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6주 상승' 집값 기록 세운 날, 증세론자를 새 정책실장에

서울 아파트 값이 86주 연속 상승을 하며 문재인 정부 때 ‘85주 상승’ 기록을 넘는 역대 최장 신기록을 경신했다. 문 정부 당시 85주 동안 누적 상승률은 7.7%였지만 이번 86주 동안엔 17% 넘게 급등하는 등 상승의 폭과 속도는 더 심각하다. 윤석열 정부와 겹쳐 있다고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간의 상승률만 10%가 넘는 등 오름세가 훨씬 가파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상화는 계곡 정비보다 쉽다”고 장담했지만, 취임 이후 서울 집값은 단 한 주도 내린 적이 없다.
집값 신기록을 발표한 날 하준경 경제수석이 새 정책실장에 임명됐다. 하 실장은 투기 자금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를 주장해 온 부동산 증세론자로, 학자 시절엔 보유세를 시가의 1% 이상으로 올리자는 제안도 했다. 기존 정책 설계를 해온 인물을 발탁한 것은 규제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신호이자, 처방이 틀렸다는 진단 대신 같은 처방을 더 세게 쓰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집값 폭등의 발단은 규제 만능주의다. 대출 한도를 고강도로 묶고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억제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규제 직후 잠시 주춤하다 곧이어 급등하는 악순환만 반복됐다. 특히 토허제 구역 실거주 의무로 서울 전세 매물이 16%나 줄어들면서 전세 못 구한 무주택자들이 외곽 아파트를 ‘생존형 매수’하면서 수도권 집값을 올리는 풍선 효과를 불렀다.
집값 불안의 근본 원인은 오랫동안 쌓인 공급 부족이다. 세금으로 수요를 누르면 매물이 잠기고, 거래를 막으면 전세가 사라진다는 건 문재인 정부가 스무 차례 넘는 대책으로 보여준 실패 공식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강남 불패를 반드시 끝내겠다”고 하고, 그 정책을 설계한 인물을 정책 사령탑에 앉히니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 실장이 할 일은 86주 연속된 시장의 경고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토허 구역 일괄 지정과 겹겹이 쌓인 대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도심 정비 사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공급 시계를 앞당겨야 한다. 이대로 가면 집값 상승을 못 잡고 결국 그 피해는 집 없는 서민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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