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추락하는 軍 드론

안용현 논설위원 2026. 10. 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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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 총선 때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크렘린궁 인근 정유 시설도 폭발했다. 2000대 가까운 드론이 동시다발로 러시아 곳곳을 때렸다. 우크라 드론은 3000㎞를 날아 시베리아의 에너지 시설까지 타격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 침공 때만 해도 우크라는 값싼 상용 드론에 폭탄을 매달아 러시아군 진격을 방해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기대보다 효과가 컸다. 여성 드론 조종사 덕분에 병력 열세를 부분적으로 극복했다. 우크라 연간 드론 생산량은 5000대에서 700만대로 늘었다. 드론 돌팔매로 ‘골리앗’ 러시아를 4년 넘게 막고 있다.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았다. 모스크바 동쪽 800㎞ 지역에 대형 드론 공장을 지었다. 부품은 중국, 기술은 이란, 인력은 북한 노동력을 쓴다. 북한에서 이란제 드론을 생산해 수입하기도 한다. 북·중·러의 ‘드론 생태계’가 구축됐다. 지난달 김정은이 드론 공장을 방문했는데 유사시 북이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자폭 드론을 섞어 쏘면 요격이 매우 어렵다. 북은 러시아 파병으로 드론 실전 경험까지 쌓았다.

▶미국은 이란의 드론 공격에 애를 먹었다. 수백만원짜리 이란 드론을 막으려고 수억원짜리 요격 미사일을 쏴야 했다. 대당 400억원이 넘는 공격용 드론보다 수백만원짜리 ‘드론 잡는 드론’이 더 필요했다. 미 국방장관이 드론과 AI 무기를 총괄하는 ‘자율 전투 사령부’를 창설한다고 밝혔다. 우크라는 세계 최초로 ‘무인 장비군’을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평양 무인기 침투’를 빌미로 드론 작전사를 해체했다.

▶국군의 날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군용 드론이 또 추락했다. 지난 8월엔 마라도함에서 날린 자폭 드론은 바다로 떨어졌고, 지난달 국방부 행사에도 국내 방산 드론 9대 중 5대가 제 기능을 못했다. 군용 드론을 촬영하려고 띄운 민간 드론은 멀쩡하게 비행했다. 민간 드론쇼에선 1000대가 넘는 드론이 군무를 추기도 한다. 최첨단 전함과 자주포를 수출하는 나라에서 군용 드론만 맥을 못 춘다.

▶지금 미국·우크라 등은 드론을 비싼 자산이 아니라 소모품으로 여기고 있다. 미국은 중국제 드론을 극복하려고 자국 스타트업을 대폭 지원했다. 미군은 여단장급이 원하는 드론을 부대 휴지처럼 직접 구입해 쓴다고 한다. 각급 부대가 중소기업 드론을 사용하면서 민간 생태계가 탄탄해졌다. 값은 싸지고 성능은 좋아졌다. 그런데 우리 군은 드론 개발도 미사일이나 탱크처럼 군 기관에 맡기고 있다.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일러스트=이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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