‘기름값이 높다’고 불평할 뿐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對)이란 군사 작전에 대해선 “이란의 테러 위협이 유가 문제보다 중대하다”며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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