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여기서 꺼내줄게"…뜬장 속 식용견들 '견생역전'

이은진 기자 2026. 10. 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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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은 뜬장에서 처음 벗어나는 날이 생의 마지막 날입니다. 전남 강진 농장에 있던 70마리의 개들이 같은 운명에 처해있다가 기적적으로 새 삶을 얻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은진 기자가 그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녹슨 창살 사이로 얼굴을 내밉니다.

발은 퉁퉁 부었고, 눈은 충혈됐습니다.

한 번도 보살핌 받지 못한 존재들.

도축을 앞두고 있던 식용견입니다.

바닥이 전부 뚫려있는 뜬장에 수십 마리 개가 살고 있습니다.

오래 관리가 되지 않아서 오물덩어리와 함께 나뒹굴고 있는데요.

많게는 두 살인데, 이 개들 전부 식용견으로 키워지는 애들입니다.

그래도 손을 내밀면 꼬리 치고 핥습니다.

가장 잔인한 존재에게 사랑을 기대합니다.

한 때 이곳엔 개 1000여 마리가 있었습니다.

죽 늘어진 뜬장들 끝에는 공간 하나가 있습니다.

들어가 봤더니, 아마도 죽은 개 사체를 처리하는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상자에 뼛조각들이 잔뜩 들어차 있고요.

옆에는 개털도 보이고 그리고 갈비뼈가 드러난 채 죽은 개 사체도 있습니다.

[이상경/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캠페인 팀장 : 조금 많이 상해 있고 이런 음식들을 먹고 있었습니다. 물도 굉장히 깨끗하지 못한 물을 급여 받고 있었고…]

도축되고 출하됐고 지금 70여마리가 남았습니다.

이 개들, 구하러 국제 단체가 나섰습니다.

[마리사/'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활동가 : 저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왔어요. 개들을 구조해서 미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왔습니다.]

뜬장 문이 열리고 하나씩 안아 내립니다.

처음 밟는 단단한 땅이 낯섭니다.

뜬장 문이 열리기를 바랐고, 또 열리지 않기를 바라왔을 개들입니다.

[아담/'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활동가 : 안녕, 안녕. 여기서 꺼내줄게.]

개들이 뜬장 바깥을 처음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이제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새 가족을 찾게 됩니다.

이런 대규모 개농장이 있는 곳, 개발된 나라 중엔 한국이 유일합니다.

[아담/'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활동가 :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개발이 덜 된 여러 나라에서 활동해 봤지만 이토록 대규모의 개농장을 본 곳은 정말 한국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이른바 잡종견들, 국내에선 입양처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트럭에 싣고, 뉴욕행 비행기를 타러 출발합니다.

[이혜원/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미디어 팀장 : 미국에 있는 저희 재활 치료센터로 가게 돼요. 그다음에는 입양 공고나 아니면 거기 보호소를 찾으시는 분들을 통해서 가족을 찾게 돼요.]

이렇게 외국으로 간 개 99%가 입양됐습니다.

한 때 도축되기를 기다리던 이 개, 지금은 피닉스라고 불립니다.

삶이 달라졌습니다.

[이혜원/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미디어 팀장 : 캐나다에서 이렇게 눈밭에서 이렇게 잘 살고 있고요. 다 행복하게 누군가의 반려견으로 살 수 있는 개들인 거죠.]

모든 개들이 4시간을 달려서 인천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제 검역 절차를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타게 됩니다.

이곳은 잊고 생명으로 존중받길 바라며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이혜원/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미디어 팀장 : 이 아이한테 사랑이랑, 많이 안아주시라고 썼어요. 잘 살아. 가족 찾아서 사랑받고 자라. 알았지? 고생했어.]

이 개들은 떠나지만 아직 전국에 272개 개농장이 남아 있습니다.

먹히기 위해 태어난 이 개들은 이 땅을 떠나 누군가의 가족이 됩니다.

삶은 달라질 수 있고 누구나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영상편집 이지혜 VJ 김광준 작가 강은혜 취재지원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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