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럽에 '핵무기 카드' 꺼내며 발끈하는 칼리닌그라드는

김동호 2026. 10.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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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대립각을 끌어올려온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러시아의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가 새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유럽 내에서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무력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로 칼리닌그라드를 겨눈 군사적 대비태세 수준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러시아군 발트함대사령부가 위치한 칼리닌그라드는 유럽 북부와 중부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점이다.

유럽은 칼리닌그라드에서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로 이어지는 약 100㎞짜리 육로 수바우키 회랑을 나토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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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5일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 지역에서 러시아군 발트함대의 대잠초계함 알렉신함이 사격 훈련 중이다. [타스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대립각을 끌어올려온 러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러시아의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가 새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유럽 내에서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상대로 무력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로 칼리닌그라드를 겨눈 군사적 대비태세 수준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는 서쪽에 발트해를 접한 항구도시로, 러시아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둘러싸인 육지 속 섬 같은 월경지다.

육로로 러시아 본토에 닿으려면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를 거쳐 500㎞ 넘게 달리거나, 리투아니아를 지나 벨라루스 쪽으로 700㎞ 가까이 우회해야 할 정도다.

칼리닌그라드주 전체 면적은 1만5천125㎢ 정도로 한국의 강원도보다 조금 작으며, 주도 칼리닌그라드시는 223㎢로 서울의 3분의 1 수준이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광활한 영토를 가진 러시아가 이런 자투리땅을 갖게 된 사연은 2차 세계대전 때로 거슬러간다.

1945년 소련군이 서쪽으로 진격해 독일 도시 쾨니히스베르크를 점령했고, 종전 후 연합국이 독일을 분할할 때 이곳이 소련 영토인 칼리닌그라드가 됐다.

2025년 9월 15일 칼리닌그라드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이스칸데르-M 미사일 운용 훈련 중이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겨울에도 물류 흐름이 원활한 부동항을 낀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가 지정한 특별경제구역(SEZ) 혜택까지 있어 한때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한국 기업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를 겨냥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집중됐고, 현대차·기아도 칼리닌그라드 현지 조립공장 가동을 같은해 3월 중단했다.

이후 나토가 유럽 동부를 강화하고자 핀란드와 스웨덴을 회원으로 받아들이며 칼리닌그라드의 입지가 점차 부각됐다. 러시아군 발트함대사령부가 위치한 칼리닌그라드는 유럽 북부와 중부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점이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도 배치됐다.

올해 들어서는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에까지 뻗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해졌다.

유럽은 칼리닌그라드에서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로 이어지는 약 100㎞짜리 육로 수바우키 회랑을 나토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긴다.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을 이루는 이 통로를 러시아가 점령하면 발트 3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들에서 떨어져 고립된다.

1일(현지시간) 발다이토론클럽에서 발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5월 케스투티스 부드리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우리는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 세운 작은 요새를 돌파할 역량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나토는 그곳의 러시아 방공망과 미사일 기지를 완전히 파괴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나토가 '공격적' 군사훈련으로 러시아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과 나토는 말에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나토가 칼리닌그라드 인근에 E-3A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와 미군·노르웨이군 전투기 등을 대거 출격시켜 공중타격·급유·정찰·전자전을 훈련했다.

러시아는 군의 핵심 거점임과 동시에 취약점으로 돌출해있는 칼리닌그라드가 봉쇄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일 "칼리닌그라드나 다른 영토 등 러시아에 대한 직접 공격이 이뤄진다면 러시아가 보유한 모든 무기를 사용하는 문제가 불가피하게, 즉각적으로 의제가 될 것이며 이는 필연적인 일"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프랑스와 영국도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것과 같은 유형의 파괴 무기를 가진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가 나토에 보낸 서한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거론됐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그 서한에는 핵무기 사용에 대한 언급이 없고, 대신 우리가 가용한 모든 병력과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선을 긋기는 했지만 사실상 핵무기 카드를 직접 꺼내들어 위협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2021년 7월 25일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 지역에서 러시아 해군 보이키 초계함이 항해 중이다. [타스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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