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이야기
[김동식의 기이한 이야기]
돈벌이 수단 된 확률형 뽑기
결정적 순간, 당신의 선택은?

별 볼 일 없는 청년은 ‘가챠(뽑기)’ 중독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식당 메뉴에도 가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1% 확률로 랍스터를 먹을 수 있고, 90% 확률로 삼각김밥 하나를 먹을 수도 있는. 가진 게 없으니 ‘운’에 매달릴 수밖에요. 매일같이 가챠만 떠올리던 청년은 어느 날 꿈에서 ‘가챠의 신’을 만나게 됩니다. 일종의 ‘신내림’을 받은 것이지요.
다음 날, 청년은 그게 단순한 개꿈이 아니었다는 걸 지갑 속 1000원짜리 지폐를 보고 깨달았습니다. 마치 증강현실 게임처럼 지폐 위에 ‘%’ 표시가 떠 있었던 겁니다. “이 지폐를 찢으면 74.8% 확률로 두 배가 된다”는 설명과 함께요. 청년은 과감히 지폐를 찢었고, 찢겨나간 지폐는 마치 세포 증식하듯 두 장으로 복사됐습니다. 다만 이 꿈같은 가챠는 하루 열 번의 제한이 있었습니다. 가챠에 모두 성공하면 매일 1만원씩 벌 수 있는 것이었죠. 그때, 웬 중년 남성이 청년을 찾아왔습니다.
“자네, 가챠 능력을 얻었지? 그거 내 덕이야.” 남성은 본인이 ‘가챠의 신’을 소환한 주술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청년은 경계했지만, 안 믿기는 힘들었습니다. 어쨌든 청년은 황당한 경험을 했으니까요. “목적이 뭐죠? 수익을 나눠 갖기라도 하자는 건가요?” 아니었습니다. 남성의 제안은 뜻밖이었습니다. “판돈을 좀 더 올리고 싶지 않아? 1000원짜리로 언제 부자가 될 거야? 동의만 한다면, 내가 의식을 치러주지.” 경계하던 청년은 수긍했고, 남성은 확실히 요구했습니다. “자, 이 녹음기에 또박또박 말해줘. ‘난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라고.”
청년은 그렇게 해줬고, 남성은 기쁜 얼굴로 녹음기를 챙겨갔습니다. “며칠 안에 달라질 거다.” 정말 며칠 뒤, 청년은 자신의 가챠 능력이 1만원짜리로 변한 걸 확인했습니다. 회사 월급 수준의 목돈을 매달 벌 수 있는 것이었죠. 청년은 그날만 9만원을 벌었습니다. 확률 80% 이상의 지폐만 골라 찢었는데, 은행 ATM 기계를 사용하면 생각보다 쉽게 모을 수 있었습니다. “아, 이제 평생 먹고 살 걱정은 없겠다.” 그런데 중년 남성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걸로 만족해? 다음 레벨로 가고 싶으면 녹음기에 대고 말해. ‘난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라고.” 청년은 재빨리 승낙했습니다. 며칠 뒤, 청년은 5만원짜리 위에 뜬 ‘%’ 표시를 보게 됐습니다.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죠. 하루 열 번 가챠에 전부 성공하면 50만원, 한 달이면 1500만원…. 청년은 이제 억대 연봉자가 된 겁니다. 그것도 워라밸 끝판왕. 한 달 뒤 중년 남성이 또 청년을 찾아왔습니다. “네 번째 단계로 갈 거지?”
한껏 상기된 청년은 “네 번째 단계가 무엇이냐” 물었지만, 중년 남성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대충 ‘수표’를 상상하며 수락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청년은 집주인 할머니의 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금반지 위에 ‘%’ 표시가 떠 있었던 겁니다. 당장 금은방으로 달려간 청년은 희열에 떨었습니다. 모든 귀금속 위에 ‘%’ 표시가 보였습니다. 미니 골드바 하나를 샀습니다. 확률 ‘98.9%’가 표시돼 있었죠. 집으로 돌아간 청년은 줄톱으로 골드바를 갈랐고, 두 개로 증식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청년은 비명을 내질렀습니다. 그는 이제 갑부였습니다.
청년은 가진 돈을 전부 털어 순금 10돈 금팔찌를 샀습니다. 예상대로 금팔찌는 두 개가 됐고, 하나는 즉시 환불, 하나는 다른 지역 금은방에 팔았습니다. 단 한 번의 가챠로 순식간에 1000만원 가까이 번 청년 앞에 남성이 또 찾아왔습니다. 다섯 번째 단계로 넘어갈 거지? 이게 마지막이야.” 청년은 잴 것 없이 기쁜 마음으로 녹음기에 대고 외쳤습니다. “난 다섯 번째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남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습니다. “이제 됐네. 조만간 대화를 좀 하자고.”
대화? 청년은 조금 긴장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도와줄 이유가 없겠죠. 당연히 목적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분명 수익 분배일 것입니다.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각오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청년은 집 앞을 나서자마자 무언가를 잘못 본 듯 굳어버렸습니다. ‘23.5%’ ‘66.2%’ ‘53.8%’…. 사람들의 머리 위에 ‘%’ 표시가 떠 있었습니다. 귀금속 다음 레벨이 설마, 사람 쪼개기? 상상도 못 했던 청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그때 중년 남성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청년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고, 광기에 찬 눈으로 침대 위를 가리켰습니다.
“아내랑 이혼하고 싶은데, 양육권을 포기 못 하는군. 빌어먹을 여편네.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오냐 그렇게 해줘야지. 자네가 쪼개줘야겠어. 어때? 우리 아이 머리 위 확률이 얼마야?” 청년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습니다. 그의 동공이 잠든 아이의 머리 위에 뜬 확률 ‘67.7%’와 침대 옆에 놓인 커다란 도끼를 오갔습니다. “얼마냐니까?” 청년은 당장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67.7%라 성공 확률이 너무 낮다”고 말했습니다. 남성은 청년의 손에 도끼를 쥐여 주었습니다. “할 만하군. 행운의 7도 두 개나 있고.” 그러고는 울며불며 도리질을 치는 청년 앞에 총구를 들이밀었습니다.
자, 여기까지. 이 소설의 교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챠를 멀리하자? 욕심의 끝은 파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닙니다. 이 소설의 교훈은 역시 금이 최고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금을 사셔야 합니다, 고객님. 금값은 무조건 오릅니다. 지금 미국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거 아시죠? 망설이면 잃는 겁니다. 제가 보는 시장 전망을 말씀드리자면….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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